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 진상규명안에 찬반 갈려

“해군기지 진상규명 문제로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찬성과 반대 입장에 따른 주민 갈등도 모자라, 반대 주민 측에서도 또 다른 분열을 겪고 있다. 이는 8년 전 해군기지 사업을 시작할 당시의 갈등과 똑같은 것이다”

지난 7월 민선 6기로 취임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공약으로 내세운 ‘강정 해군기지 진상규명’ 문제로 강정마을은 제 2의 주민 갈등이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9월 30일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열린 주민 총회에서는 강정 해군기지 진상규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참석 주민들 간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결렬됐다.

▲ 강정마을회는 9월 30일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제주해군기지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안건을 토론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당시 2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에서는 진상규명위원회 반대와 찬성, 그리고 진상규명을 하되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맞부딪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마을 총회에서 반대 주민의 주요 입장은 지자체 조례 수준의 진상조사는 자료 공개 요청 조차도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과 책임 한계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찬성 측은 제대로 진상규명을 해서 강정마을 주민들의 명예 회복을 해야 한다는 것과 진상규명 결과를 통해 해군기지 반대 운동의 새로운 시작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세웠다. 또 강정마을 원로들은 대체로 “신중하자”는 입장에서 “진상규명을 하되, 장기적으로 보고 진상규명의 목적과 방법 등을 제대로 알아봐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비밀 회동 합의하고 보도자료 배포한 원희룡 도지사...이미 기만적

이에 대해 마을 주민 김미량 씨는 “강정마을에 지속적인 분열을 일으키겠다는 목적이었다면 정부가 성공한 것”이라면서, 진상규명을 둘러 싼 새로운 갈등을 걱정했다.

김미량 씨는 “해군기지 사업은 ‘국가 안보’를 내세운 사업이다. 그런데, 정부에서 관련 서류나 기밀을 내어 줄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원희룡 도지사는 국회에서 강정 주민들의 사면복권을 요구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또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공개로 만났으나 그 결과를 언론에 배포했다. 강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정 거주민 자격으로 총회에 참여한 김성환 신부(예수회)는 지난 9월 30일 총회 이후 조경철 마을 회장이 ‘진상규명위원회’에 대한 설명회를 하고, 도지사와의 간담회를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면서 “다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주민 투표를 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성환 신부는 현재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 그리고 활동가 등 여러 입장을 가진 이들이 별도로 모여 입장을 정리하고 수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원희룡 도지사와 공개 질의를 하자는 의견도 마을 운영위원회 측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강정마을 분열은 원희룡 도지사가 당선되면서 예상된 일이었고 이번에 확인되었을 뿐이라면서, “원희룡 도지사를 믿어보자는 의견이 있고, 진상조사를 통해서 뭔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만 현재 조례 차원에서는 진상을 밝힐 수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 강정마을회는 9월 30일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강정마을회는 10월 중 다시 총회를 열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7월 1일 취임사에서 강정 해군기지 진상조사 등의 문제는 강정마을회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강정마을회가 진상조사를 주도한다면 도정에서 뒷받침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원희룡 도지사와 강정마을 주민과의 만남이 두 차례 결렬된 후인 9월 1일, 마을 주민들이 권한을 위임한 강정마을 운영위원회는 원희룡 지사와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조경철 마을회장, 고권일 제주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 등 5명은 원 지사에게 “진정성 있는 진상조사 지원, 강정마을 주변지역 발전계획 사업 중지 및 2015년도 예산편성 유보, 제주 도정의 일상 사업을 발전계획과 분리 운영, 강정주민과 대화의 시간 마련” 등을 건의했고 원 도지사는 “강정마을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