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무기 수출에 국익만 앞세워선 안 돼”
국제 인권단체 ‘바레인 워치’와 한국 평화운동단체들의 노력으로 지난 1월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대광화공 등 2개 업체가 신청한 최루탄 수출 승인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바레인으로 한국산 최루탄이 수출되는 일은 잠시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완전한 금지 조치가 아니고,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 등 편법을 통해 바레인에서 한국산 최루탄이 다시 사용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최루탄을 비롯한 한국산 무기가 바레인에서처럼 억압과 인권침해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으려면 관련법 개정과 무기 수출 규제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무기 수출, 국외 인권 상황도 고려해야
무기 수출은 총포 · 도검 · 화약류 등 단속법(이하 총단법)과 대외무역법의 적용을 받는다. 현행 총단법은 “공공의 안전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경찰청장 또는 지방경찰청장이 총포 등의 수출을 허가하지 않거나, 이미 수출허가를 받은 경우에도 수출 일시금지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외무역법의 경우 수출허가 제한의 요건으로 “국제법규에 따른 의무의 이행”과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를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 2013년 4월 유엔 무기거래조약에 서명하면서, 재래식 무기의 불법적이고 무분별한 이전을 규제하는 데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경찰청은 총단법에 명시된 “공공의 안전유지”를 국내 공공의 안전으로만 한정해 해석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 3년간 최루탄 수출허가 과정에서 바레인의 인권 상황은 고려 사항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경찰청과 방위사업청 등 관계 부처는 지난 2월 최루탄이 무기거래조약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황필규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공공의 안전을 국내에 국한해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총포 등의 국외 유출이 국내 공공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상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에 명시된 ‘공공의 안전’의 뜻을 더 명료하게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황 변호사는 “추상적인 개념인 ‘공공의 안전’을 수출에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대한 인권침해의 명백한 위험’ 등으로 그 제한의 사유를 명료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급한 규제 필요, “바레인 사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어”
박승호 무기제로 활동가는 “수출시 인권 기준에 근거해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비단 최루탄뿐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소총과 산탄총, 탄약, 다양한 분사기 등 대부분의 무기가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 치안 용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동시에 평화 시위자들에 대한 과도한 무력 사용과 중대한 인권침해의 도구로 쓰인다는 것이다.
박 활동가는 “총단법을 비롯해 한국의 무기 수출 관련 법제도를 제대로 손보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언제든지 한국산 무기들이 해외 어딘가에서 시민들을 탄압하는 억압의 도구로 사용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며 관련법의 시급한 개정을 촉구했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국장은 한 발 더 나아가 ‘무기 수출 통제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편집국장은 과거 한국 정부가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독재정권에 무기와 각종 시위진압도구를 수출하는 한편, 인도네시아 점령에서 독립한 동티모르에는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던 모순적인 행태를 예로 들며, “무기와 군용물자의 수출을 국가 이익의 관점에서만 접근할 뿐 어떠한 제약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편집국장은 “한국산 최루탄 문제는 항상 잠재돼 있던 문제다. 뒤늦게 바레인과 터키에서 한국산 최루탄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 이 문제의 전부인 것처럼 이해되는 것은 곤란하다”며 “이를 계기로 무기 수출에 관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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