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훈 원장 1주기 추모미사 봉헌

 ⓒ한상봉 기자
홍성훈 원장 1주기 추모 미사가 1월 27일 인천교구 해안동 성당에서 봉헌되었다. 호인수 신부(인천교구 부개동 성당 주임)의 주례로 집전된 이날 미사에는 유족들과 평소 친분을 나누었던 조성교, 김일회, 김영욱, 장동훈, 한덕훈 신부, 그리고 200여 명의 신자가 모여 고인의 삶을 나누고 명복을 빌었다.

이날 미사 중에 이뤄진 추모식에서는 오랜 지인이었던 권병기 씨가 홍 원장 생전의 일화를 소개하며 홍 원장의 따뜻한 성품과 깊이 있는 삶의 자세를 추억했다. 그는 자신이 담배를 끊은 것이 홍 원장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원장은 선종하기 1년 전쯤 술자리에서 권 씨에게 “담배를 끊으면 천만 원을 주겠다”고 말했다. 물론 본인에게 돈을 주는 게 아니라, 담배 끊은 이가 지정한 곳에 천만 원을 기부하겠다는 것이다. 만일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담배를 다시 피우면 곱절로 물어낸다는 약속이다.

권 씨가 담배를 끊기로 약정한 기간인 6개월이 지나자, 홍 원장은 바로 전화를 걸어 “계좌를 불러달라”고 말했고, 인천 연수동 빈민지역의 어린이 도서관에 약속한 금액을 기부했다. 홍 원장은 이따금 이 도서관에 들러 혼자 책을 읽다 가기도 하고, 찾아온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 홍성훈 원장(홍정형외과)의 장례미사가 2012년 1월 30일 오전 10시에 인천교구 제물포성당에서 봉헌되었다. 이날 미사에는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관련인사들과 우리신학연구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등 홍성훈 원장이 평소 호흡을 같이 한 사제 평신도들과 인천지역의 민주화운동과 환경운동 등 홍 원장이 마음을 쏟았던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고인의 가시는 길을 배웅했다. ⓒ한상봉 기자

권병기 씨는 자신의 삶에 여러 스승이 있어서, “어떤 이는 젊은 시절 의로운 투쟁을, 어떤 이는 배고플 때 사랑을, 어떤 이는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50대에 깨달음을 주었다”면서 “홍성훈 원장은 2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삶의 자세를 가르쳐 주었다”고 말했다.

선종하기 1주일 전에 홍 원장을 방문했을 때, 홍 원장은 권 씨를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며 “난 괜찮아. 신앙 속에서 죽음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죽음이 두렵지 않아”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홍 원장은 권 씨에게 장례 부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죽더라도 대학병원 특실은 사양한다고, 그저 작지만 그동안 정들었던 제물포성당에서 가겠다고. 염할 때는 삼베옷을 입혀 묶지 말고, 옷 중에서 가장 잘 썩을 옷을 입혀 묻어달라고 부탁했다.

홍성훈 원장은 결국 주차장도 없는 작은 성당의 조촐한 영안실에서 이승을 떠날 채비를 했다. 권 씨는 “홍 원장님은 죽은 뒤에는 내 몸도 부모님 것이라며 선산에 묻어달라고 하셨는데, 부모님 묘소 아래에 납작 엎드린 평비석 아래 누워계신다”고 말했다. 끝으로 권 씨는 “홍 원장의 죽음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되새기고 있다”며 “홍 원장님은 지금 하느님 곁에서 술 드시며 잘 지내실 것 같다. 우리와 빨리 만나서 술 한잔하자고 기다릴 것이다”고 말했다.

고(故) 홍성훈 원장 약력

인천 홍 정형외과 원장
지역주민을 위한 복지병원 신천연합병원 이사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우리신학연구소 이사장
인천환경운동연합 의장
평화와 참여로 가는 시민연대 자문위원
여성의 전화 자문위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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