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응원편지] 교회 일 하는 평신도에게도 생활의 기쁨은 절실하다

어느 새 슬금슬금 없어지기 시작하더니 그만 나에게 있던 모든 ‘지면(紙面)’이 드디어 딱 끊어진 순간이 있었다. 2011년께였다.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매체가 하도 많아 단신 보도조차 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수년째 매체의 폐간 사유는 하나같이 ‘돈’이었다. 과거처럼 ‘검열’이나 ‘수색’ 때문이 아니라, 돈이 없어 책을 찍지 못하고 돈이 없어 기자들이 다 떠나고 서버를 폐쇄하는 혹한기였다. 그 흔한 ‘저항하는 사진’ 한 장 없이 공중분해 되기 일쑤였다.

지면이 없는 나는, 더 이상 글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생각만 많은 부적응자였다. 그러다 2012년 초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 지면을 얻었다. 쓰기로 하고 나서 비로소 게재된 글들을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바로 후회했다. 내가 어쩌자고 이 필진들 사이에서 글을 쓰겠다고 했을까! 무르고 싶었다. 근 한 달여를 (못 쓰고) 고민했다.

어쨌든 지금 나는 ‘리얼몽상’에 새 글을 올리기 위해 여전히 분투 중이다. 첫 글을 쓰던 날부터 지금껏 단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다. 매번 진땀을 흘리며 썼다. 후원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손길로 이어가는 매체에서, 최소한의 원고료를 받으며 최대한의 정성을 쏟아부어야 하는 참으로 ‘애매한’ 노동을 해야 했다.

그래도 좋았다. 좋아서 썼다. 다른 분들의 글들을 읽으며 많이 울었고 많이 기뻤고 많이 배웠다. 이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밝아지게 하고 싶어 온 힘을 다하는 <지금여기>의 일원인 게 자랑스러웠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비록 작고 보잘것없는 돌멩이 같을지라도 비록 이 소용돌이 자체는 어쩔 수 없을지라도 최소한 유속(流速)이나마 한숨 늦추는 것이었기를 빌며 썼다. 우리를 덮치고 지나가는 저 물길이 언젠가는 평화로이 흘러가게 되리라 믿으면서.

<지금여기>를 이끄는 식구들이, 이 글 잘 쓰는 기자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장을 다닌다는 기쁨으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음으로만 누리는 ‘행복’이 아니라 정말 세상의 좋은 것들까지 맛보고 누리는 여유가 주어지기를, 헌신과 봉사로 힘겹게 지면을 채워가야 하는 고단한 살림 걱정에서만은 놓여날 수 있게 되기를 빈다. 그 소망으로 감히 이 응원의 글을 보탠다. 우리, 서로에게 조금쯤 더 나눠주면서 조금만 더 행복해지자. 이 땅에서 하느님의 일에 보탬이 되었다는 기쁨을 누리는 일꾼들의 숫자가 들불처럼 번져갔으면 좋겠다. <지금여기> 식구들의 웃는 얼굴을 더 많이 보고 싶다.

 

 
 

김원 (로사)
문학과 연극을 공부했고 여러 매체에 문화 칼럼을 썼거나 쓰고 있다. 어쩌다 문화평론가가 되어 극예술에 대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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