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미사와 묵주기도

“정치지도자들의 올바른 판단과 지혜로운 안목이 필요한 때다.”

‘전쟁 위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치지도자들의 현명한 대처와 함께, 신자들의 기도운동을 요청하는 천주교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이래 한반도 정세는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로켓 발사를 규탄하며 대북 제재 절차에 나서자, 북한은 지난 2월 12일 핵실험 강행으로 맞섰고, 3월부터 두 달간 계속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며 “정전협정 백지화”까지 선언했다. 미국은 B-2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 최첨단 군사장비를 한반도에서의 훈련에 동원했고, 이에 북한은 “핵 타격” 위협과 남북간 통신선 차단, 개성공단 진입 금지 등 강경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한 · 미 양국과 북한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팽팽해지면서 우발적인 국지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작년 10월 12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통일 기원의 밤’ 행사에서 촛불을 들고 묵주기도를 바치는 신자들 ⓒ강한 기자

주교회의 민화위, 전국회의 앞당겨 열어
“교회가 한반도 평화 위해 기도하고 노력해야”

이러한 상황에 대해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이은형 신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전 60주년을 맞아 평화를 이야기해야 할 시점에 다시 전쟁을 걱정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엄중한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기 위한 노력이 많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면서 “신앙인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는 것이며, 이처럼 위협적인 분위기 속에 우리의 마음이 닫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은형 신부는 긴박한 한반도 상황을 맞아, 6월로 예정돼 있던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이하 민화위) 전국회의를 오늘로 앞당겨 열었으며 “(이 회의에서) 교회가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민화위는 오는 6월에 한국 천주교 신자 전체의 마음을 모으는 기도운동을 전개하며, 작년 한반도 평화통일 기원의 밤 행사 때 축복한 성화 ‘한반도 평화의 성모자’를 중심으로 교구별 고리기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내일(4월 6일)부터 ‘참회와 속죄의 성당’(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694 소재)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묵주기도를 바친다. 끝으로 이은형 신부는 “한반도 상황이 정말 위험하다고 여겨질 때는 (교회가)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거나 평화를 촉구하는 행사를 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교들, 남북관계 우려하며 ‘신앙인의 역할’ 강조

앞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예수부활대축일(3월 31일)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교황이 로마에 모인 청중과 전세계의 사람들에게 베푸는 장엄한 강복)에서 한반도가 “불화를 극복하고 화해의 정신이 다시 자라나기”를 기도했다. 부활대축일을 앞두고 한국 천주교 교구장 주교들이 내놓은 메시지에도 악화된 남북관계를 염려하며 신자들의 기도와 신앙 실천을 독려하는 내용이 많았다. 특히 서울 · 광주 · 대구대교구의 교구장 대주교가 모두 남북관계의 위기를 지적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불안정한 정치상황과 북한의 위협으로 완전한 평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며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신앙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새 정부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도리어 남북 간 갈등은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으며, 민족과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은 내세우지만 오히려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면서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도 “안보상의 위협”을 우려하며 신자들에게 “성령께서 나라 안팎의 지도자들을 평화의 길로 인도해 주시기를 청함과 동시에 신앙의 선물을 이웃과 나누는 데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지난 3일 ‘제주 4.3사건 65주기 추모미사’ 강론에서 “남북 대치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경고하며 “이런 때일수록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들의 올바른 판단과 지혜로운 안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정치지도자들에게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경외심”을 요청하며 “북한 지도자들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무리수를 두더라도 우리는 지혜와 인내로 설득하고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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