해외원조 단체 실무자들에게 묻다

“정말로 해외원조가 필요할까요. 물음이 앞서네요. 한국에도 너무나 많은 이들이 도움이 필요한데요.”

해외원조주일을 맞아 나오는 한 반응이다. 현재 해외원조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이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해외원조에 관련된 일을 한다고 하면 ‘겉멋 들은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국제협력팀 박재출 팀장은 “가치관이 다르거나, 그 지역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뉴스에는 끔찍한 일들이 많이 보도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를 본다면, 우리도 어려운데 왜 다른 나라를 도와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며 질문한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렇다. 신문을 보면 어렵고 힘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도 너무 많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왜 돕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직접 해외원조나 국제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에게 들어봤다.

 
나눔은 다 가졌다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카리타스에서 국제협력을 맡고 있는 신혜영 팀장은 “나눔은 우리에게 남아 있는 걸 나눠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카리타스의 후원자 중에는 생활 보조를 받는 사람이나 장애인들도 있다고 한다. 자신들도 어렵지만, 자신보다 가난한 이웃이 있다는 것을 알고 도와 주려는 것이다. 한국 카리타스는 천주교 주교회의의 공식적인 해외원조, 대북지원 창구를 맡은 기구다.

또한 신 팀장은 “해외원조 단체를 후원하는 많은 이들이 국내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도 돕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느 한 곳을 다 해결하고, 다음 어려운 나라를 도와 준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절대적인 빈곤, 존엄성이 없는 사람들

실무자들은 공통적으로 절대 빈곤에 대해 말한다. 원조가 필요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깨끗한 물이나 하루 세끼를 먹는 것, 의식주 등 기본이 해결되지 않아 생명이 위협받는 처지라는 것이다.

박재출 팀장은 가난은 사회문제라 정부가 나서서 복지정책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고 기업이나 여러 민간단체에서도 나서지만, 해외원조를 받는 나라들은 부패, 구조의 문제 등으로 국가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나라의 빈곤층에게 가난은 “생존의 문제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해 존엄성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피터 싱어의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라는 책을 인용하며, “아이가 물에 빠져 있는 것을 보면 누구든지 그 아이를 구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한 한국, 해외원조의 의무가 있다.

개발원조위원회(DAC)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산하 위원회 중의 하나이면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를 관장하고 있으며 미국, 영국, 일본 등 현재 34개국이 회원으로 있다.

개발원조는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를 위해 국제사회가 기여하는 재정 및 기술, 물자 지원 등을 뜻한다. 2010년부터 한국도 DAC의 가입국이 되면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에 책임이 생겼다. 박 팀장은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한다는 것은 국가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의무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도 개발원조를 많이 받았다. 1945년부터 1960년까지 미국 등에서 30억 달러 규모의 식료, 의약품 등 긴급구호와 물자원조, 산업설비 투자 형태의 원조가 있었다.

가톨릭교회 차원에서의 원조도 있었다. 한국 카리타스의 전신인 주교회의 인성회에서 발간한 1970년대 한국교회에 대한 원조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교회 원조기구의 협의체인 CIDSE가 160억 원이라는 막대한 지원을 한국 교회에 했다.

한국 카리타스의 신혜영 팀장은 “당시 미국이나 유럽의 기구들이 우리를 도와 줬을 때, 그 나라들도 지금 우리처럼 풍요롭지 않았다”고 했다.

거리가 멀다고 신음소리를 모른 척 할 순 없다.

월드비전 옹호팀의 양승혜 대리는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도움을 줘야한다는 입장보다는 “인도주의적 차원”을 강조했다. 그는 “동등하게 존엄성을 가진 사람인데, 물리적 거리가 있다는 이유로 도움을 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가톨릭계 민간 해외원조단체인 한국희망재단에서 국제협력을 맡고 있는 한 실무자도 실제로 ‘왜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가’를 고민했었다고 고백하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으로 유명한 장 지글러의 말을 통해 그 답을 찾았다고 했다.

다음은 작년 4월 <경향신문>에 실린 장 지글러의 인터뷰 기사 중 일부이다.

“기아에 허덕이는 이들은 결코 문명이 없어서, 열등해서가 아닙니다. 그들은 모두 훌륭한 농부였고 가정을 책임져 온 부모들이었습니다. 인간의 탐욕이 만든 시스템의 희생자일 뿐입니다. 그런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것 또한 그저 우연이고요. 만약에 당신 아들이 브라질 북부 사탕수수 자르는 아버지한테서 태어났다면 배 속에는 벌레가 있고 매일 멀건 죽만 먹을 겁니다. 영양 부족으로 뇌도 제대로 발달하지 못할 거예요. 5살까지 음식을 충분하게 섭취하지 못하면 뇌로 영양이 가지 못해 정상 발달이 안 됩니다. 평생 장애를 갖고 살 수밖에 없죠. 당신 아들과 브라질 북부의 소작농 아들 사이의 차이는 그냥 태어난 운이 다른 것뿐입니다. 우리가 왜 그 아이들까지 돌봐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 아이가 바로 우리 자신이 될 수도 있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 아이와 한국에 사는 아이의 본질적 차이는 없어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박 팀장도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세계가 연결돼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내가 사용하는 물건, 음식 등은 이제 혼자서도, 우리나라 안에서만 해결할 수 없으며, 그 뒷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더 싼 것을 원하고 노동자들은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해 가난해지는 상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작년 1월에 캄보디아의 의류 노동자들이 한 한국 의류업체 앞에서 임금인상 시위를 한 일을 언급하며,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 우리 자신도 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가난과 기아의 문제를 정의의 문제라고 했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의 한 요소로 불평등을 봤을 때 “그들의 것을 그들에게 주는 것이 정의”라는 것이다.

끝으로 실제로 해외원조단체를 후원하고 있는 김 아무개 씨게에도 같은 질문을 던져 봤다.

김 씨는 대답으로 캐나다 유학시절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당시 그는 사정이 어려워 학업을 마치지 못할 상황이었는데 한 인도인이 자신도 아직 타지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한 처지임에도 그가 학업을 끝까지 마치고 캐나다에 머물 수 있게 도와 줬다. 그는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을 돕겠다고 하는 그 인도인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 한국에 돌아가면, 인도에 있는 어려운 사람을 후원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월드비전에 후원을 시작해 6년째 이어 오고 있다. 1년 뒤에는 이태석 신부의 책을 읽고 수단 어린이장학회도 후원하게 됐다.

이어서 그는 명랑하게 말했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하나잖아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