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 - 박병상]

겨우내 저장식품만 먹다 입맛 잃은 조상은 봄철 논둑에서 머위를 뜯어 된장에 버무려 나물로 무쳤다. 머위로 입맛을 되찾았다지만 먹을거리가 풍성해 그런가? 요즘 젊은이들은 쓰디쓴 머위나물을 대체로 외면한다. 여러 식물과 자리를 다퉈야 하는 자연에서 잎사귀가 쓰다면 초식동물의 접근을 예방하는데 아무래도 유리하다. 입맛을 기억하는 동안 접근하지 않을 것인데, 사람은 예외다. 그 쓴 머위까지 뜯어 먹는다.

요즘은 머위까지 재배하는 걸까? 얼마 전, 식탁에 올라온 머위나물은 예전보다 덜 썼다. 씨를 받아 여러 차례 재배하면 더덕의 향기가 약해지듯 시장에서 파는 머위도 재배한지 오래된 건지 모른다. 머위가 봄철 별미라 해도 젊은이들 입맛을 유혹하긴 어렵다. 지독하게 쓴 머위는 잘 팔릴 수 없다. 잘 팔리는 머위의 씨를 선택해 재배한다면 쓴맛은 많이 약해질 것이다. 잘 팔릴 수 있지만 그 머위를 뿌리면 초식동물이 꺼리지 않고 먹어치우는 건 아닐까? 안심해도 좋겠다. 요즘 가축은 목장에 갇혀 GMO 사료만 축내므로.

자연에서 선발된 농작물은 농부들의 품종개량을 거치며 타고난 유전적 다양성을 크게 잃는다. 그 결과 같은 농작물을 심으면 덤벼드는 곤충이 늘어나게 된다. 사이짓기로 곤충의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만 기계로 농사를 짓는다면 곤충을 피할 정도의 사이짓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살충제에 의존하는 농부가 늘어나는데, 곤충이 내성을 키우면서 농부는 더욱 강력한 살충제를 뿌려야했다. 그러자 땅을 기름지게 하던 다른 생물들이 사라지더니 살충제를 뿌리는 농부의 건강을 위협했다. 급기야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했다.

GMO, 다시 말해 유전자 조작 농산물은 유기농인가? 농작물의 유전자 안에 살충 성분을 발현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므로 살충제를 따로 뿌리지 않아도 된다고 그 씨앗을 파는 회사는 주장한다. 그러므로 유기농이라고 규정해도 좋을까?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각국에 팔려나가는 GMO 농작물에는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종류가 살충 성분을 가진 농작물보다 더 많다. 잡초를 죽이는 제초제도 점점 강해지고 자주 뿌려야 하는 까닭에 이젠 농부와 소비자를 위협할 지경이 되었다. 그러므로 제초제를 조금만 뿌려도 된다고 광고하는 GMO는 유기농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재배 면적이 늘어나면서 GMO 씨앗에 조작돼 들어간 제초제 내성 유전자가 심각하게 퍼지고 있다. 제초제를 뿌려도 끄떡없게 하는 콩 속의 유전자가 옮겨가 잡초까지 제초제를 이겨내는 사례가 확산되는 중이다. 살충 성분을 발현하는 유전자도 사정은 비슷하다. 죽어야 할 곤충이 버젓이 살아서 목화 열매 속에 꿈틀대는 현상이 인도에서 늘어난다. GMO에 조작돼 들어간 유전자가 엉뚱한 식물로 이동하고 곤충이 GMO의 살충 성분에 내성을 가진다면 농부는 더욱 강력한 살충제와 제초제를 더욱 많이, 그리고 자주 뿌리고 싶어질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그러므로 광고와 달리 GMO는 유기농일 수 없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제초제나 살충제, 그리고 화학비료를 뿌리지 않으면 유기농으로 생각한다. 물론 유기농에 그런 화학농약과 화학비료는 포함되면 안 된다. 하지만 유기농 기준은 화학농약과 화학비료 사용 여부에 한정되지 않는다. 소비자와 농부의 건강뿐 아니라 생태계의 건강까지 두루 살피는 것은 물론이지만 거기에서 그칠 수 없다는 의미다. 유기농은 땅과 하늘과 사람과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 먹고 재배하는 사람은 물론이지만 파종하고 재배하는 농산물 때문에 땅속과 생태계의 동식물에 피해가 생기면 유기농의 자격은 사라진다. 유기적이지 않는 까닭이다.

살충성분 가진 GMO를 먹인 실험동물과 가축들, 수명 줄고 암 발생

GMO 농작물을 심고 제초제와 살충제, 그리고 화학비료를 전혀 뿌리지 않는다고 해도 유기농일 수 없다. 특히 살충 성분을 가진 GMO를 실험동물과 가축에 먹이자 수명이 눈에 띄게 줄어들거나 여러 암이 발생하고, 심지어 심장과 뇌와 같은 장기가 위축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그런 농작물은 그 씨앗을 파는 기업의 이익에 봉사할 수 있지만 전혀 유기적일 수 없다. 사람에게 가려움증 이상의 징후가 발생하지 않았다지만 앞으로 어떤 치명적 부작용이 발생할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책도 세울 수 없다.

▲ 미국에서의 몬산토 반대 시위 (사진 / Russia Today 유튜브 갈무리)
GMO 씨앗의 유전적 다양성은 아주 단순하다. 특정 제초제에 내성을 갖도록 유전자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그 농작물은 타고난 유전적 다양성을 거의 잃고 말았다. 살충 성분을 가진 GMO도 마찬가지다. 몬산토와 같은 다국적기업이 독점 공급하는 GMO 씨앗은 유전적 다양성이 거의 없는 만큼 환경변화에 이겨낼 힘이 아주 약할 수밖에 없다. 지구온난화에 이은 기상이변은 유전적 다양성을 잃은 농산물에 치명적일 수 있다. GMO 농작물이 바뀐 환경에서 작황이 떨어지거나 심각하게 줄어든다면 인류는 식량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식량위기는 지구촌의 평화에 위협이 된다. GMO가 유기농일 수 없는 이유가 추가된다.

정부는 우리의 유기농 기준을 미국과 동일하게 바꾸려고 애를 쓰고 있다. GMO를 독점 공급하는 다국적기업의 근거지인 미국은 유럽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보다 기준이 느슨하다. 미국은 GMO가 5% 이내로 섞여도 유기농으로 인정한다. 순전히 GMO 씨앗 생산업체를 위한 배려다. 한미FTA가 체결된 상황에서 우리의 유기농 기준이 느슨해지면 미국의 유기농산물 판매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우리 농부와 유기농 매장의 불이익은 불 보듯 뻔하다. 나중에 기준을 바꾸거나 규제하려고 하면 미국 기업은 우리 정부를 고발할 테고, 우리는 막대한 세금으로 보상해야 할 게 틀림없다.

아직 우리 농토에 GMO 씨앗은 파종하지 못하지만, 정부가 미국의 압력을 받아 허용하게 된다면 우리 농토도 미국처럼 GMO의 조작된 유전자로 돌이키기 어렵게 오염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유기농을 아예 잃어버리고 말 수도 있다. 우리의 유기농 기준을 지켜야하는 것을 물론, GMO의 농토 파종을 생존을 위해 반드시 막아야 한다. 나아가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이동거리를 따져 유기농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GMO로 오염된 미국 농산물을 배제할 수 있다. 그를 위한 행동이 점점 시급해진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 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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