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다이어리> 정윤석 감독과 표창원 박사 참석 ‘관객과의 대화’ 열려

“범죄자에 대한 증오보다는 처벌의 문제에 많은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윤석 감독)

지난 25일 저녁 서울 소격동 씨네코드 선재에서 천주교인권위원회 주최로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의 정윤석 감독과 범죄심리학자 표창원 박사가 참석한 가운데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 (왼쪽부터) 사회자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정윤석 감독, 표창원 박사 ⓒ조지혜 기자

영화는 1994년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지존파 연쇄살인사건’으로 시작하여 같은 해 32명이 숨진 ‘성수대교 붕괴사고’, 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까지 대형 참사 사건들을 1990년대라는 시대적 맥락에서 바라본다.

“현재 사회문제의 모든 원인이 90년대의 실패에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정 감독은 오늘날 한국 상황에 대한 거울로서 1990년대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비정규직이 합법화된 시기가 90년대였음을 상기시키고 당시 일어났던 대형사고의 책임자 처벌이 해결되지 못한 연장선에서 현재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영화는 지존파 사건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한다. 지존파 사건을 담당했던 고병천 전 서초경찰서 강력반 반장은 지존파 사건 피의자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피의자의 목적은 공통적으로 ‘돈’이었고, 범행의 내용도 사망 사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결과는 다섯 명을 살해한 지존파 사건의 범인 여섯 명이 모두 1년 후 사형당한 반면, 500여 명이 사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책임자는 징역 7년 6개월을 복역한 후 출소한 상태다.

▲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 정윤석 감독, 2013년작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한 관객은 자신이 1990년대 출생이라고 밝히면서 영화의 세 가지 사건에 크게 공감이 되지 않지만 ‘세월호 참사’를 연관 지어 보게 됐다며 “감독은 네 가지 사건이 연관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 질문에 정윤석 감독은 세월호 사건 이전의 반응과 세월호 사건 이후의 관객 반응이 명백하게 갈린다면서, “세월호 사건 이전의 영화제, 시사회 관객들은 사형제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했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에는 책임과 처벌의 문제를 더 확실히 다루어야 하지 않느냐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객은 다섯 명이 살해된 지존파 사건과 문민정부 말기에 이뤄진 스물세 명 사형집행을 연결하며 사형제도의 정당성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표창원 박사는 “범인에 대해 분노를 쏟아내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라면서 정확하게 잘못과 책임의 무게를 냉철하게 따지고 법을 평등하게 적용하는 것”이 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감독은 “지금까지 법이 형평성에 맞은 적이 없었다”면서 “법은 왜 형평성에 맞지 않는가, 국가는 정의로워야 되지만 왜 정의롭지 못한가에 대해 다시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사회를 맡은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20년 전의 이야기가 지금도 공감이 된다면서 정 감독과 표 박사에게 2014년에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물었다. 정 감독은 1994년 사고 당시부터 지금까지 20년간 고통을 겪고 있는 성수대교 희생자 유족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 20년 후까지 고통을 겪지 않으려면 ‘세월호 특별법’과 같은 강력한 결과물로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표 박사는 지역이나 이념으로 편을 가르는 집단적인 습관을 지적하면서 “결국에는 인간이 답”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유언인 “여러분이 세상을 떠날 때 혼자 미소 짓고 주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 그런 삶을 사십시오”를 전하면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그 유언을 되새겼다면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는 1990년대 중반 한국 사회를 뒤흔들어 놓은 세 가지 사건, 지존파 연쇄살인사건,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인터뷰와 언론의 자료화면들을 활용해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지존파를 검거한 두 형사의 회고담과 당시 자료화면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1990년대를 돌아본다. 또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보여주면서 90년대 정권, 5.18 주동자에 대한 처벌 문제까지 포함하여 우리 사회의 법, 사형제도, 정치, 권력의 문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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