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교구, 매일 사제 2명 파견하기로…실종자 가족에 상담과 고해성사도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을 위한 매일 미사가 진도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봉헌되고 있다. 미사는 진도 팽목항에서 오후 4시, 진도실내체육관 옆 천막에서 오후 8시에 열린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회장 최기원 신부)는 19일 진도실내체육관에 기도실을 마련하고 실종자 가족 지원활동을 시작했다. 20일에는 팽목항에도 부스를 설치했으며, 매일 두 곳에 사제 1명과 수도자 2명, 평신도 봉사자 2명을 각각 파견하고 있다.

사고현장과 가까운 진도성당(주임 정승욱 신부)과 진도진길성당(주임 김준오 신부)에서도 사제와 신자들이 현장에 나와 지원활동을 돕고 있다.

진도실내체육관에서는 19일 부활 성야 미사를 봉헌했고, 예수 부활 대축일이었던 20일에는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 두 곳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했다.

두 곳에 설치된 부스에서는 엿새째 뜬 눈으로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이 언제라도 찾아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사목자와 봉사자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원하는 신자들에게는 고해성사를 주고 있다. 묵주와 기도서 등 기도 물품과 신앙서적도 구비해 제공하고 있다.

▲ '세월호 침몰사건' 사흘째인 18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기도를 드리고 있다. ⓒ오마이뉴스 유성호

19일부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을 돌보고 있는 최기원 신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전화 통화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토로하면서 위안을 얻고, 신앙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많이들 겪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자들은 시간이 될 때마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다가가 기도 요청에 응하거나 상담을 해주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울고 있는 사람의 옆을 지켜주는 일 자체가 상담 활동이 되고 있다.

진도실내체육관에 천막으로 차려진 기도실에는 실종자 가족뿐만 아니라 봉사자들이 찾아와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위한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최기원 신부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함께하는 마음”이라고 기도를 호소했다. 최 신부에 따르면 교구청과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로 신자들의 자원봉사 참여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구조 활동은 전문가의 영역이라 자원봉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실종자 가족을 지원하는 봉사자의 수도 현재로서는 충분한 실정이다.

최 신부는 “이런 상황이 누군가에게, 심지어 하느님에게까지 버림받은 걸로 보일 수 있겠지만,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들과 함께함으로써 어떤 순간에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예수 부활 대축일이었던 20일에는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가 진도실내체육관 부스를 찾았다. 김 대주교는 “많은 승객들이 희생된 상황에서 부활 대축일의 축제 분위기를 자제하고,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모든 교구민들이 기도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광주대교구는 교구 사제들이 돌아가며 현장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각 본당에는 실종자들의 무사 기원을 바라는 현수막을 걸기로 했다.

이번 사고에서 가장 많은 실종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수원교구의 이성효 보좌주교도 20일 오후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했다. 이 주교는 실종자 가족들과 예수 부활 대축일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미사에 참석한 이들을 일일이 만나 위로했다. 이 주교는 이번 사고로 인한 교구민의 장례미사에도 가능한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21일)까지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가 현장에서 파악한 실종 및 사망 신자 수는 24명으로, 이 중 22명이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이다. 그 외 1명은 교사, 1명은 승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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