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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아닌 자사(自死)…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문제한마음한몸운동본부 설립 25주년 기념 한 · 일 자살예방 심포지엄 열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본부장 정성환 신부)가 설립 25주년을 기념해 ‘한 · 일 자살예방 사업의 현황과 교회의 노력’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16일 오후 2시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서울성모병원) 의생명산업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사회복지관협의회, 일본 카리타스가 공동 주관했다.

1부 주제발표 시간에는 아키타대학 의학부 사사키 하사나가 교수, 일본 카리타스의 키요나가 후미코 씨, 중앙자살예방센터 이수정 부센터장, 가톨릭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이강숙 교수가 한국과 일본의 자살 예방 사업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옆 사람과 잘 관계 맺고 연결되는 것이 자살 예방의 우선 조건”

   
▲ 사사키 하사나가 교수
사사키 하사나가 교수는 일본의 자살자 수가 2010년부터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에 들어섰다고 전하며, 이 배경에는 내각부에 자살대책긴급전략팀을 만들고 자살대책기본법을 제정한 정부의 발빠른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2009년 지역자살대책긴급강화기금 100억 엔을 47개 기초자치단체에 배분했다. 이는 다시 관련 NGO에 나눠져 관련 활동에 쓰였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아키타 현은 1996년부터 2012년까지 18년 연속 일본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나타냈다. 사사키 교수는 “아키타 현에서 자살률이 감소한 것은 무엇보다 민간과 전문기관, 행정당국이 긴밀하게 협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키타 현에서는 자살예방전단지를 작성해 전 가구에 배포하고 25개 시정촌에서 ‘정신건강 서포터’라는 자살예방을 위한 자원봉사자를 양성했다. 이들은 지역에서 살롱을 개설해 정신장애를 가진 이들, 신용불량자, 중소기업 경영자 등 삶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대화하고 그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사사키 교수는 “사람들은 자신과 가까운 지인이 자살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상담할 것이라 굳게 믿는다. 그러다가 누군가 자살을 하면 ‘내가 그에게 전혀 의미가 없었다’는 사실에 충격에 휩싸인다”며 “자살 예방은 모든 이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옆의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잘 연결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도적으로 ‘자살’ 대신 ‘자사(自死)’라고 부르는 일본 카리타스…
고인과 유족 위한 장례 미사, 기도 바치도록 호소하기도

   
▲ 기요나가 후미코 씨
일본 카리타스의 프로그램 담당 기요나가 후미코 씨는 일본 가톨릭교회의 자살 예방 활동의 역사를 소개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발표했다. 기요나가 씨는 자살에 대해 “무엇보다 고립을 조장하는 사회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불공평과 빈곤이 조장되는 사회, 인권과 생명의 존엄이 무시되는 사회에 초점을 맞춰 자살(自殺)이 아닌 자사(自死)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카리타스는 2009년 5월 주교회의의 승인을 받아, ‘자사(自死)에 대한 교회 안 의식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지는 ‘귀하의 주변에 자사를 한 사람이 있습니까?’, ‘귀하는 자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자사에 대한 향후 대책에 의견이 있다면 나눠 주십시오’ 등의 질문을 담았고, 교구 사제, 수도자, 신자를 대상으로 9,500부를 배포하고 3,500부 수거했다. 기요나가 씨는 “응답자 중 51%가 ‘주변에 자사한 사람이 있다’고 답했으며, 특히 많은 유족이 ‘교회 안에서 처음으로 이야기를 꺼낸다’며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일본 카리타스는 이 설문을 토대로 2010년 <자사의 현실을 바로 알자>는 소책자를 펴냈다. 특히 이 소책자에서 교회는 그간 ‘생명을 스스로 끊는 행위는 하느님에 대한 큰 죄악이다’라는 입장으로, 자살자에 대해 차가운 심판자의 태도로 차별을 조장해 왔음을 인정하고, 고인과 유족을 위해 진심 어린 장례 미사와 기도를 하도록 각 교회 공동체에 호소했다.

이 밖에 일본 카리타스는 자살 방지를 위해 가고시마 교구 안에 ‘희망의 전화’를 개설하고 자원활동가를 양성하는 한편, 유족의 나눔 활동인 ‘무지개회’, 자살미수자 모임인 ‘겨자씨 모임’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12년에는 두 번째 소책자를 발간했으며, 전체 16개 교구 중 8개 교구에서는 이 책자로 1,000명 이상의 신자가 세미나와 모임을 진행했다.

기요나가 씨는 “일본에서는 특히 아동과 청년의 자살이 늘고 있다”며 “빈곤에 처하고 학대받는 아동, 취업에 실패한 젊은이들, 은둔족 등을 위한 대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한국의 자살 예방 사업의 현안과 과제에서 이수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한국의 자살률은 33.5%로 OECD 국가 중 1위”라면서 “이보다 심각한 것은 자살 시도자가 연간 15만 명에서 30만 명, 자살을 계획하는 이가 200만 명이라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부센터장은 각 지역에 설치된 자살예방센터와 맹독성 농약 생산 중단, 자살 유해정보 차단 등의 활동을 소개한 후, 향후 과제로 ▲ 자살의 명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실태조사 ▲ 노인 등 자살 고위험군 관리 및 응급실 내원 자살 시도자 대응 체계 구축 ▲ 자살 예방 교육 및 홍보 강화 등을 꼽았다.

   
▲ 스기모토 나오코 국장
한편, 2부 패널토의에 토론자로 참석한 NPO법인 자사(自死)유족 종합지원센터 스기모토 나오코 국장은 “고통을 포용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 자사 유족들에 심리적 지원뿐 아니라 생활면을 포함한 종합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자살은 개인의 선택이다’, ‘죽을 용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은가’, ‘죽고 싶어 하면 죽게 놔두라’는 등 주변의 편견과 암묵적 비난에 고통 받는다. 그들의 상실감과 슬픔, 깊은 죄의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삶의 의미에 대한 영적 · 종교적 지지가 절실하다.”

이 심포지엄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창립 25주년과 자살예방센터 개소 3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본부장 정성환 신부는 “OECD 국가 중 한국의 자살률이 1위라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그만큼 많은 이웃들이 고통과 죽음에 내몰리고 있다는 가슴 아픈 현실”이라며 “자살률이 높은 한국과 일본에서 양국의 교회가 생명존중과 생명수호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힘을 모아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이 끝난 후, 일본 카리타스와 서울 카리타스는 업무협약식을 열고, 향후 양국 교회의 의 자살 예방 사업을 위해 긴밀히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 일본 카리타스와 한국 카리타스가 자살 예방 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왼쪽부터) 일본 카리타스 미야나가 고 씨, 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 정성환 신부 ⓒ문양효숙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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