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박홍기

비시(非詩)

- 김종삼

그때의 내가 아니다
미션계라는 간이 종합병원에서이다
나는 넝마 같은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고통스러워 난폭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하루 이틀 다른 병원으로 옮기어질 때까지
시간을 끌고 있었다
벼랑바위가 자주 나타나곤 했다

어제처럼 그제처럼
목숨이 어어져가고 있음은
아무리 생각하여도
시궁창에서 산다 해도
主님의 은혜이다

<출처> 김종삼 전집, 권명옥 엮음, 나남, 265쪽

김종삼 시인을 무신론자로 알고 있는 분이 많이 있습니다. 어느 글에서는 “그가 천주교 신자이지만 한 번도 성당에 가지 않았다” 하는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천하의 별난 사람이라는 김종삼 시인(1921~1984)의 세례명은 ‘베드로’입니다. 김종삼 시인이 쓴 시 중에 신앙적인 시가 몇 편 있는데 그 시 안에서 하느님을 갈구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의 주(主)’ // 그 날도 / 저 地點까지도 / 죽어가던 나를 / 主님이 이끌어 주었다 / 그 다음부터도 /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 이 時刻까지도 이끌어 준다 / 뻔뻔스러운 罪人을.

제 소견으로는, 김종삼 시인은 겉으로 별나게 보였어도 마음 깊이 하느님께 기도하고 속죄하는 자세를 자주 가졌으리라 여깁니다. 그의 시에서 교회와 하늘을 질타하는 구절도 있지만, 이는 반어법으로 하느님께 의지하고 싶은 강한 욕구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야고보 박춘식
반(半)시인 경북 칠곡 출생. 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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