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 서울대교구 우리농, 탈핵 운동 매개로 일본과 교류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오염수 누출로 방사능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국 가톨릭 탈핵운동과 일본 천주교, 시민사회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소장 박문수 신부)와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조해붕 신부)는 일본에서 현지 단체들과 공동으로 자국의 탈핵운동 현황을 공유하고 실천적인 연대 방안을 모색하는 간담회와 심포지엄을 열었다.

먼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는 예수회 일본관구 사회사도직위원회와 9월 25일부터 3일간 일본 야카구치현 시모노세키 시(市) 노동자센터에서 제2회 반핵평화운동 시모노세키 간담회를 개최했다. 두 기관은 지난해 7월 열린 첫 번째 간담회에서 탈핵운동을 위한 지속적인 연대의 필요성을 확인한 바 있다. 올해 간담회는 작년에 비해 일정이 하루 더 늘어났고, 참가자들의 구성도 가톨릭 환경운동 현장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꾸렸다. 간담회에는 예수회 한국관구 수도자와 사제를 비롯해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등에서 탈핵운동을 이끌어온 활동가 18명과 일본인 참가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 제2회 반핵평화운동 시모노세키 간담회 참석자들 ⓒ한수진 기자

간담회에서는 박유미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연구원이 ‘한국 에너지 정책의 흐름과 대응방안’을, 양기석 신부(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 총무)가 ‘한국사회와 가톨릭 탈핵 운동의 흐름과 비전’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양 신부는 1993년 전남 영광 핵발전소 세탁실에서 근무하던 김철 씨의 피폭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결성된 영광성당의 ‘핵발전소 추방위원회’ 활동부터 최근의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과의 연대활동까지 한국 가톨릭교회의 탈핵운동의 역사적인 흐름을 소개했다. 특히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한국 가톨릭교회는 창조질서를 가장 위협하는 존재가 핵발전소임을 인식하게 됐으며,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이며, 힘없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고통을 가중시키는 핵발전의 구조가 하느님의 가르침과 뜻에 위배된다는 것이 한국 가톨릭교회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이이다 데츠나리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 소장과 ‘겐카이 핵발전소 폐쇄 1만인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이케나가 오사무 변호사가 각각 핵발전을 대체할 대안에너지의 가능성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주변지역의 현황을 발표했다. 지난 7월에 후쿠시마 현을 방문해 핵발전소에서 7㎞ 거리 지점까지 접근한 이케나가 변호사는 사고가 발생한 지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방사능 오염으로 주민들이 피난을 떠나고 쓰나미의 잔해조차 그대로 방치된 지역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해 간담회 참가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방사능 피폭 피해를 입은 전직 핵발전소 노동자 우메다 륭량 씨의 증언은 ‘핵발전소 안에도 사람이 일하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일깨우는 자리가 됐다.

▲ 제2회 반핵평화운동 시모노세키 간담회 참석자들이 한국과 일본 가톨릭 교회의 탈핵 운동 방향을 의논하고 있다. ⓒ한수진 기자

참석자들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한국과 일본 가톨릭교회의 탈핵운동이 단순한 정보 공유 수준을 넘어 실천적인 연대를 쌓아가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예수회 일본관구 사회사도직위원장 하야시 히사시 신부는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이 환경과 탈핵 문제에 투신해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자극이 됐다. 아직 두 번째 간담회지만, 한국과 일본의 가톨릭 신자들이 탈핵을 위해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재욱 수원교구 공동선실현사제연대 사무국장은 우메다 씨의 증언을 가장 인상 깊은 발표로 꼽으며, “한국에서도 핵발전소 노동자의 피폭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준구 수사(예수회)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의 상황을 어둡게만 봤는데, 탈핵을 위한 일본 시민사회의 여러 활동을 접하면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3박4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국과 일본 가톨릭 신자들이 직접 만나 공통의 주제로 대화를 나눈 간담회는 가깝고도 먼 두 나라의 사이를 좁히는 민간교류의 장이기도 했다.

▲ 제2회 반핵평화운동 시모노세키 간담회 참석자들이 한국과 일본 가톨릭 교회의 탈핵 운동 방향을 의논하고 있다. ⓒ한수진 기자

“다츠 겐바츠! 탈핵!”
서울 우리농, 일본 에스 생협과 ‘탈핵’ 심포지엄 열어

천주교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와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 조해붕 신부)는 9월 28일 오전 일본 사카이 시(市)에 위치한 빅아이센터에서 일본의 에스 생활협동조합(이하 에스 생협)과 공동으로 ‘한 · 일 탈핵 심포지엄’을 열었다. 농촌 살리기와 올바른 먹을거리 운동을 매개로 10여 년째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두 단체의 활동가와 회원 60여 명은 서로의 언어로 “탈핵”을 외치며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각자의 나라에서 핵발전 폐기 운동에 더욱 힘쓰기로 마음을 모았다.

이들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원자력발전에서 한시라도 빨리 탈피해야 한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공급 점유율이 높은 사회로 변화하는 것이 다음 세대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라고 호소하며, “탈핵 사회로 나아가자”고 선언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9번째 열리는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이하 서울 우리농) 환경활동가 일본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렸다. 그동안 생협 활동을 중심으로 교류해온 두 단체가 또 다른 공통의 관심사를 연수의 주제로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해붕 신부는 “우리들의 작은 움직임이 세상과 함께할 기회가 생겨 기쁘다. 작지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함께 해가면 좋겠다”고 국경을 넘은 두 단체의 활발한 연대활동을 기대했다.

▲ 서울대교구 우리농과 일본 에스 생협이 공동 주최한 한 · 일 탈핵 심포지엄이 9월 29일 일본 사카이 시에서 열렸다. ⓒ한수진 기자

심포지엄에서는 수에다 카주히도 <한겐바츠(핵발전소 반대) 신문> 편집장이 기조발제를 맡아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현황을 중심으로 핵발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수에다 편집장은 “2011년 사고 당시에도 많은 방사능이 유출되었지만, 이후 계속되고 있는 오염수 누출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수에다 편집장은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4년 뒤 갑상선암 발병률이 3배나 증가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후쿠시마에서도 아이들에게 갑상선 암 발병이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방사능은 오염된 물질과의 접촉이나 섭취 등 다양한 경로로 체내에 축적돼 인체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사고 당시 후쿠시마 거주자 중 18세 이하였던 36만 명에게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19만 3천 명이 검사를 받은 결과 18명이 갑상선암 확진 판정을 받았고 25명이 의심 판정을 받았다. 이는 갑상선암 평균 발병률의 100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외에도 핵발전소 가동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과 핵폐기물(사용 후 핵연료)을 저장할 장소와 방법이 부재한 문제 등을 지적하고, “모순적인 핵발전을 고수하는 것은 결국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의 생산과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기조발제 후에는 김용희 서울 우리농 생활공동체 위원장과 오쿠 마리코 일본 에스 생협 이사장이 두 단체가 펼쳐온 탈핵활동을 보고했다. 서울 우리농은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탈핵을 주요 활동 목표로 선정하고, 핵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 실천활동을 벌여왔다. 올해 3월에는 서울시와 ‘에너지 절약과 생산 실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해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내년에는 <평화방송>과 공동으로 탈핵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계획이다.

2009년에 탈핵운동을 시작한 일본 에스 생협은 후쿠시마 사고를 기점으로 조합원 사이에 핵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각 지역별로 핵의 위험성을 공부하고 토의하는 모임이 결성됐다. 2012년에는 생협 내 공식 조직으로 탈원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국내 다른 단체들이 벌이는 탈핵운동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한편, 서울 우리농 본당 대표와 활동가 등으로 꾸려진 연수단은 10월 2일까지 일본 오사카와 고베에서 대안 에너지 발전소와 유기농산물 생산자 공동체 등을 방문한다.

▲ 서울대교구 우리농과 일본 에스 생협이 공동 주최한 한 · 일 탈핵 심포지엄이 9월 29일 일본 사카이 시에서 열렸다. ⓒ한수진 기자

▲ 서울대교구 우리농과 일본 에스 생협이 공동 주최한 한 · 일 탈핵 심포지엄이 9월 29일 일본 사카이 시에서 열렸다. ⓒ한수진 기자

▲ 서울대교구 우리농과 일본 에스 생협이 공동 주최한 한 · 일 탈핵 심포지엄이 9월 29일 일본 사카이 시에서 열렸다. ⓒ한수진 기자

▲ 서울대교구 우리농과 일본 에스 생협이 공동 주최한 한 · 일 탈핵 심포지엄이 9월 29일 일본 사카이 시에서 열렸다. ⓒ한수진 기자

<바로잡습니다>

보도된 내용 중 양기석 신부의 직책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 위원장”에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 총무”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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