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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이시거든 저더러’라는 그 의심을/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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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벗
등록일
2020-01-08 06:33:16
조회수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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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jpg (388526 Byte)

저녁때 예수님은 산에 계셨는데 제자들이 탄 배는 뭍에서 멀리 떨어져 거센 파도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분께서는 그 큰 맞바람에 물결이 높.게 이는 물위를 걸으시어 그들 쪽으로 가셨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호수를 걸으시는 것을 보고 겁에 “유령이다!”라며 두려워 떨었다. 예수님께서는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라고 이르셨다. 베드로가 호수를 걸어오시는 예수님께 여쭈었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뱃사람인 그는 얼마 전 예수님과의 뱃길에서 그분께서 성난 풍랑을 잠재워 준 그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라!’라며 그 죽을 위험에서 살려 주신 것을. 우리는 종종 하느님 존재를 부정한다. 그리고 그분을 시험도 한다. 계신다면 최소 이것만은 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가끔은 기적도 보이란다. 그래서 그분을 향해 가끔 시험하는 것이다. ‘주님이시거든 제게 보여 주십시오. 한번만 해 봐 주십시오.’

지금 이렇게 있게 해 주는 게, 그분 은총 없이 불가능인줄 잘 알면서도. 사실 베드로는 어둠의 그 밤에 인 맞바람에 어떤 도움이 필요했으리라. 그들로는 더는 호수를 건널 수 없다는 걸 느꼈을 테고 예수님과 함께라면 어려움 없이도 갈 수 있다고도. 그래서 그는 그분께 요청하였다. “주님, 저더러 물위에서 걸으라고 하십시오.” 베드로는 그분이 예수님임을 직감하였으리라.

예수님께서 “오너라.”고 하시자,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 그분께 갔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동료들에게 각인시키고자 그는 스스로 물에 뛰어든 거다. 그러나 거센 바람에 그만 두려워 물에 빠져들자, “주님, 구해 주십시오.”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분께서 그를 잡으시고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의심하였느냐?”라며 꾸짖으셨다. 그들이 배에 오르자 바람이 그쳤다. 그러자 제자들이 절하며,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하고 말하였다.

모르긴 몰라도 베드로는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었다. 그렇지만 위험에 처했을 때 그도 인간적일 수밖에 없었다. 예수님 수제자로 자리를 굳힌 그도, 그 센 바람 앞에는 반신반의하지 않을 수가. 그래서 “주님, 구해 주십시오.”라며 손 내민 거다. 하느님은 도움을 청하면 언제라도 들어주신다. 아니 청하기 전에 그분이 먼저 주신다. 그래서 우리는 의심 없이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누려야 한다. 함께해 주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한 길 앞도 나아갈 수 없다.

사실 우리는 수도 없는 주님 기적을 누린다. 이른 아침 여명의 새벽을 보는 것도 그분 깨움이 없다면 불가능할 게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분 존재를 잘 모르며 사는 것 같다. 그래서 더 큰 그 무엇을 보여 달라 기 쓴다. 그분 은총으로 지금을 사는 이 일상적인 기적을 모르고 단지 기적 같은 것을 보이라며 생트집이다. 영생을 향해 가는 이 ‘위대한 기적’을, 우리는 잊으면서.

지금도 여러 맞바람이 우리 주위를 거세게 에워싸고 있다. 그 큰 풍파가 일 때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언제나 손을 내민다. 그리고 우리 손을 꼭 잡으시면서, ‘의심을 버리고 나를 믿어라. 언제라도 나는 너와 함께 이렇게 있을 테다.’라며 포근히 껴안으신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 한 치의 의심을 버리고 그분을 믿으면서, 이 망망대해에서 그분이 주신 순풍의 돛을 올리자. 그분은 물 위를 따라 오시면서 우리를 꼭 지켜 주시리라. 오늘을 사는 우리는 ‘주님이시거든 저더러’라는 의심을 버리자. 이 폭풍이 끝나면 그분은 밝은 햇살로 희망차게 우리에게 다가오리라.

작성일:2020-01-08 06:33:16 183.104.33.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