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민의 상처도 안전도 내던진 야만적 밀양 송전탑 공사

▲ 한전은 경찰에 의해 101번 농성장 움막이 강제 철거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요란한 벌목 작업을 진행했다. ⓒ장영식

6월 11일 새벽, 부북면 위양마을은 경찰병력으로 조용했던 시골거리를 메웠다. 2천 명이 넘는 대규모 경찰병력이 동원되면서 장동 움막이 철거되고, 129번 평밭마을 농성장 움막도 철거되었다. 대규모의 경찰병력은 그들이 준비하고 훈련된 방식으로 거침없이 철거를 진행했다. 주민들을 끌어내고, 연대 활동가들과 성직자 그리고 수도자들의 사지를 들고 끌어냈다. 밀양시청 직원들과 경찰들의 손에는 대형커트기와 날카로운 소형커트기가 들려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한 수녀는 팔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지만, 경찰은 거칠 것 없이 강제 철거를 진행했다.

129번 농성장 천막을 철거하고, 곧이어 위양마을 주민들이 지키고 있는 127번 농성장 움막을 철거했다. 화악산을 새카맣게 뒤덮은 경찰병력이 힘없는 움막을 철거하는 데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부상당한 시민과 수도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한 들것과 앰뷸런스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부상당한 시민에게 들것이 들어오는 데 20여 분의 시간이 흘렀다. 10여 명의 국가인권위 직원들이 현장에 함께 있었지만 그들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경찰은 국가인권위의 존재 자체를 아예 무시하는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경찰은 상동면 115번 농성장 움막의 철거를 시도하였다. 마침 이 시간에는 농성장 움막 안에서 미사가 봉헌되고 있었지만, 경찰은 곧바로 강제 철거를 시작하였다. 주민들과 연대 활동가들이 끌려나오고, 수도자들이 끌려나왔다. 많은 주민들과 수도자들이 부상을 당했다.

▲ 한전의 공사 강행에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이렇게 세 곳 농성장의 움막이 강제로 철거되고, 단장면 용회마을 뒷산의 101번 현장의 농성장 움막만이 남았다. 101번 현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용회마을로 들어서야 했다. 그러나 경찰은 그 입구부터 일반 차량의 통제를 시작했고, 용회마을로 가는 다리도 봉쇄했다.

용회마을 입구 101번 현장은 가파른 산길로 30여 분을 올라가야 되는 비탈진 산정에 있었고, 101번 현장은 산외면을 마주보고 있었다. 산외면 보라마을의 고(故) 이치우 어르신 형제들의 논에는 102번 송전탑이 우뚝 솟아 있었다.

오후 네 시가 지났을까. 밀양시 직원들이 행정대집행 공문을 낭독하고 경찰을 동원해서 움막 강제 철거를 시도했다. 101번 움막은 상당히 가파른 곳에 설치되어 강제 진입시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밀양시 직원들과 경찰은 거침없이 철거를 시도하였다. 주민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부상을 당하고, 119 헬기로 이송되어야 했다.

밀양시와 경찰에 의해 강제 철거가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한전은 동시에 대형 엔진톱을 사용하며 101번 현장의 벌목 공사를 강행하였다. 오래된 소나무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때로는 큰 소나무가 주민과 경찰이 있는 곳으로 쓰러지려고 하자 경찰을 동원해 방향을 틀어야 했다. 한전은 주민들의 안전에 대해선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이에 대해 경찰과 한전에게 강력하게 항의하자 부상자를 이송하기 위한 헬기 착륙장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벌목이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고, 주민들은 이에 더 이상 항의하지 못했다.

▲ 한전에서 임대한 대형 헬기는 쉴 새 없이 공사 자재를 운송하며 강한 흙바람을 일으켰다. ⓒ장영식

▲ 한전의 공사 강행 속에서도 부상당한 주민들은 119 헬기로 끊임없이 이송되었다. ⓒ장영식

그러나 이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부상당한 주민들은 그 반대편의 숲에서 침상을 밧줄로 올려 헬기로 이송하였다. 벌목 작업은 헬기로 공사 장비를 운송하기 위한 것이었다. 101번 현장의 주민들과 연대 시민들은 움막의 강제철거가 완료된 후에 분노와 절망 그리고 깊은 상실감을 추스르며 ‘어떻게 하산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던 중에 한전의 대형 헬기가 공사 장비를 운송하면서 태풍과도 같은 강한 흙바람을 일으켰다. 경찰도 전혀 모르게 작업장의 장비의 운송이 시작된 것이다. 경찰조차도 만류하였지만, 한전은 거침이 없었다.

한전은 마치 밀양 주민들을 상대로 승자로서의 포만감과 교만함으로 가득해보였다. 그들은 움막이 사라진 모습을 촬영하며 희희낙락하였고, 어떤 이들은 움막을 철거하면서 “추위를 피한다고 별짓을 다했네”라고 웃으며 조롱하였다. 밀양 주민들의 절망과 분노 그리고 상처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와 배려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에 항의하자 젊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은 자신이 쓰고 있는 작업 모자를 사진기에 들이밀며 해볼 테면 해보란 식이었다. 한전은 경찰의 만류에도 5분 간격으로 쉴 새 없이 헬기로 작업 장비를 운송했고, 그때마다 현장에는 강한 흙바람이 휩쓸고 갔다. 한전은 경찰의 보호 아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들의 작업을 진행했다.

이때에는 아직도 환자를 헬기로 이송하지 못한 위중한 주민들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한전은 전혀 거칠 것이 없었다. 단 1분 1초도 양보할 수 없다는 한전의 비인간적 행태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전의 헬기 운송을 중단할 것을 경찰에 다시 한 번 요청하였지만, 경찰의 답변은 한전의 공사 강행은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는 무기력함 그 자체였다. 한전의 요청에 의한 송전탑 반대 농성장 움막의 강제 철거는 대규모 경찰 병력으로 집행하면서도 주민들의 안전을 무시한 한전의 무모한 공사 강행은 막을 수 없다는 이중의 잣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경찰 스스로도 이 답변이 궁색했던지 지휘부는 철수해버렸다.

어둠이 스며오는 시각, 밀양 주민들과 연대 시민들은 하산을 결정했다. 산을 내려오면서 나는 혼돈 속에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존엄과 배려조차 없는 저 사람들의 문제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문제일까, 구조적인 문제일까? 돈일까, 교육일까? 정말 무엇이 문제일까?”

▲ 한전은 경찰의 보호 아래 주민들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무모한 공사 작업을 강행했다. ⓒ장영식

▲ 한전의 젊은 직원은 주민들의 항의에 아랑곳 하지 않고 오히려 비웃음으로 조롱하였다. ⓒ장영식

▲ 101번 농성장의 움막이 사라지고 없는 모습. 그 너머로 100번 공사 현장의 모습이 보인다. ⓒ장영식

▲ 한전은 오래된 소나무를 베어내면서 전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베어진 소나무가 주민과 경찰이 있는 곳으로 쓰러지려고 하자 경찰이 동원되어 급히 방향을 틀고 있는 모습.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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