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박홍기

내가 그리는 지도

- 박춘식

마음 안에
길이 있고 학교가 있고
강물 흐르고 성당 종소리도 울린다
술집은 소주병을 그려 넣으면 된다
매일 지도를 펴 보다가
지워버리는 집도 있고
도저히 지울 수 없는 오두막도 있다
그 오두막에서 하늘 빛님이 나오시더니
지도의 모든 길을
십자로 반듯반듯 정리하신다, 그리고
며칠 후 하늘 길을 그려주겠다고 하신다
그날부터 지도 한가운데 등고선을 그리면서
내가 그리는 산이 하늘에 닿기를.

태초의 하늘이 보이는 지도를
만들 수 있다면
만들 수 있다면

<출처> 나모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4년 7월 28일)

마음속이 복잡한 사람이 있고 매우 단순한 사람도 있습니다. 갖가지 생각으로 복잡한 분의 마음 지도는 길도 엉키어 있고, 집도 많고 포장마차도 많고 백화점도 많을 것입니다. 사람에게 오두막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오두막이 언덕 위에 아름답게 있는 지도가 있고 수많은 빌딩 사이 오두막이 어느 구석에 있는지 찾기 어려운 사람도 있습니다.
 

 
 
나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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