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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은혜로운 희년에 기쁨의 삶을/주님 공현 대축일 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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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벗
등록일
2020-01-09 08:48:57
조회수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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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jpg (468171 Byte)

오리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한가롭게 물 위를 떠다닌다. 몸무게에도 불구하고 그게 가능한 것은 꼬리 부분에서 나온 기름이 털 사이를 메워 몸 전체에 물의 침투를 막아 주기에 그렇단다. 이렇게 오리가 물 위를 유유히 떠 있는 게 기름 때문인 것처럼, 예수님께서도 기름부음 받으신 분으로 세상에 오셨다. 세상에 빠져 있지 않으면서, 그저 은총을 전해 주는 역할을 하신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주시니, 그분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 참조),’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의 첫 시작으로 고향 나자렛 회당에서 ‘희년’이 온 세상 만천하에 성취되었음을 엄중히 선포하신다. 소위 공인으로서의 출사표를 던지신 거다.

사실 듣는 이에게 이미 현실로 된 것이 선포다. 가난하고 눈멀고 억압받는 이들께 미래 언젠가 주어질 소식이 아닌, 듣는 그곳에서 막 이루어 진 것이리라. ‘그리스도’라는 말은 ‘기름부음 받은 이’로, 믿는 우리 역시 기름부음 받으신 그분 본받아 하느님 자녀로 새로 태어난 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삶도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눈먼 이들에게 빛을 주시려는 그분 사명을 분명히 되새겨야만 하고, 그리고 또 그런 삶을 살아야만 할 게다.

이렇게 그분으로 은혜로움이 도래했기에 기쁨으로 한 해 한 해를 지내라는 거다. 매일 매일이 희년이기에 기쁘게 살라는 거다. 당신을 보고 말씀을 ‘들으라.’라는 당부이다. 도울 테니 ‘두려워하지 말라.’라는 거다. 그런데도 확신이 없다. 두려움을 놓아야만 할 텐데, 그분 이끄심을 감히 느끼지 못한다. 그분께 의지하면 사라질 그 모든 두려움을 맡겨야만 하는데 그러질 못한다.

사실 신앙인은 ‘복음 선포하는 이’임을 명심해야 할 게다.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시어 우리에게 오셨다. 그분 사랑을 넘치도록 받은 우리이기에 그분의 헌신적인 사랑을 늘 이웃에게 베풀어야만 할 게다. 그러기에 어떻게 살아야 할 가를 자세히 살피며,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이답게 확고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주님의 은혜로운 해가 주어지는 이들을 되새겨 보자. 가난한 이, 잡혀간 이, 눈먼 이, 억압받는 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들께 질문해 보자.

‘나는 가난한가? 나는 잡혀갔는가? 나는 눈이 멀었는가? 나는 억압받는가?’ 우리가 외면한 이들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은총을 정말 진하고 강하게 체험하고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방에 덩그러니 홀로 있게 되었을 때,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토닥여 준다면, 참 고마울 게다. 예수님께서 주시고자 한 은총은, 삶에 지친 이들에게는 위로와 격려이다. 매사에 어울려 함께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기쁘고 외롭지는 않을 게다.

어쩌면 오늘을 사는 믿음의 사람인 우리 모두의 그리스도인에게는 매일 매일이 작은 희년의 시작이리라. 그러기에 매번 성체를 모실 때마다 희년의 은혜로움을 늘 기억하면서 주님을 겸손으로 받아 모시자. 자신이 바뀌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분명 바뀌리라. 정성으로 성체를 내 안에 다소곳이 모시면서,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맞이하며, 그분 은혜로움을 담담히 전하자.

작성일:2020-01-09 08:48:57 183.104.33.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