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 기자

볼품없던 좁은 골목길이 새 옷을 입었다.

겨우내 쓰레기로 의심받으며 구석에 쌓여있던 스티로폼 상자는 누군가의 소박한 상자 텃밭이었던 거다. 스티로폼 상자에 심은 상추 싹은 벌써 손가락 길이만큼 자랐다. 올해는 욕심이 더 났는지 맞은편에 보도블록을 세워 흙을 채우고 고추를 심었다. 두 줄로 세워진 텃밭 때문에 골목은 네 뼘 길이만큼 좁아졌지만, 그의 초록색 욕심이 고맙다.

(5월 8일, 서울 종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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