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 - 박병상] 신기루가 걷힌 경인운하의 악취 (마지막)

5기 지방정권으로 바뀐 인천시는 한강 유역 주변 11개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경인운하에 대한 재검증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동안 주민 의견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았고, 환경영향평가를 형식적으로 작성했을 뿐 아니라 자의적인 경제성 평가를 작성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인운하를 엄격하게 검증해 중앙정부에 대안을 건의하겠다는 취지였다. 그 위원회는 사업성이 4배나 뻥튀기 되었다는 발표 뒤로 공식 활동이 멎었다. 완공 1년이 지난 지금, 움직임이 없는 재검증위원회보다 경인운하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인 대안 모색이 중요하다. 경인운하가 실효성이 없으니 대안은 무엇이어야 할까.

2009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의 한 국회의원이 경인운하 사업 방향의 수정을 요구했다. 운하와 대양을 오고갈 수 있는 화물선과 여객선으로 중국과 무역에 나서고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당시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호언했지만 경제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불가능하니 재조정하라고 권고한 것인데, 사실 전부터 환경단체와 시민사회에서 주장한 내용의 반영이었다. 바뀐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시민들의 엄중한 요구를 새겨들어야 한다. 고즈넉한 농촌에 휘황찬란한 시설을 유치해 당장 큰돈을 벌어들일 것처럼 그림 그리며 주민들을 선동하거나 현혹시키는 일은 정부의 몫이 아니다.

범람원 개념의 생태호수라는 대안을 찾아내길 강하게 희망하면서 동시에 방수로로 환원될 현 경인운하의 재활용 여부를 적극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강 하구의 오염된 물이 정체돼 악취를 풍기는 운하가 아니라 평소에 지역주민과 인천시민, 그리고 내외국인의 휴식과 휴양 장소가 되는 아름답고 쾌적한 녹지로 재탄생하길 기대한다.

운하 안의 물을 대부분 빼내고 그 자리를 녹지로 바꾸는 상상은 가능하다. 그리 된다면 운하로 생활권이 차단되므로 다리를 더 건설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하던 주민들도 반가워할 게 틀림없다. 생활권이 녹색으로 연결될 게 아닌가. 터전을 잃을 뻔한 김포시 고촌면 전호리 평야지대의 재두루미도, 장항습지의 저어새와 고라니와 말똥게도 예전처럼 보전될 것이다. 토건족 수중에 들어가기 직전의 막대한 예산이 소외되었던 복지와 문화와 교육으로 환원될 수 있을 것이다.

▲ “친환경 친수공간 U-ECO 주운수로”를 표방하는 경인운하(아라뱃길) 전경 (사진 / 경인 아라뱃길 홈페이지 갈무리)

근본적으로 굴포천 일원에 홍수가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빗물을 완충할 수 있는 비오톱(biotop)을 도심 곳곳에 조성해야 한다. 공원에 나무와 풀을 넉넉하게 심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지하수와 이어질 수 있는 호소를 곳곳에 마련하는 일이다. 빗물이 침투할 수 있도록 적어도 공공건물의 구조를 우선 개선하고 새로 짓는 건물은 유럽의 많은 도시가 현실화하듯 반드시 빗물을 재활용하거나 완충해 지하로 스밀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비오톱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시는 깨끗해지고 그만큼 열섬현상도 줄어든다. 복중의 열대야도 크게 완화될 게 틀림없다.

경인운하가 수자원공사의 그림대로 개발될 리 없지만 자금을 계속 퍼부으며 진행된다면 숱한 경험에서 증명되었듯, 주민들은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 시민사회는 더는 어설프게 속지 않을 것이다. 홍수 피해를 해결해 줄 듯 거룩한 표정으로 다가와 거품 같은 그림을 앞세우며 터전에서 내쫓는 행위는 시민사회는 물론 주민도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토건사회의 폐해를 진저리치게 겪은 시민들을 설득하고 지역의 경제와 환경을 안정시키려면 경인운하는 반드시 원점에서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숱하게 문제를 제기해왔던 환경단체, 사회단체, 그리고 주민들과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논의해야 한다.

거기에 하나 더. 이미 경인운하는 운하보다 기네스북에 너끈히 등재될 정도의 세계 초특급 자전거도로를 갖추고 있지만, 경인운하 옆에 왕복 4차선 도로와 자전거 길을 내어 교통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달콤한 제안도 거두어야 한다. 실패한 운하는 대안을 찾아야 옳고, 교통문제는 별도의 사안으로 논의해야 한다.

통행료를 미끼로 경인운하의 운영을 도모하려는 시도 역시 정부의 몫과 거리가 멀다. 공사 전부터 실패가 예정된 경인운하의 완공 1년을 맞아 국회에서 공개 토론회를 실시했다면 이제 허심탄회하고 민주적인 논의를 해야 수순에 적합하다. 경제성 0.1에 대응할 수 있는 향후 대안을 관심을 가진 시민과 정의롭게 실시할 것을 새로운 정부와 수자원공사에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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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 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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