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 서울대교구 정평위 공동주최 사회교리주간 기념 미사와 세미나 열려
12월 12일 오후 7시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심화세미나 진행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박동호 신부)가 12월 9일 오후 2시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제2회 사회교리주간 기념 미사와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기념행사는 ‘사회 교리와 신앙, 그리고 삶 - 한국 사회 안에서 빛과 소금 되기’라는 주제로 이용훈 주교의 기조 강연과 박동호 신부의 주제 발표 그리고 사회교리학교 동문들의 체험을 나누는 순서로 진행됐으며, 조규만 주교(서울대교구 보좌 주교)의 주례로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기조 강연에서 이용훈 주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그 문헌을 통해 ‘신앙과 사회교리’의 관계를 성찰했다.

이용훈 주교, “사회교리의 선포와 실천은 신앙교리를 충실히 수호하는 길”

▲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 ©정현진 기자
이용훈 주교는 “그리스도인에게 ‘사회교리’는 어떤 의미인가? 신앙교리와 사회교리는 별개이며, 사회교리는 따르지 않아도 되는 선택사항인가?”라고 물으면서, “‘사회교리’라는 용어가 주는 낯섦과 선입견으로 인해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 ‘사회교리는 신앙교리와 무관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용훈 주교는 “교회가 사회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사장시키는 일이며, 사회의 구조적 악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본연의 역할이자 도리”라면서, “사회교리는 신앙교리의 한 부분이며, 그 자체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예외 없이 실천해야 할 교리다. 신앙인에게 사회교리의 선포와 실천은 의무사항이며, 이는 신앙교리를 더욱 충실히 수호하는 길”이라고 명시했다.

이어 ‘교회의 사회교리 - 세상과의 자유로운 대화’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박동호 신부는 사회교리를 ‘소통의 언어’ 관점에서 바라봤다.

박 신부는 “교회의 언어는 보통의 하느님 백성들에게 너무 낯설다. 소통의 부재로 교회는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고립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사회교리’는 구체적인 생활환경에서 교회인 하느님 백성이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언어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교회가 세상 안에서 역사와 함께 존재해야 한다고 성찰한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따라 교회는 적극적으로 소통의 언어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동호 신부, “사회교리는 하느님 백성이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
교회, 성경 안에서 세상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주제 발견하고 나눠야

“구약성경의 창세기를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들, 곧 인권과 그 인권을 수호하고 증진해야 할 국가의 의무 관점에서 풀어볼 수 있다. 오랜 세월 구약은 남녀 차별과 자연에 대한 지배의 근거로 이용됐지만, 근래 우리는 성경의 역사적 배경을 밝힘으로써 ‘하느님을 닮은 인간’을 해석하면서 ‘인간의 존엄함’을 찾아냈다. 하느님과 대화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인간, 그 인간의 존엄함에서 자연스럽게 천부적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박동호 신부 ©정현진 기자
박동호 신부는 성경 안에는 세상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주제들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창세기로부터는 인권, 탈출기로부터 억압적 사회구조의 쇄신과 해방, 예언서로부터 부패와 불의에 대한 고발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 “교회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공동의 관심사와 언어를 개발하고 나누는 것이 곧 교회의 사명”이라고 역설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소통’의 공의회
사회교리는 대화와 협력의 언어, “교회가 대화하지 못할 영역은 없다”

박동호 신부는 ‘세상을 향한 교회’, ‘세상과의 대화’라는 획기적 전환을 가져온 교회의 사건이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라고 하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주요한 임무 중 하나로 ‘세상과의 대화’를 제시하고, 자연스럽게 ‘세상 안에서’의 교회를 강조했다. 또 교회와 세상의 관계 뿐 아니라, 교회가 직면한 새로운 시대에 인류가 나갈 길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분명히 드러냈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교회의 활동을 테두리 안에 가두려는 시도, 혹은 이른바 애덕의 실천 정도로 축소시키려는 경향을 발견한다. 애덕의 실천이라는 것도 흔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정심을 드러내는 ‘자선’ 쯤으로 축소하려 한다. 이는 가톨릭의 정신인 보편을 ‘부분’으로 축소하고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교회의 부정인 셈이다.”

박동호 신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기쁨과 희망, 이하 사목헌장)은 교회의 임무로써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복음의 빛으로 해석해 인류가 나아갈 길을 제시할 것 즉, 교회와 세상의 대화를 꼽는다고 이르면서, “사목 헌장이 현대의 구체적 생활환경을 ‘급격한 변화’와 ‘심각한 불균형’으로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한국교회와 사회에 적용해보자”고 제안했다.

박동호 신부는 “사회교리는 ‘대화와 협력의 언어’이며, 가정, 문화, 경제, 정치, 남북관계, 세계화, 생태문제까지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들을 해결하고 협력하기 위해 어떤 영역에서도 대화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은 성전 뿐 아니라 세상 한 가운데서도 신앙과 성사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주제강의가 끝난 후, 서울대교구 사회교리학교 졸업생들이 자신의 경험과 삶의 변화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정현진 기자

강의에 이어 서울대교구 사회교리학교 졸업생들이 사회교리학교를 통한 다양한 배움과 체험, 그리고 삶의 변화에 대해 나눴다.

1회 졸업생 서정숙(젤뚜르다) 씨는 인간 존엄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4회 졸업생 김정숙(수산나) 씨는 ‘창조 보전 질서’ 지킴이와 농부로서 생태적 가치, 그리고 16회 졸업생 오정화(도미니카) 씨는 그리스도의 제자를 식별하는 표징으로써 애덕과 연대에 대해 나누면서, “사회교리를 통해 사회적으로 크고 작은 일과 현상들에 대해 분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었으며, 성경이 현재 삶 안에서 유효한 가르침이 된다는 것과 막연했던 연대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전했다.

특히 신민영(사도요한) 씨는 사회교리 공부를 하게 된 동기가 “하느님 때문에 겪는 갈등이 싫어서 가톨릭을 떠나기 위해서였다”고 말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신민영 씨는 “그러나 나는 가톨릭의 가르침에 매료됐다. 사회 정의에 대해 정치권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 확고한 목소리와 가르침을 전하는 교회의 가르침에 매료된 것”이라고 하면서, “교회가 ‘무엇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권력의 눈치를 보고 발언을 주저한다면 어떻게 그 가르침이 참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비록 큰일은 아니더라도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빛을 밝히기 위해 애쓸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회교리주간 기념행사는 이후 심화세미나로 이어진다. 12월 12일 오후 7시부터 명동 가톨릭회관 2층 강당에서 ‘사회 교리의 보급과 실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심화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며 나정원 교수(정의평화위원회 사회교리분과장)가 기조 발제를 맡고 라운드테이블 토론이 이어진다. (문의 :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02-773-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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