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교황 방한 이후 복음화 실천 활동(안)' 발표를 보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천주교회가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서울대교구(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가 교황 방한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지난 6월 27일 명동성당에서 ‘사제 성화의 날’ 행사 중에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와 함께하며, 한반도의 진정한 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교회’를 목표로 모든 교구민이 참여하는 ‘교황 방한 이후 복음화를 위한 실천 활동(안)’을 발표했다.

1960년대 이후 늘 ‘받는’ 교회였던 한국교회가 이제 가난한 아시아 대륙을 위해 ‘주는’ 교회가 되겠다고 밝힌 것은 반가운 일이다. 또한 공식적으로 북한 주민들과 북한 이탈 주민을 지원하겠다는 계획 역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다. 서울대교구의 교황 방한 이후 복음화 방안 자체가 모두 ‘지원사업’ 중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서울대교구가 지원기금을 마련하는 데 이 사업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지원기금 마련 방안, 과연 복음적인가

이러한 염려 때문인지 서울대교구는 ‘실천활동(안)’에서 기금마련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본당에서 2차 헌금을 거두어 40억 원을 마련하고, 우리은행과 연계한 금융상품에 가입해 10년간 240억 원을 모은다. 그리고 ‘교구민의 다양한 형태의 자발적 참여로’ 10년간 20억 원을 모금하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2024년까지 총 3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것인데, 구분해 보면 교구 신자들에게 60억 원을 걷고, 은행 금융상품으로 돈을 4배로 불려서 240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렇게 돈이 모일지도 불확실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하는 일이 과연 ‘복음화’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더구나, 이런 방식의 복음화 활동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제대로 응답하는 일인지 먼저 성찰해야 한다. 교황은 <복음의 기쁨>에서 자신이 바라는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198항)라고 밝히면서 “우리의 임무는 증진과 지원의 계획이나 활동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성령께서 촉구하시는 것은 과도한 행동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다른 이를 ‘어떤 의미에서 나 자신과 하나’라고 여기며 다른 이를 향하여 쏟는 관심입니다.”(199항)라고 말씀하셨다.

프란치스코 교황, 실적 위주의 복음화 경계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세계청년대회가 열리는 브라질에 도착해서도 “나는 금도 은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라는 말을 첫 발언으로 삼았다. 베드로 사도처럼, 교황은 가난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적 지원보다 ‘모든 이들 마음속에 형제적 사랑의 불씨를 심어 주는 것’이라고 믿었다. 또한 ‘영적 세속성은 통계와 기획과 평가에 매달리는 관리자의 기능주의로 표현되며, 그 주요 수혜자는 하느님 백성이 아니라 오히려 제도로서의 교회’라면서, 복음화를 ‘실적’ 위주로 생각하는 마음을 경계했다.

중요한 것은 가난한 이들을 내려다보거나, 시혜의 대상으로만 삼지 않고, 오히려 그들 안에 있는 ‘복음화의 힘’을 배우려는 태도다.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먼저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이라기보다 실제적으로 이들과 ‘동행하는 것’이다. 먼저 ‘동행’하고 나중에 ‘도울 방법’을 찾는 게 순서다.

그들과 동행하는 일을 교황 방한 이후로 미룰 이유도 없고,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교황은 <복음의 기쁨>에서 이렇게 말한다. “스승을 충실하게 본받으려는 교회는 오늘날 세상에 나아가 모든 이에게, 모든 장소에서, 온갖 기회에,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두려움 없이,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23항)

▲ 15일 저녁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주최로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조지혜 기자

서울대교구, 세월호 참사에 망설임과 두려움 없는 행동이 필요하다

7월 24일이면 온 국민이 애도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100일째가 된다. “국가는 없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참사 당시 대응에 문제점이 많았던 정부가 사후 실종자 구조 및 수습단계에서도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미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가족들이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이용훈 주교는 “근본적 치유와 쇄신의 시작은 참사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있다.”면서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이번 방한 일정 중에 이 유가족들을 미사를 통해 직접 만날 예정으로 알려졌다. 수원교구와 광주대교구 역시 희생자와 실종자, 유가족을 위한 미사를 계속 봉헌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교구는 지난 100일 동안 단 한 차례 미사를 봉헌했을 뿐이다. 광주에서 무고한 민중들이 국가권력에 의해 학살당했던 5월 18일,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미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세 번이나 ‘제 탓이요’라고 가슴 두드린 대통령이지만,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당사자가 바로 정부와 여당이라는 점에서 ‘악어의 눈물’을 연상시킨다.

국회 앞에서 단식에 들어간 단원고 2학년 수빈이 엄마는 “우리 아이가 4월 16일 수학여행을 떠난 이후로 꿈속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너무 억울하고 억울해서 부모님한테도 나타나지 않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엄마가 나약하고 힘은 없지만 엄마의 힘으로 너의 억울함을 너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교구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 14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조지혜 기자

몇몇 평신도 단체와 수원, 광주 등 교구도 유가족들과 지속적으로 동행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대교구’의 현직에 있는 추기경이 나서준다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교황 방한에 앞서 교황이 거듭 새삼 상기시켰던 ‘가난한 이들의 현장’을 방문하고, 교회가 이들과 동행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복음화’라고 생각한다. 지금 여기에 슬픔에 잠긴 이들이 있는데, 교황 방한 이후에나, 그것도 아시아와 북한을 위해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그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들과 동행하는 데는 한 푼도 들지 않는다. 서울대교구와 염수정 추기경은 “모든 장소에서, 온갖 기회에,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두려움 없이” 그들에게로 가야 한다.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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