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자원 공사, 철벽방호 소통없는 주민설명회

▲ 1월 5일 정부에서 경인운하 사업을 재추진 하겠다고 선언한 이래 한달만인 2월 4일 오전 12시. 경인운하사업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열리는 계양 1동 주민센터 앞.

통상 환경영향평가에는 4계절에 대한 모니터링과 예측이 필요하다. 개정된 법에 따르더라도 적어도 6개월은 기간을 두고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30일만에 경인운하 사업의 청사진과 환경영향평가 초안이 나왔고 제기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주민들에게 해소방안을 설명해주겠다며 지난 2월 4일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수자원공사에서 주최한 주민설명회는 첫번째 풍경부터 팍팍했다.

팍팍한 계양구 주민설명회

첫 주민설명회 장소인 계양1동 동사무소는 예정시간 훨씬 전부터 작전을 펼치듯 경찰 버스 6대가 둘러싸고 완전무장한 전의경들이 출동대기중이었고 순찰을 강화하고 있었다. 버스로 포위된 설명회 장소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목인 주민센터 현관 계단은 열 댓명의 지역 주민들이 점거하고 찬성하는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도록 팔짱을 끼고 몸으로 막고 있었다. 그 뒤로는 사복경찰들이 주민을 가장해 몇 명 서성이고 주변에서는 플래시가 터지며 사진체증을 서두르고 있다. 바로 뒤로 경찰 기동대 청년 전의경들이 정렬해 있고 그 뒤로는 또다시 건설사 직원들과 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이 서 있는 등 삼중 사중의 방어막(?)을 치고 주민설명회에 들어오는 시민들을 걸러내고 있다. 운하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은 절대 들어갈 수 없다며 온갖 욕설과 고성과 비난을 날아가고, 설명회장 진입을 시도하는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몇차례의 몸싸움을 벌였다. 

사실 그간 정권이 계속 바뀌었지만 토목건설에 뿌리를 두고 있던 우리 대한민국의 건교부, 국토부 등 대를 이어가는 토건 정부 당국은 경인운하라는 장밋빛 청사진만을 보여주며 지역주민을 호도해왔다. 어쩌면 지역주민들도 피해자의 한사람이다. 주변지역 땅값 상승에 비해 그린벨트로 묶여왔던 해당지역 주민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상당히 느꼈을 것이다. 또 과거 15년전 정부에서 토지수용을 한 이후 해당지역 땅값이 현재 수십배로 뛰었다며 억울해 하신다. 본전 생각하면 눈물 날 듯도 싶다.

그렇지만 운하 개발을 반대하는 이들은 "여기에 계양1동 주민분들 돈만 들어갑니까? 아닙니다. 전국민들의 소중한 혈세 2조2천5백억의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여되는 재정사업입니다. 그나마 경제성도 없다고 여러차례 감사원 감사를 비롯해서 전문가들의 지적도 받았었구요. 운하 수로내 수질오염과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환경적인 문제는 결국 해결이 안돼서 환경부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하지 못하잖았습니까? 이런저런 문제 해결책 물어보고 청사진이라도 한번 눈으로 보려고 하니까 들여보내주세요. 왜 법적으로 보장된 설명회 길목을 막으십니까?"하고 통로를 막아서는 사람들에게 항의한다.  

▲ 계양구 주민조차 주민등록증을 확인하고도 반대입장이라는 이유로 경찰 측에 의해 입장이 저지되었다.


 충돌을 막기 위해서 파견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찰은 입구를 봉쇄하는 것에만 총력을 기울인다. 찬성하는 의견과 함께 하자있는 계획에 대한 문제제기를 고루 들을 때 좀 더 바람직한 정책의 수행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찬성하는 사람들만 필요하다면 왜 고시를 통해서 일반 주민들을 오라고 했는가? 과거 20-30년전에나 보았던 풍경이 이명박 정부아래서 또다시 발생했다. 용산 철거민 참사에서도 그랬듯이 이 땅의 민주경찰은 죽었고 민중의 지팡이들만 다시 부활했다. 적어도 앞으로 4년간은 몽둥이 찜질은 실컷 당하게 생겼다.

▲ 주민설명회에서 경찰 역할, 주민설명회의 텅 빈자리 메꾸기.

주민설명회장 안에는 수자원공사와 건설회사 간부 직원들만 일부 앉아 있다. 빈자리가 쑥스러웠을까? 전의경들로 자리를 채워졌다. 과연 그들이 경인운하사업 계획의 사업성이나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관심이나 선지식이 있을까? 야광의 흰줄이 전의경들이다. 일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부하들을 함부로 다루는 계양지역 경찰간부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권에 대한 이상한 과잉충성을 보이지만, 과연 파란집에서 알아나 줄런지...무엇보다 지리한 소리에 따분해하는 우리의 청년들이 불쌍할 뿐이다.

경인운하, 토건정부의 경제성도 무엇도 없는 건설사 뒤 대주기

애시당초 운하는 굴포천 방수로가 화근이다. 하지만, 수해방지 위한 굴포천 방수로라면 벌써 마무리 되었어야 할 공사다. 아직 수자원공사 발표의 방수로 공정률은 50%가 안된다. 환경단체의 반대가 원인이라지만, 여태껏 환경단체는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굴포천 방수로를 조속히 완공하길 요구했지 반대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운하로 가기 위해 지지부진 공사를 계속 미뤄왔던 운하추진론자들이 원흉이다. 아쉬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경인운하를 이미 다 된 공사 아니냐? 숟가락만 더 얹으면 되는 손 쉬운 공사가 아니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이건 명백한 착각이고 뭘 잘 모르시고 하는 말씀들이다.

사실 방수로는 5천 4백억원이면 아니 그전에는 2천7백억원 정도면 애시당초의 목적인 굴포천 유역의 홍수피해를 방제할 수 있는 공사였다. 박정권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외형만 키워온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와 같은 정부 토건 직원들은 국내 대형 댐공사가 완료되면서 인원감축이 불가피해졌다. 때마침 중동의 건설 특수도 끝나가고 남아도는 장비와 인력의 재투입구가 마땅찮던 건설사들의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지면서 새만금과 경인운하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게 된 것이 바로 우리 경인운하를 비롯한 대형 토건사업의 역사다. 갈수록 무섭게 자라는 것이 이런 사업들이다. 아마도 박근혜 의원이 얘기했던 한일 해저 터널공약도 그 일종이다. 결국 이대로 가면 5년뒤에는 정말 한일 해저터널을 뚫다가 큰 재앙을 초래할런지도 모른다.

또, 그간 다양한 전문가들의 많은 문제제기로 경제성 없음과 환경오염에 대한 대책이 부족함이 드러났다. 서울-인천 18Km거리는 아무리 오래 잡아도 1시간이면 올수 있는 거리다. 그 거리를 갑문 통과시간 40-50분(인천항 갑문은 통상 60분)과 시속 10-20Kmd/h의 바지선이 운하18Km 구간을 1시간정도 걸리며 운항한다고 볼 때 최소 3시간정도 소요된다. 하역/선적 시간은 빼고다. 얼마나 저렴한 운송료로 승부할는지 몰라도 운송회사들에서 운하를 이용하지 않겠단다. 전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운송 전문가들도 말도 안 되는 소리란다. 비용편익을 정권에 따라 들쭉날쭉하게 내는 외풍 압력 잘 받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운하 파서 갑문 만들고 배 팔아 먹으려는 네덜란드DHV 같은 회사가 아니라면 그런 경제성이 절대 나올 수 없다는 거다.

또, 서울-부산의 연안운송 얘기하지만 한진해운(1995-2006)과 대한통운(1998-2001)에서 정부지원금을 받고도 2006년도엔 두손 두발 다 들었던 노선이다. 고작 18Km 인공 물길을 더 뚫는다고 신속성을 요하는 현대화물의 특성과 그간 부족했던 경제성을 극복할 수 있을까? 몇몇 어용 경제학자는 정부보조금 운운하지만 그렇게 곡학아세 하면 안 된다. 아무리 남의 돈 같은 세금이라도 다 피 같은 국민 세금이다. 자기 돈이라도 그리 쉽게 생각할는지 다시 한번 따져 묻고 싶다.

하루에도 몇 차례의 주민설명회, 이건 요식행위다

2월 5일에는 경인운하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하루에 두건이나 있었다. 인천 서구와 김포시 등 전례없는 두차례의 강행군은 수자원공사 등 정부측에도 대책위 측에도 버거운 일정이다. 어쩌면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계획을 좀 더 완전하게 수정보완하려는 뜻인지 아니면 후딱 해치우고 말려는 수작인지 모를 일이다. 어제, 오늘, 내일 3일만에 4건을 해치우고 정말 속도전 식으로 행정행위를 치러내고 있다. 문제가 많다고 하는 운하계획을 수정, 보완하려 하기보다 3월 조기착공이라는 절대불변의 목표를 정해놓고 그 일정에 모든 것을 끼워 맞추는 군사작전과 같은 돌격형의 일추진이다. 누구의 방식인지 이젠 초딩들도 다 안다.

2월 5일에 있었던 인천 서구지역 주민설명회에서는 경인운하 개발 찬성 주민들로 입구가 원천봉쇄 당한 상태에서, 문화회관은 완전무장한 전의경으로 채워진 여러대의 버스가 점령했고 설명회장 가는 길목 길목엔 기동대 차량들로 보이는 승합차들이 시동도 끄지 않고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일방적인 찬성측 편들기의 부당함과 불법에 대한 수수방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언론보도 덕분인지 이날은 경찰이 한 명도 전면에 나서진 않았다. 그런데 눈여겨 보니 주민들 뒤로 쭉 늘어서서 팔짱을 굳게 끼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그간 방수로 공사 현장에서 여러차례 공사현장 출입관계로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입씨름을 했던 금호건설 등 방수로 공사현장 직원들이었다. 왜 이들이 여기에 있을까? 수자원공사가 주관이고 주민설명회에서 용역사 직원들처럼 이들이 스크럼을 짜고 주민설명회 저지를 막고 나서는 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주민설명회를 자본이 자신들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막고 있는 것이다. . 

고촌면 주민센터로 치러진 주민설명회는 분위기 사뭇 달랐다. 여전히 면사무소 건물 입구에는 운하 찬성측 주민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있었지만, 오늘 김포시 설명회에서는 주민 사이에 이해가 엇갈렸다. 무조건적인 찬성을 외치는 백발 성성한 계양지역 주민 노인분들과 어린 애기들을 업고 걸리고 찬겨울바람 단도리해서 주민설명회 들어보자고 나온 김포 고촌지역 신도시 아파트의 젊은 새댁들의 입장이 달랐던 것이다.

정작 해사부두 설치로 인한 짠 모래바람이 싫어 나왔지만 환경이 나빠진다면 경인운하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였다. 주민들이 그저 무관심하거나 무조건 찬성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주변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다행이다. 아직 경인운하 문제를 해결해려면 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이제 그 시작인데, 과연 어떤 모습으로 결론이 날지 궁금하다.

권창식/인천 가톨릭환경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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