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쿠 마리코 일본 에스 생활협동조합 이사장

▲ 오쿠 마리코 일본 에스 생협 이사장 ⓒ한수진 기자

“오늘 심포지엄은 우리농과 에스 생협의 12년간의 교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씨앗이 될 것입니다.”

오쿠 마리코 일본 에스 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은 9월 29일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와 공동으로 ‘한 · 일 탈핵 심포지엄’을 개최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2001년 한국 활동가들의 연수 프로그램으로 인연을 맺은 이후 두 단체가 농촌 살리기와 안전한 먹을거리 운동 이외의 다른 주제로 연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심포지엄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쿠 이사장은 “지난 12년 간 우리는 생명운동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함께 활동해왔다. 이제는 다음 세대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스 생협이 서울 우리농과 ‘탈핵’에 대한 관심을 확인한 계기는 작년 12월 한국을 방문한 에스 생협 임직원들이 서울 우리농 사무실 벽에 붙어있던 탈핵 강연 포스터를 발견하면서였다. 마침 두 단체의 교류가 10년째에 접어들면서, 각자가 놓인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방식의 활동과 연대를 고민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에스 생협은 일본이 한창 고도경제성장기이던 1970년 오사카 인근 사카이 시(市)에서 창립됐다. 대도시의 베드타운으로 개발된 지역의 특성상 조합원 다수는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어린 자녀가 있어 교육에 관심이 많은 계층이었다.

그러나 현재 사카이 시는 1인 가구 비율이 높아졌고, 외국인 노동자 인구도 늘었다. 2011년 동북 지역 지진과 쓰나미 피해 이후에는 피난을 와 어머니와 자녀만 거주하는 세대도 증가했다. 오쿠 이사장은 “생협이 안전한 먹을거리 공급과 소비에 그치지 않고 자본주의와 세계화 속에서 어떻게 좋은 세상을 만들어갈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 김용희 서울대교구 우리농 생활공동체 위원장(왼쪽)과 오쿠 마리코 일본 에스 생협 이사장이 9월 29일 열린 한 · 일 탈핵 심포지엄에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한수진 기자

특히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에스 생협 조합원들은 방사능 오염으로 비상등이 켜진 먹을거리와 건강문제 뿐만 아니라 핵발전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각 지역의 조합원 교육에서는 핵발전의 위험에 대해 알려달라는 요구가 커졌고,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탈핵활동과 지식 공유를 위해 탈핵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오쿠 이사장은 “우리 세대가 책임질 수 없는 것을 다음 세대에 남겨줄 수는 없다. 바로,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바로, 지금’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삶의 변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실함의 표현이다. 그는 “일상에서는 절전 등을 실천해 반핵운동에 참여하고, 교육에 참여해 올바른 정보를 접하고, 얼마나 불행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쿠 이사장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조합원들이 한국에서 온 활동가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의 연수 프로그램은 주로 생협 매장과 물류센터 방문, 유기농업 생산자와의 만남으로 이뤄져 생협 임직원들 외에는 연수단과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는 “한국에서도 탈핵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조합원들에게 자극이 되고, 관심과 참여를 더 불러일으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쿠 이사장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도 포기하지 말고,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는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내자”면서 “다음에 만날 때에는 서로의 운동이 더욱 진척되어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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