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상가 틱낫한 스님 한국 방문, ‘마음 챙김 수행의 날’ 열어

“숨을 들이쉬며 나는 내가 숨을 들이쉰다는 것을 압니다.
숨을 내쉬며 나는 내가 숨을 내쉰다는 것을 압니다.
들이쉼, 내쉼.
(Breathing In, I Know I'm Breathing in
Breathing out, I Know I'm Breathing out
In, out.)

숨을 들이쉬며 내 숨이 깊어집니다.
숨을 내쉬며 내 숨이 느려집니다.
깊은, 느린.
(Breathing out, My Breath goes deep
Breathing out, My Breath goes slowly
deep, slow)”

세 번의 느리고 긴 종소리와 함께 4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12일 서울 목동 국제선센터에서 베트남 출신의 평화운동가이자 명상가인 틱낫한 스님과 그가 이끄는 명상공동체 플럼 빌리지(plum villiage. 자두 마을) 법사단이 함께하는 ‘마음 챙김 수행의 날(DOM; Day Of Mindfullness)’ 행사가 열렸다. 한국인뿐 아니라 적지 않은 외국인도 참가해 명상을 하고 강연을 들으며 평화를 얻는 길을 물었다.

▲ 틱낫한 스님이 ‘마음 챙김 하루 명상의 날’에서 강연을 하기 전 침묵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불교TV)

침묵 가운데 긴 명상이 끝나자 틱낫한 스님은 “우리가 하루 동안 어떻게 마음 챙김을 하는지 알 수 있다면 매 순간 순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님의 수행에 대한 가르침에는 적어도 세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 안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관한 것입니다. 두 번째 목적은 내가 다른 이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세 번째 목적은 기쁨의 느낌, 행복의 느낌을 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음 챙김, 집중, 통찰이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원할 때 기쁨의 느낌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와 같이 하는 방법을 안다면 화해를 도모하고 소통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틱낫한 스님에 이어 세 명의 법사단 스님이 ‘어떻게 매 순간 행복할 수 있는가’에 관해 법문을 펼쳤다. 플럼 빌리지의 뚜에닌 스님은 “숨쉬기는 마음 챙김의 도구”라며 “호흡을 의식할 때 우리는 마음에 무엇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수행은 빨간불이 켜진 횡단보도 앞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리는 순간 등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으며, 이로써 “우리 사회가 집단적으로 깨어나는 것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팟응 스님은 자신의 어렸을 적 경험을 전하며 “수행은 그를 바꾸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자애로움을 싹 틔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화를 잘 내고 쉽게 긴장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절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 곳에서 평화롭게 수행하는 것을 보고 궁금해졌습니다.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가 말이죠. 제가 스님께 여쭤봤을 때 스님은 ‘그것이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오는지 직접 해보라’고 하셨죠. 집에서 처음에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했을 때 저는 머릿속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명상하는 동안 할머니는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셨죠. 너무나 신경이 쓰였어요. 화도 났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할머니의 소리가 거슬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의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저는 할머니를 도와 당근의 껍질을 벗기고 조그맣게 잘랐습니다. 할머니를 이해하게 되었을 때, 할머니와 나란히 앉아 야채를 써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 되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자신을 치유하게 되면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 달라지게 된다”면서 “수행의 힘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확장된다. 세상을 더 잘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고 말했다.

또한, 팟응 스님은 “명상은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한 연민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명상을 하면서 나 자신을 감싸 안곤 했어요. 왜냐하면 내 안에는 많은 고통이 있고 그것을 해결하거나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명상은 내 안의 고통과 슬픔을 아기를 안 듯 끌어안도록 도왔습니다. 그것을 안을 수 있었을 때 ‘치유’가 가능해졌지요. 그리고 다른 이의 삶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우리에게 치유가 일어날 때 많은 행복과 기쁨을 맛볼 수 있고 수많은 삶의 경이로움에 접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그는 “다만 너무 공을 들이면 접시가 깨질 수 있다”면서 무엇이든 느리게, 천천히 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을 마치며 짧은 명상을 안내했다.

“숨을 들이쉬며 내 고통을 알아차리고, 숨을 내쉬며 내 고통에 미소 짓습니다.”

▲ 플럼 빌리지 법사단이 참가자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얻는 길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불교TV)

화날 때 숨쉬고 걷는 것은 문제 회피가 아니다
멈추고 기다리기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

강연 이후, 걷기 명상(Walking Meditation)이 시작됐다. 국제선센터 1층에서 시작해 건물 주변을 걷는다. 법사단이 앞서고 400여 명의 참가자가 뒤를 따른다. 숨을 들이쉬며 두 걸음, 내 쉬며 또 두세 걸음 걷는다. 대지에 발을 내딛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호흡과 걸음에 집중한다. 건물 주변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린 시간은 한 시간 남짓, 그러나 시간이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다. 법사단은 사람들에게 “너무 심각한 것은 방해가 된다”며 “즐기라”고 권한다.

점심 공양(供養) 시간. 한 그릇 비빔밥과 국 한 그릇을 들고 와 자리에 앉아 조용히, 천천히 식사를 한다. 식사 중간에 종이 울리자 잠깐 식사를 멈춘 후 호흡에 집중한다. 법사단은 “젓가락으로 음식을 입에 넣고 나서 젓가락을 잠시만 내려놓고 멈추는 것만으로도 수행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오후가 되자 작은 그룹으로 흩어져 이완 명상에 들어갔다. 모든 참가자들은 바닥에 누워 눈을 감는다. 법사단의 한 스님은 몸의 각 부위를 언급하며 참가자들이 편하게 자기 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님은 심장, 폐, 위, 간, 입, 귀 등 신체기관 구석구석을 천천히 옮겨가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숨이 퍼지는 것을 느끼며, 청명한 기운을 온몸에 불어 넣는다.

이완 명상이 끝난 후 이어진 그룹 활동에서는 4명의 법사단이 참가자들의 질문을 받고 그에 답한다. 법사단은 “좋은 질문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참가자들이 침묵 가운데 자신의 물음을 찾을 수 있도록 인도한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감정과 수행의 어려움, 삶에서 풀지 못하는 문제, 근원적인 궁금함 등 크고 작은 물음을 던진다. “화가 났을 때 거기서 떨어져 숨쉬고 걷는 것이 무슨 힘을 갖는지 잘 모르겠다”는 한 참가자의 질문에 베트남 출신의 한 스님은 “마음에 분노가 일어났을 때 그것에서 떨어져 숨쉬고 걷는 것은 문제에서 피하거나 감정을 갖지 않도록 훈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멈추고 기다리는 것은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사람에 대해 판단한다면 판단하는 나를 바라보고, 누군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받아들일 수 없는 그 마음을 그저 바라보는 것이지요. 해석하고 분석하려 들지 말고 그저 알아차리면 됩니다. 깊이 바라보세요.”

▲ 플럼 빌리지 법사단과 참가자들이 걷기 명상(Walking Meditation)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불교TV)

법사단의 또 다른 베트남 출신 스님은 “숨에 집중하는 것은 나무의 단단한 밑동에 가 닿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는 흔들리지만 나무 밑동은 굳건합니다. 수행하기 전에 저는 제 감정이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깨닫고 놀랐습니다. 수행은 우리 자신의 내면의 단단함을 증진시키는 것입니다. 더 이상 내 밖의 것들이 나를 뒤흔들지 않도록, 깊은 나무 밑동으로 나를 데려가는 것이지요.”

법사단의 답변이 끝나자 박수를 치는 대신 양손을 흔들어 ‘반짝반짝’ 표시를 하는 것으로 감사와 환영의 마음을 전한다. 회향(廻向)을 앞두고 법사단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플럼 빌리지에서 부르는 노래 가운데 하나다.

“나는 도착했네. 나는 집에 있네.
여기 그리고 지금
나는 단단하네. 나는 자유롭네.
(I'm arrived. I'm home.
in the here and in the now.
I'm solid. I'm free)”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수행’ 필요해”

지난 1일 법사단과 함께 10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틱낫한 스님은 3일 강원도 평창군 월정사에서 4박5일간의 명상프로그램 지도를 시작으로 8일과 9일에는 경기도 김포 중앙승가대에서 조계종 승려들을 대상으로, 10일에는 부산 범어사에서 ‘평화는 가능하다’란 주제로 대중강연을 펼쳤다.

특히 범어사 강연에서 틱낫한 스님은 “북한과 대한민국은 마치 오래된 커플처럼 서로 얘기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면서 “우리가 먼저 내면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자애로운 마음을 가질 때 남북의 화해와 평화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자애로움을 키우는 수행을 지속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틱낫한 스님과 플럼 빌리지 법사단 일행은 13일 저녁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대중강연과 14일 오전 국제선센터에서의 명상수행을 마치고, 16일 프랑스로 돌아갈 예정이다.

▲ 틱낫한 스님이 참가자들에게 수행의 목적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불교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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