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석 신부, 인천교구 환경교리학교에서 강연

“세상을 돌보는 일은 선택이 아닌 사도로부터 이어져온 신앙인의 의무입니다. 우리가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을 잘 관리해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의 주인이 ‘나’라는 착각을 하면서 망가뜨린다면, 나중에 하느님이 우리를 부르셨을 때 악한 청지기라고 나무라지 않으실까요?”

16일 인천교구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2013 환경교리학교에 강사로 초대된 양기석 신부(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장)는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창조물을 보살피는 “착한 청지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양기석 신부는 “자연환경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계로서 인간이 하느님을 만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한수진 기자

인간과 자연 모두 하느님의 창조물
하느님 뜻에 따라 인간은 다른 피조물을 사랑해야

양 신부는 인구의 9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면서 환경오염과 에너지 문제를 야기하고 전국토가 공사장처럼 돼 있는 한국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람이 더 편하게 살기 위해 환경을 이용하면 환경은 점점 더 피폐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 신부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예로 들어 인간의 오만함이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인간이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엉뚱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이 자연보다 우수하다 여기고, 많이 갖고 많이 쓰는 것을 행복이라 착각하고, 자원이 유한함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야하는 환경을 스스로 망치며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는 거죠.”

양 신부는 인간과 자연 모두 하느님이 만든 피조물임을 강조했다. 다만, 인간과 다른 피조물의 차이는 인간이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자신의 일을 대신 시키기 위해 자신과 닮은 존재로 인간을 만들었다. 때문에 인간은 하느님이 창조한 만물을 하느님 뜻대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하느님이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는 것처럼 인간도 다른 피조물을 사랑해야 한다. 또한 자연환경은 하느님이 창조한 세계로서 인간이 하느님을 만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양 신부는 자연이 “하느님을 체험하게 해주는 또 다른 성사”라고 말했다.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할 때 ‘섭리’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한자로 ‘당길 섭(攝)’에 ‘다스릴 리(理)’를 쓰는데, ‘섭’자에는 ‘귀 이(耳)’가 세 개나 겹쳐있습니다. 끊임없이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라는 뜻일 겁니다. 그런데 진정으로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살아가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말씀뿐만 아니라 그분이 만들어주신 이웃과 자연만물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 인천교구 환경교리학교는 5월 28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인천교구 가톨릭회관 602호에서 열린다. ⓒ한수진 기자

“조금 불편해도 천국에서 재밌게 살면 좋지 않겠어요?”

양 신부는 자연환경을 보살피는 방법으로 ‘쉼’을 제안했다. 구약성서에서 하느님은 모세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 이상의 곡식을 거두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안식일을 두어 사람들이 부리던 종과 가축까지도 하루를 쉬게 했다. 양 신부는 성서의 내용을 “내가 쉬고 나에게 착취당한 존재들도 쉬게 되면 그들에게 평화가 돌아간다”고 해석했다.

이에 덧붙여 양 신부는 핵에너지 정책을 포기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나가는 독일의 사례를 들어 “조금 불편하지만 막상 행동하면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면서 생활 속 실천을 시작하자고 당부했다. 독일은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핵발전소 7기의 가동을 중단하고 2022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영구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정부의 결단은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와 함께 재생에너지 사용과 에너지 절약을 일상화한 소시민들의 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 같은 소시민들, 신앙인들이 하느님을 향한 믿음을 가지고 자연만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은 행동을 시작하면 놀라운 결과가 생기게 될 겁니다. 그러면 몇 십 년 뒤에 후손들이 ‘우리 조상들은 매우 지혜로워서 이렇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었다’고 자랑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무엇보다 나중에 하느님께 혼나고 구원받지 못할까봐 겁이 나기도 합니다. 편히 살다가 지옥에 가느니 조금 불편하게 살다가 천국에서 재밌게 살면 더 좋지 않겠어요?”

인천교구 환경교리학교는 천주교 인천교구 환경사목부와 가톨릭환경연대가 공동주최하며 5월 28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인천교구 가톨릭회관 602호에서 열린다. (문의 / 인천교구 환경사목부 032-777-9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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