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인천교구 한반도 운하 반대

이례적으로 천주교 인천교구가 한반도 대운하 관련 반대 입장을 전국에서 우선 표명했다.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환경사목위원회는 ‘창조질서에 어긋나며 경제성 없는 운하, 한반도를 파괴합니다’라는 제목의 한반도 대운하 반대 성명서를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인천교구는 성명서에서 “정부는 대운하 건설 사업이 경제성장과 지역균형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성장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추진해서는 안 되며 국고탕진과 자연 생태계의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한다.”며 “대운하 사업은 정권적 차원에서 무리하게 추진될 사업이 아닐뿐더러 우리 신앙인들은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 이 시대의 징표를 읽고 올바른 창조질서 사업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자연은 하느님의 창조 작품이므로 인간이 자연을 마음대로 훼손해선 안 된다.”면서 “곧고 깊은 인공수로를 만들 때의 생태계 파괴와 그 영향은 누구도 예상키 어렵다. 더구나 백두대간을 뚫어야 하는 문경새재 구간의 뱃길 터널 공사로 인한 위험성과 소모성은 가장 많은 환경적 경제적 타당성 논란에 휘말려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인천교구는 “갈수록 열악해지는 현 시대의 환경문제는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해서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한반도 대운하와 같은 환경파괴, 생명경시를 가져오는 성장지상주의적 정책은 생명과 평화이신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인천교구는 이날 성명서 말미에 국민적 합의가 전혀 없는 한반도 대운하건설을 심각하게 우려하며 대운하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러한 내용은 교구 홍보실을 통해 지역 언론사에 배포됐으며 30일자 인천주보에도 전문이 실렸다. 주보 만평에는 ‘강은 감실입니다. 주님의 거룩한 몸이 머무는 생명의 공간을 함부로 파헤쳐서는 안됩니다’라는 내용의 ‘바울로 만평’이 함께 실려 일관된 반대입장을 강조했다.

오는 2일 오후 7시 가톨릭회관에서는 '한반도 대운하 반대,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한 미사'가 교구 총대리 이준희 신부의 집전으로 열릴 예정이다.

가톨릭환경연대 권창식 사무국장은 “향후 인천 각 성당 차원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서명운동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이와 별도로 교구별 환경사목단체들과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부산에 모여 전국적인 연대 방안, 교구별 활동 등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권 국장은 “정치논리에 따라 시범사업 운운하며 부화뇌동하는 경인운하 역시 한반도 대운하와 연계, 지역의 이슈로 다시 떠오고 있다.”며 “사업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등 총선일 전에 한반도 대운하 현안을 쟁점화함으로써 반대여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경부운하와 함께 영산강과 금강을 연결하는 호남운하 그리고 통일 후 물길을 따라 북한 신의주까지 연결되는 운하를 통틀어 말한다.

한반도대운하추진사업본부에 따르면 경부운하는 서울과 부산 간에 수심 6m 이상, 너비 100m 이상 총 540여km 수로를 만들어 2,500~5,000톤 급 바지선이 운행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필요한 수심을 확보하기 위해 약 15m 높이의 보를 16개 정도, 갑문을 19개 설치해야 한다.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조령산에 높이 약 20m, 너비 약 22~23m, 길이 약 26 km의 터널을 2개 뚫어 왕복 교통이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한편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정부측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한 한반도 대운하 사업 토론회를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정부측의 불참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지영일 20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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