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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수에게 어떻게 사랑씩이나!>

닉네임
김수복
등록일
2010-09-01 11:38:01
조회수
9444
 

<원수에게 어떻게 사랑씩이나!>


어떤 오십대 친구와

막걸리를 한잔씩 걸치면서

들은 신세 한탄 이야기다.

자기는 형제자매가 이남삼녀,

모두 결혼하여 자녀 두셋 낳고

사는데, 누나 셋은 다 사는 형편이

괜찮고, 형님은 아버지가 물려주신

4층 연건평 백육십 평짜리 건물

일층에서 슈퍼를 하면서 4층에서 살고

자기는 아버지한테서 전혀

물려받은 것 없이 월급 생활을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는데,

한번은 형님한테 아파트 수리비를

조금 부탁했다가 거절당하고서는

어찌 속이 상하든지

몇 년째 만나지도 않고

형 얼굴 보기 싫어서

가족모임에도 나가지 않는다 했다.

그래서 내가 형님도 슈퍼에서

큰 수입을 보는 것 아니고

아이들 가르치느라

힘들어 그랬을 터이니

무슨 원수 진 것도 아니고

마음 크게 먹고 이해해주소, 했다.

형님은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조그마한 가게 집이나마

없애먹지 않고 지키고 있으니

대견하다고 생각하고

자네는 다달이 월급이라도

타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여기고

마음을 편히 먹고 화해하고

형제끼리 서로 아끼고 친하게 지내소, 했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두기 전에

자기를 죽이는 자들을 용서해 주시라고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으니 제발 용서해 주시라고

자기 아버지 하느님께 빌었다.

예수는 평생 일밖에 모르고 살았고

세상을 그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서

큰 뜻 품고 삼년쯤 뛰어다니다가 죽임을 당했다.

한 일이라곤 자기와 같은 처지인

허덕이는 중생들과 어울리고

마음을 합치고 힘을 모아

함께사는세상, 곧 아버지의 나라를

이룩하자고 꼬드기고 부추기면서

창녀들, 세리들, 어부들, 농민들,

무시와 천대를 당하는 천덕꾸러기들,

짓눌리고 빼앗기는 사람들과

밥을 함께 먹고 한 번씩 막걸리를

한 잔씩 걸친 죄밖에 없는데,

사두가이들, 바리사이들, 율법학자들,

수석 사제들, 대사제들,

제사를 이용하여 동족 호주머니를 털고

로마 제국을 용인하고 거기에

편승하고 빌붙어 호의호식하는 그들이

불쌍하고 안쓰러워 좀 야단 친 죄밖에 없는데

덜컥 반란범이 당하는 십자가 사형선고를 받아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오늘날에도 날마다 굶어 죽는 사람,

영양결핍으로 병들어 죽는 사람,

부지기수로 많고 많다.

가진 것 없어 무시당하고 천대 받는 사람,

부지기수로 많고 많다.

마음이 아프고 몸이 아프고 정신이 아픈 사람,

부지기수로 많고 많다.

이들이 그런 처지에 빠진 것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리 된 것이 아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근본 원인을 따져보면, 하느님이 모든 사람이

함께 골고루 나누어 쓰면서 서로 친하게 지내라고

공으로 주신 선물을 턱없이 많이 차지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런 무정한 사람들한데 그렇게 무시와 천대를 당하는 사람들,

짓눌리는 사람들, 빼앗기는 사람들, 따돌림 당하는 사람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 기가 죽어 있는 사람들,

기진해 있는 사람들, 허덕허덕하는 사람들,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

영양실조로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인류의 4분의 3이다.

그러나 눈여겨보라, 그 인류의 4분의 3이

4분의 1을 용서하고 있다.

그 4분의 1을 불쌍히 여기고 용서하면서

조금씩 회개시켜가고 있는 중이다.

그것이 인류의 바닥을 도도히 흐르는 참 역사다.

어느 날인가는 온 인류가, 온 인류와 자연이

하나 되는 새 땅과 새 하늘이 오고야 말 것이다.

새로운 인류가 탄생하고야 말 것이다.     

이것을 그리스도교 희망의 종말론이라 한다더라. 

(나도 좀, 강인철, 한상봉, 박준영, 강창헌, 정중규,

…처럼 감동 주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작성일:2010-09-01 11:38:01 116.125.73.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