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본사 앞에서 무기한 릴레이 단식 농성 돌입

송전탑 공사 강행 중단을 요구하며 8년간 한국전력(이하 한전)과 정부를 상대로 싸워온 경남 밀양 주민이 1월 31일부터 무기한 릴레이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이하 송전탑반대대책위)는 단식에 앞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력수급 불안 사태를 시급히 해소하기 위해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한전 측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마을 주민을 분열시키고 고통 속에 빠트린 765kV 송전탑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문양효숙 기자
밀양에 세우는 69기의 초고압 송전탑은 2019년 완공 예정인 핵발전소 신고리 5, 6호기의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그간 밀양 주민들과 대책위 측은 지중화 방식, 지역 갈등을 줄이는 대안구간노선, 초전도 케이블 등 대안을 제시하며 대화를 시도해왔다. 그러나 한전 측은 1월 28일,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작년 9월 24일 이후 중단했던 밀양 구간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송전탑반대대책위는 기자회견문에서 “경북 청도-대구 공사가 사실상 시작단계에 있고, 청도 구간 또한 각북면 주민의 격렬한 반대로 공사가 막혀 있기 때문에 밀양 구간 공사를 통해 올해 9월 완공예정인 신고리 3호기의 전기를 송전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고준길(70)·구미현(60)·김옥희(59)·백영민(61)씨 등 마을 주민 4명과 이계삼 사무국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한국전력 본사 앞에 농성장을 만들고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 단식농성에는 함께살자농성촌, 민주통합당·녹색당·진보신당연대회의, 핵없는사회공동행동, 평화캠프, 나눔문화 등 단체들도 함께 한다. 농성장에 함께 한 나눔문화 김재현 씨는 “전기에 어르신들의 피눈물이 흘러선 안된다”며 “‘밀양에 송전탑 말고 나무를 심자’는 어르신들의 소망이 하루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백영민 씨는 공사 재개 소식에도 “우리는 끄덕 없다”며 “8년 싸웠는데 앞으로 더 못 싸우겠나.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고, 이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앞에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의 단식 농성장이 꾸려졌다. ⓒ문양효숙 기자

송전탑반대대책위 대표 김준한 신부(부산교구)는 “한전 헬기가 떴다는 연락을 받고 어르신 수십 명이 열일 제쳐두고 현장 사무소로 모여 주셨다. 또, 공사가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서 열 번째 농성장을 구축중이다”라며 밀양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 신부는 “한전 측은 공사 재개를 기정사실화 하고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30개 마을 중 15개 마을이 합의했다고도 하지만, 이 중 반은 불법적 합의라 원상회복 하는데 어렵지 않고 나머지 반은 송전탑과 거리가 2km이상 떨어져 처음부터 결합하지 않았던 마을이다. 밀양 어르신들은 흔들림 없이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어르신들이 연세가 있으셔서 단식이 쉽지 않다. 마을별로 교대하면서 2박 3일씩 이어갈 계획이다. 더 많은 분들이 이 농성장에서 하루 단식에 함께 하면서 송전탑 건설에 힘을 모아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천주교 인권위 김덕진 사무국장은 “이명박 정권아래에서 고통 받았던 사람들이 다시 박근혜 정부 5년을 고통스럽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가장 먼저 따뜻한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던 분이 밀양 주민 분들”이었다며 “울산 현대 자동차, 평택 쌍용 자동차, 아산 유성기업 투쟁 현장을 방문하셔서 ‘살아서 내려오라’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그것이 정말 ‘함께 살자’라는 호소임을 가슴 속에 새겼다. 이제 우리가 보여 드릴 차례다. 서울에서 농성하시는 동안 할매·할배 동지들에게 신명 나고 기운 나는 연대를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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