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환경회의 생명평화순례단이 24일 경북 영양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양댐 건설 계획 백지화”를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 / 영양댐반대대책위)

종교환경회의가 24일 오전 11시 경북 영양군청 앞에서 영주댐과 영양댐 건설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4개 종단 8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종교환경회의는 지난 8월 22일부터 2박 3일간 경북 내성천과 영양군 송하리 등 댐 건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을 방문하는 2013년 범종교인 생명평화순례를 진행했다. 내성천은 영주댐 건설로 본연의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으며, 영양은 군수의 무리한 댐 건설 추진으로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종교환경회의는 순례 마지막 날인 2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지난 4년간 이명박 정권이 추진한 4대강 사업의 환경파괴를 똑똑히 기억한다”면서 “영주댐 건설현장과 내성천, 그리고 영양댐 건설예정지에서 계속되는 대규모 환경파괴와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 우려와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영주댐은 “목적 없이 생겨난 토목공사”, 영양댐은 “건설업자 출신 권영택 군수의 욕심과 권력층의 결탁에서 생긴 결과물”이라 비판하며 “하루 속히 영주댐 건설을 중단하고 영양댐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종교환경회의 생명평화순례단이 24일 경북 영양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양댐 건설 계획 백지화”를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 / 영양댐반대대책위)

2013년 범종교인 생명평화순례 - 성명서
생명의 강을 흐르게 하고, 세상을 평화롭게 하라.

“이 강이 흘러가는 곳은 어디에서나 생명이 넘친다.” (에스겔 47:9)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행복하라.” (숫타니파타)

“사람은 사람을 공경함으로써 도덕의 최고 경지가 되지 못하고, 나아가 자연만물을 공경함에까지 이르러야 천지의 기운과 크게 조화되는 덕에 합일될 수 있느니라." (해월신사법설, 삼경)

“초목 금수도 연고 없이는 꺾고 살생하지 말 것이니라.” (원불교 정전)

올여름 우리는 참으로 무덥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으로 인한 국기문란 사태와 끝을 모르고 터져 나오는 원전비리, 거기에 후쿠시마핵발전소의 방사능오염수의 방출로 인한 해양수산물 오염소식은 충격적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온 국민이 반대하는 한반도 대운하사업을 이름만 바꾸어 이른바 ‘4대강 살리기사업’이라 하여 온 국토를 다 파헤치고 4대강에 16개의 댐을 건설한 일은 참으로 어이없는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대국민 사기극에, 한반도 환경 대재앙이었음이 이제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4대강의 댐으로 인해 강물이 흐르지 않아 생기는 녹조현상은 시작에 불과할 뿐 앞으로 우리가 겪어야 할 환경재앙은 지하수 고갈, 하상침식, 생태계교란, 댐 붕괴 등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이러한 재앙은 단순히 개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이기적 욕망의 결과가 보여주는 참담한 현실임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종교환경회의를 비롯한 종교인들은 이명박 정권이 추진해온 환경파괴 4대강 사업에 대해 그 부당성과 예측 가능한 결과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반대해 왔으나 그들이 이를 묵살하고 권력과 언론을 장악한 채 강행해온 지난 5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 불행한 현실이 우리 앞에 다가와 있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이를 추진해온 세력들에 대한 어떠한 책임과 처벌도 없이 소모적인 논쟁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심각하게 경고 합니다.

특히 이번 종교환경회의가 범종단 생명평화 순례를 통하여 돌아본 영주댐 건설현장과 내성천, 그리고 영양댐 건설예정지에서 계속되고 있는 댐건설과 대규모 환경파괴, 그리고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 우리는 큰 우려와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영주댐은 건설 목적이 없이 생겨난 토목공사 일 뿐입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담수를 포기하는 것만이 그나마 환경을 살릴 수 있는 길입니다.

내성천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모래가 흐르는 아름다운 강으로 이를 보존하는 것은 생명을 살리는 길입니다. 내성천의 모래밭에는 고라니, 너구리, 멧돼지, 삵, 수달 등 여러 동물들의 발자국이 새겨져 있어 강과 들과 산을 이어주고 순환시키는 원천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원앙이며 멧비둘기, 백로 따위가 강기슭 나뭇가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둥지를 틉니다. 이들이 우리네 삶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댐의 건설로 인하여 벌써 강은 육지화하고 있으며 생태계는 바뀌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강에 물이 흐르지 않아 모래만 남게 된다면 죽음의 그림자가 강을 넘어 인간에게 까지 미칠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흐르는 강물을 인간의 탐욕으로 더 이상 막아서는 안 됩니다.

영양댐 건설계획은 그 목적마저 부재한 사업이었음이 여러 차례 말 바꾸기를 통해서 드러났으며, 건설업자 출신 권영택 군수의 사적인 욕심과 이를 비호하는 권력층의 결탁에서 생겨난 것이었는데도 아직도 이를 백지화하지 않고 주민들에게 고통만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하루속히 영양댐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여 주민들이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5개 종단이 참여하는 종교환경회의는 박근혜정부와 경상북도, 영주군, 영양군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 영주댐건설을 즉각 중단하고 강을 흐르게 하라!

- 아름다운 내성천을 파괴하는 댐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 영양댐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을 돌려줘라!

2013년 8월 24일
종교환경회의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불교환경연대, 에코붓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원불교환경연대, 천도교한울연대, 천주교서울교구환경사목위원회, 천주교창조보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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