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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작은 비움이 다시 큰 채움으로/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닉네임
늘벗
등록일
2020-01-07 08:20:22
조회수
1380
첨부파일
 9.jpg (267901 Byte)

있을 수 없는 일로 동화에나 나옴 직한 일이 실제로 있었다. 오천 명이 넘는 이가 적은 물고기와 빵으로 허기를 채운다. 이 이야기는 아주 보잘것없는 것으로도 무려 수천 명을 먹이실 예수님 능력을 알리려는 거다.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 드리신 다음, 빵을 제자들에게 떼어 주시며 나누도록 하셨다. 물고기 두 마리도 모든 이에게 나누셨다. 그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빵 조각과 물고기를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히 찼다. 빵을 먹은 이들은 장정만도 오천 명이었다.’(마르 41-44 참조)

요지는 이렇다. 풀밭이 깔린 너른 공터의 한적한 늦은 저녁나절에서 시작된다. 장정만도 오천 명이나 되었으니, 모르긴 몰라도 어쩜 수만 명이 모였으리라. 배도 조촐한 때라 먹을 생각이 앞섰지만, 가진 것이라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였다니 걱정도 도가 지나쳐 아마 엄두도 못 낼 지경이었으리라. 예수님은 각자 무리지어 자리 잡게 하셨다. 이리하여 그곳에 모인 이가 배불리 먹고서도 남은 게 열두 광주리나 가득 찼단다. 어떻게 그러한 일이 일어 날수가?

그 기적에 다들 고개만 내젓는다. 굳이 알려 할 필요가 어디 있으랴만, 대략 추측은 할 수밖에. 암튼 함께 한 이가 떼 지어 자리했다. 함께했다는 것은 알음알음 아는 이들로 자연 아는 이들끼리의 공동체가 되었으리라. 따라서 자연 책임자가 나섰고 각자 가진 걸 죄다 풀었으리라. 예수님을 만나고자 한 그들이라 나름대로 먹을 것 등은, 최소한도로 각자 준비 했을 게다.

이러니 각자 가진 걸 다 내놓고 나눠가면서 먹었을 수밖에. 예수님 설교를 귀 쫑긋하고 들으면서도 말이다. 자기 것인 양 움켜진 것을 스스로 내놓는 이 비움의 배품, 그것으로 또 다른 무언가가 차는 게 기적이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으리라. “하찮은 것일지라도 나에게 맡겨라. 너희를 풍요롭게 하리라.” 물고기 두 마리, 빵 다섯 개는 배고픈 아이에게도 시원찮으리라.

그렇지만 그것으로 많은 이에게 대단한 감동을 줬단다. 비단 먹음직스러운 것이 아닌 하찮은 것들로, 더구나 배고픈 한 아이에게도 시원찮은 분량이긴 하였지만 예수님 앞에서는 큰 기적으로 나타났다. 혼자만의 것이라면, 아마도 그것으로 끝일 게다. 하지만 예수님께 건네지면 기적으로 바뀌리라. 아무리 작은 것도 그분 것으로 받아들이면, 배품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

사실 우리는 어려움이 닥치면 왜 그리도 걱정을? 오병이어 이 기적은 동화 이야기가 아닌, 주님께서는 어떻게든 이루어 주신다는 가르침이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것도 그분께서는 보태어 돌려주신다. 그러니 작은 것마저 그분께 봉헌하자. 의당 우리가 잠시 보관 후 되돌려드리니까. 세상사 어려운 건, 옹졸한 이의 닫힌 마음을 여는 것이리라. 오병이어를 마치 하늘에서 빵과 물고기가 펑펑 쏟아진 마술처럼 이해한다면야, 그건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는 예수님 사랑의 마음을 체험한 이들 사이에 벌어진 놀라운 나눔의 기적이다. 세상에 빵이 부족해서 지구 저편 이들과 북쪽의 친척 형제가 굶주림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닐 게다. 제자들처럼 이 핑계 저 핑계로 나눔을 주저하는 우리의 굳게 닫힌 마음 때문일 수도. 오늘 우리가 연민의 정으로 나눔을 실천한다면 이 기적은 오늘도 계속되리라. 예수님의 이 사랑 나눔으로 비움이 된 게,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되레 모든 이의 채움이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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