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 특별법안 준비 중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가 국회의원들에게 사형제도 폐지특별법 공동발의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교회의 정평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1월 21일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재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특별법’에 공동발의 의원이 되어 주십사 하는 청을 드린다”고 밝혔다.

유 주교는 ‘가해자가 사형당해도 죽은 가족이 돌아올 수 없다면 사형이 어떤 위로가 되겠는가’ 하고 물었다는 어느 피해자 가족의 말을 되새기며 “보복만이 답인가를 되묻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는 1973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107명이나 되는 사형수가 사형 대기 중에 무죄가 입증돼 석방된 사실을 지적하며, 오심으로 사형이 집행된 뒤에는 돌이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 2012년 11월 30일, '세계 사형 반대의 날'을 맞아 서울시청 옛 본관 건물에 대해 진행한 조명 글자 퍼포먼스 ⓒ강한 기자

한편 유흥식 주교는 “모든 국민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들어주며, 가해자의 책임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면서도, 사형제도 없이 범죄가 줄어드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5대 국회(1996-2000)부터 6건의 사형제도 폐지특별법이 발의됐지만 매번 자동 폐기됐다면서, 이번 19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의 반복 없이 특별법이 통과되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되려면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에 법률조문 조율을 위해 상임위의 하나인 법사위를 거쳐야 하는데, 이전 국회들에 제출된 사형폐지법안들은 국회의원 과반수의 서명을 받았음에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해당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되곤 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담당자는 이 서한이 우편으로 국회의원들에게 발송됐다고 1월 2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정평위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회에서는 1970년대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2012년 무죄 확정을 받은 유인태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중심으로 사형제도 폐지특별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부의장과 정두언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각 당의 대표 발의자로 참여해 국회의원 과반수 이상의 공동발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사형제도폐지소위의 설명이다.

앞서 이들 국회의원 5명은 2014년 12월 10일 ‘사형제도폐지에 나서는 국회의원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선언에서 의원들은 사형제도가 범죄 억제에 효과가 없고 법관의 오판 가능성이 있으며,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엠네스티가 분류한 ‘사실상 사형폐지국’에 속한다면서 공동발의 참여를 호소했다.

유인태 의원이 12월 10일 공개한 사형제도 폐지특별법안은 사망 때까지 교도소에 가두고 가석방할 수 없는 ‘종신형’을 새로 만들고, 사형을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전 세계에서 현재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40여 나라뿐이며, 이 가운데서도 절반 정도만 실제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한국은 1997년 12월에 사형을 마지막으로 집행한 뒤로 실제 집행은 없어서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지만 사형제 자체는 유지하고 있어서 사형 판결은 계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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