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대책위, 천주교인권위원회 이돈명인권상 수상

“너무 좋아가지고예, 정말로 너무 고마워서 말도 잘 안 나오고.”

제2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이돈명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밀양 765KV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할매’들은 시상식 무대에 오르자마자 객석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꽃다발을 받아 안은 밀양 주민 한옥순 씨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며 “송전탑 저지와 탈핵을 위해 일흔을 넘은 할매들과 목숨을 내놨다. 반드시 지키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김형태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장은 여든을 넘은 어르신의 주름진 손에 상패를 쥐어주며 어르신들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 밀양765KV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가 제2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이돈명인권상을 수상했다. ⓒ한수진 기자

천주교인권위원회는 ▲현대 인권의 모태가 된 탈핵의 가치를 우리 사회에 환기시켜준 점 ▲비정규직 농성장과 강정마을 등 현장을 방문하며 연대의 의미를 보여준 점 ▲우리 사회가 소외된 지역과 여성, 어르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함을 온몸으로 깨우쳐준 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밀양 송전탑 대책위원회를 이돈명인권상의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창립 20주년에 더 뜻깊은 이돈명인권상 수상
밀양 대책위 활동 "인권의 기본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줬다"

밀양 송전탑 대책위원회의 공동대표 김준한 신부(부산교구)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굴다리 위에 올라 농성하는 모습을 보며 어머님들이 제일 마음 아파했다”면서 “이러한 감수성을 본능적으로 드러내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밀양으로 발령을 내주신 주교님에게까지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들은 지치지 않고 재미나게 싸우고 있다. 많은 분들의 염려와 응원을 잊지 않겠다”고 감사를 전했다. 밀양 송전탑 대책위원회는 이돈명인권상 수상으로 받게 될 상금 가운데 100만 원을 대한문 ‘함께살자 농성촌’에 기부할 예정이다.

▲ 밀양 어르신들과 김준한 신부는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르자마자 객석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한수진 기자

대부분이 70-80대 어르신들로 구성된 밀양 송전탑 대책위원회는 한국전력공사가 밀양에서 추진 중인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8년째 싸우고 있다. 밀양 송전탑은 신고리핵발전소에서 생산될 전기를 대도시로 수송하는 데 필요한 시설로 765KV의 고압전류가 흐르게 된다. 송전탑이 건설될 경우 전자파와 기계음 때문에 주민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밀양 어르신들의 탈핵운동과 연대활동에 많은 이들 감동

밀양 송전탑 대책위원회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송전탑 건설로 인한 지역 주민의 피해뿐만 아니라 그 근본원인인 핵발전소 건설 저지까지 운동의 영역을 확대해왔다. 작년에는 부산 한진중공업, 평택 쌍용자동차, 울산 현대자동차, 제주 강정마을, 대한문 함께살자 농성촌 등 전국의 투쟁 현장을 방문해 연대활동을 펼쳐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 25년 · 창립 20년 기념행사의 일부로 진행됐다. 1988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산하 인권소위원회로 활동을 시작해 1993년 창립된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지난 20년 간 “하느님께서 주신 천부적 권리인 인권을 수호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소명을 갖고 차별과 소외로 인권이 억눌린 현장을 지켜왔다.

 

[바로잡습니다] 기사에서 밀양송전탑대책위원회가 이돈명인권상 상금 500만 원 가운데 400만 원을  '함께살자 농성촌'에 기부한다고 보도하였으나, 재확인 결과 기부금은 100만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바로 잡습니다. -편집자-

▲ 천주교인권위원회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이돈명인권상 시상식이 열렸다. ⓒ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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