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교구장 부활 메시지 · 강론 통해 세월호 실종자 위한 기도 요청
수원교구 4개 본당 주일학교서 피해자 발생…교구장 긴급 담화문 발표

부활 첫 주를 맞았지만 모두가 기다리는 기쁜 소식은 아직 도착하지 않고 있다. 비극적인 세월호 침몰 사고로 차분한 부활절을 지내고 있는 한국 천주교회의 지도자들은 부활 메시지와 강론에서 하느님께서 실종자와 희생자들에게 부활과 생명의 은총을 주시기를 간절히 청했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20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발표한 메시지에서 “진도 앞바다 여객선 침몰사건을 보면서 이 불행한 사건이 왜 일어났고,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일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주교는 “이 기막힌 현실 앞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예수가 오빠 라자로의 죽음을 슬퍼하는 마리아와 마르타에게 했던 말씀을 인용했다.

“네 오빠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 (요한 11,23-26)

그러나 이 주교는 “책임감을 소홀히 하고 임무에 충실하지 못한 책임자들의 잘못과 죄악,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일분, 일초가 바쁜데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정부 당국, 오락가락한 보도들, 이 비참한 와중에 침몰사고를 사칭해 스미싱을 하는 사람들, 이런 일들은 이번 사건에 나타난 일이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에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죄악들”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이 주교는 지난 2월 발생한 경주 리조트 붕괴 참사를 언급하며, “아픔이 채 가시기 전에 또 다시 일어난 이번 참사 안에서 우리 국민 모두는 총체적인 반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 우리들의 죄를 사랑으로 짊어지셨듯이 우리도 우리의 잘못을 뉘우치고 이웃들의 허물들을 용서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될 때 부활을 믿는 사람들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 진도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닷새째인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고 초지동 화랑유원지에서 시민들이 촛불기도회를 열고 사고로 실종된 단원고 학생들의 무사생환을 염원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20일 오후, 종로구 가회동성당에서 집전한 부활 대축일 미사에서 신자들에게 세월호 사고 실종자와 희생자들을 기억할 것을 요청했다.

염 추기경은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실종 상태에 있어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특별히 부모님들의 마음을 하느님께서 위로해주시기를 기도하자”고 말했다. 이어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이 밤에 우리는 고통과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그분께 희망을 둔다”고 말했다.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긴급 담화문 발표

한편, 다수의 실종자와 희생자가 발생한 안산 단원고등학교가 있는 수원교구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19일 오전 ‘진도 해상 여객선 사고와 관련한 교구장 긴급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주교는 담화문에서 “이번 사고로 실종되거나 희생된 학생들 중에 안산대리구 관할의 여러 본당이 포함되어 있다. 안산대리구에서는 교구와 협력해 이번 사고와 관련한 신자들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원교구가 19일 오전 9시 40분까지 파악한 바로는, 와동일치의모후성당, 원곡성당, 고잔성당, 선부동성당의 주일학교 학생 22명이 세월호에 탑승했다. 이 중 사고 당일에 구조된 학생은 5명이다.

이용훈 주교는 “이번 부활 대축일에 수원교구민은 어느 때보다도 더욱 엄숙하고 경건하게 지내며, 이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아직 생사를 모르는 실종된 이들이 하루 빨리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그리고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서는 주님의 자비하심을 빌며 영원한 안식을 누리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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