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종교의 향기- 2]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

“교회 다니는 신자로서 교회 가서 ‘똑바로 하라’고 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개신교의 자정운동 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를 소개하자고 제안한 동료가 꺼낸 말이다. 맞는 말이다. 자기 정체성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교회의 잘못을 꾸짖고 시정을 촉구하는 것, 웬만큼 마음이 단단하지 않고서는 오래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도 점잖게 성명서 발표하고 안전한 장소에서 기자회견이나 하는 게 아니라, 때로는 문제가 되는 교회 앞에 가서 시위를 벌이다 멱살을 잡히고 쌍욕까지 듣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는 개신교의 개혁과 함께, 건강한 교회를 통한 사회개혁을 일구어 하느님 나라를 펼쳐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2002년 11월에 출범했고 얼마 전 창립 10주년을 지냈다. 그동안 민주적 정관 갖기 운동, 건강교회 재정운동, 교단 총회 참관 운동, 교회 내 문제로 고통 받는 신자들을 위한 상담, 교회 세습 반대 운동 등을 벌여왔다. 상근 활동가와 집행위원 전문위원을 모두 합쳐 60여명이 이끌어온 일들이다. 최근 개혁연대는 인권연대가 시상하는 ‘제3회 종교자유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됐고, 오는 12월 26일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빌딩 2층 강당에서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다.

12월 13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개혁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김애희 사무국장은 종교자유인권상 수상에 대해 “교회 개혁이 시급하다는 공감이 확산된 것 같아 감사하면서도, 개혁연대의 수상으로 인해 개신교가 한국 사회에 끼친 해악이 더 부각되는 게 아닌가 해서 씁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10년간 이슈가 떨어진 적이 없어요. 잠잠하다 싶으면 무슨 문제가 터지곤 해 한가했던 틈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한국 교회에 난제가 많고, 이슈가 되는 사건도 많은 것입니다. 저희 위원들이 사석에서 농담처럼 하시는 말씀이 ‘개혁연대가 빨리 없어져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한국 교회가 조금 살만한 동네가 됐다는 게 아닐까 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조직의 해산을 위해 기도하는 단체’입니다.”

‘평신도 실무자 출신 여성’ 사무국장 …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인데 화제가 됐다”

▲ 김애희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강한 기자
김애희 사무국장은 2004년부터 개혁연대에서 일하기 시작해 간사, 팀장, 실장을 거쳤다. 그의 부임 인사말에 따르면 “안식과 학업을 이유로 사임한지 2년도 채 안 되는 시간이 지나” 올해 11월부터 사무국장을 맡게 됐다.

무엇보다도 그는 목사가 아닌 ‘평신도 실무자 출신 여성’으로서 교회 단체 사무국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개혁연대에서도 사무국장은 주로 목회자 출신의 남성이 맡아 왔다. 현재 개혁연대 공동대표 4명 중 정은숙 씨 한 명이 여성인데, 그를 공동대표로 세우기까지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한다.

“아시다시피 개신교가 보수적인 분위기다 보니 이처럼 여성 사무국장이나 공동대표를 세우는 게 선도적으로 보이기도 했어요.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인데 화제가 됐습니다.”

김 국장이 앞으로 개신교가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지적하는 것도 ‘여성 안수(성직 임명) 문제와 여성 참정권 문제’다. 천주교에 비해 개신교는 여성 성직자를 인정하는 등 양성 평등에 있어서는 앞서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막연한 생각도 하기 마련이지만, 김 국장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개별 교회의 의사결정구조에서도 여성은 의결에 참여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흔히 여성은 밥을 짓고 봉사하고, 남성은 회의에 참석하고 설교하는 존재라는 것을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여 왔지요. 오늘날 한국 개신교 교단의 수가 200개가 넘는다고 봅니다. 그런 교단 중 여성에게 안수(감독이나 목사가 성직 후보자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성직을 임명하는 일) 주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예요. 평신도 대표라 할 장로 직분을 여성에게 주는 곳도 거의 없죠. 여신학자협의회나 교단 내 여성운동 그룹의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고, 큰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 서울 신림동 왕성교회 앞에서 세습반대시위를 벌이는 교회개혁실천연대 회원들. (사진 제공 / 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 세습 문제’ 다시 이슈로 떠올라 …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출범

요즘 개신교 내에서 다시 떠오르는 이슈는 목회자들의 교회 세습 문제다. 지난 10월 7일 왕성교회 공동의회(교인총회)에서 담임목사인 길자연 목사의 아들 길요나 목사를 후임 담임목사로 추대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9월 25일 기독교대한감리회가 한국 개신교 교단 최초로 ‘세습 금지법’을 통과시킨 지 2주일 만이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개혁연대 회원들은 서울 신림동 왕성교회 앞에서 세습반대시위를 벌였다. “왕성교회 성도 여러분, 세습 철회를 마지막으로 호소합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고, 유인물도 나눠주었다. 이럴 때 접하는 교인들의 반발과 비난은 익숙한 일이다. 이날의 활동을 소개한 개혁연대 홈페이지에는 세습반대활동에 대한 왕성교회 신자들의 냉소적인 반응도 옮겨져 있다.

“길자연 목사님 때문에 교회가 이만큼 컸는데, 그럼 누구에게 담임목사 자리를 주냐?”
“세습은 죄 아닙니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진짜로.”
“되게 할일 없으시네요.”
“너네 교회나 잘해라! 너나 개혁해!”

그러나 김애희 국장은 신자가 아닌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런 차이는 교인들의 정서와 교회를 바라보는 바깥사람들의 시선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외부에서 문제제기를 해도 교인들이 세습에 대해 자성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게 없다.

이에 앞서 <조선일보> 9월 1일자에는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명의로 “좌파들은 북한의 3대 세습은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교회의 정당한 후임자는 세습이라고 비난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교회 세습을 옹호하는 장문의 광고가 실렸다. 이에 대해 개혁적인 목사들이 반박하고, 금란교회는 그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나서는 등 ‘세습 논쟁’은 커지는 양상이다. 11월 2일에 결성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약칭 세반연)에는 개혁연대와 함께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바른교회아카데미 등이 참여했다. 김애희 국장은 세습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리적 근거를 세우고 공론화하기 위한 신학 포럼과 좌담회를 내년 초에 열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9월 1일자에 실린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전면광고 일부. 이 글에서 김홍도 목사는 "(현직 담임목사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후임자가 되면, 서로 시기하기 때문에 교회가 편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교회 세습'을 옹호했다. (조선일보 지면 갈무리)

개혁연대의 힘… 무너지는 교회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경건’하고 ‘보수적’인 신자들

교단에서도 무서워한다는 대형교회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그것은 개혁연대가 특정 교단에 속해 있지 않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김애희 국장은 간명하게 말했다. “돈 주는 데를 비판하기는 어렵잖아요?”

개신교 단체가 특정 교단 중심이거나 활동가 대부분이 목회자라는 점은 이 단체들이 학연과 지연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로 이어진다. 그런 면에서 개혁연대의 힘은 약하지만, 그만큼 자유롭다.

이러한 개혁연대에 신앙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건’하고 ‘보수적’인 신자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김애희 국장은 개혁연대의 회원들은 “교회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교회가 무너지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회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변화를 체험했던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교회를 회복하기 위해 신자들을 찾아가 설득하기도 하고 피켓도 든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돈 문제, 세습, 성폭력 등 교회의 병폐로 인한 고통을 안고 개혁연대를 찾아오는 신자들에 대한 “동지 의식과 연대감”을 표현했다. 그들의 문제가 비록 해결되지 않더라도, 자기 문제를 함께 아파하며 공감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정신적인 유대감이 열성적인 회원 활동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이런 회원들이 매년 연말이면 각지에서 과일을 보내오고, 휴가를 내면서까지 개혁연대 활동에 참여하고 직접 피켓을 들기도 했다.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버려져 짓밟힐 따름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마태 5,13)

개혁연대가 자주 인용한다는 마태오 복음 5장의 말씀이다. 김애희 국장은 이 산상 설교에서 예수가 선언한 ‘여덟 가지 축복’에 대한 말씀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교회를 향해 제 맛을 되찾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영성이란 예수께서 말씀하신 참 행복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마음이 가난하고 깨끗해지고, 함께 아파하고 우는 것. 교회를 개혁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하는 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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