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우의 그림 에세이]

 

지난주에 친척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장식이 화려한 예식장
늘 그렇듯이 20여 분 만에 식이 끝나고
예식장에 딸린 뷔페로 식사를 하러 갔다.
마침 배도 고파 이것저것 접시에 가득 담아왔는데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다시 다른 음식을 가져왔지만 역시 마찬가지
평소에 음식을 잘 남기지 않는데 그날은 손도 대지 못 했다.

모든 음식이 지나치게 달았고
무엇으로 단 맛을 냈는지 비위에 역해서 삼킬 수가 없었다.
결국 과일 몇 조각과 커피 한 잔으로 식사를 끝냈다.
그 지방도시 뷔페에 다시 갈 일은 없겠지만
그 무성의한 맛이 아직도 씁쓸하다.

전에 어디서 본 장면이던가?
어머니가 계신 고향집에 잠시 다니러 간 아들에게
그 어머니는 수확한 온갖 농산물을 바리바리 싸주었는데
오히려 아들은 어머니를 심하게 타박하는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몸도 여기저기 아프다면서 왜 힘들게 농사를 지었느냐고…….
안타까운 마음에 그랬으리라.
그 타박에 돌아온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고 기억난다.
“얘야, 세상에 공들이지 않고 무얼 얻을 수 있더냐?”

오늘은 엄마를 보러 요양원에 다녀왔다.
딸도 못 알아보는 엄마가
오랜만에 찾아왔다고 서운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시는 걸까?
심하게 경계하며 내내 역정을 내시다가 한참 후에야 겨우 누그러지신다.
정원을 산책하고 그늘에 앉아
엄마와 나는 마주 손을 잡은 채
물끄러미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

엄마를 보고 돌아오는 길,
문득 드는 생각.

“엄마는 공들여 살았구나.”
 

 
 

윤병우
화가. 전공은 국문학이지만 20여 년 동안 그림을 그려 왔다. 4대강 답사를 시작으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탈핵, 송전탑, 비정규직, 정신대 할머니 등 사회적 이슈가 있는 현장을 다니며 느낀 것과 살아가면서 떠오르는 여러가지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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