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금자씨의 어린이카페 이야기]

어린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는 참으로 신기한 먹거리가 많았습니다. 엄마가 주는 용돈을 다 그곳에서 써버리곤 했습니다. 먹고 싶은 것은 많은데 손에 든 동전은 턱없이 모자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래서 가끔 엄마 몰래 지갑에서 동전을 훔쳐서 불량식품을 신나게 사먹고는 시치미 뚝 떼곤 했습니다. 그 시절 아무리 부모님이 불량식품이라고 이야기를 해도 ‘소귀에 경 읽기’였습니다. 이제는 주객이 전도되어 아줌마가 까사미아 아이들에게 불량식품 조심하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김용길 기자

굵은 실을 색색이 묶어 물들인 것처럼 찐득찐득한 불량식품, 일명 ‘쫀득이’가 생각나시는지요? 주사위 같은 육면체 흰색 덩어리를 국자에 넣고 연탄불에 달구면 어느 새 액체로 변하는 ‘달고나’도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뽑기’. 설탕과 소다를 섞어 불에 올려놓으면 누런 액체로 변합니다. 뜨거운 액체를 식용유 두른 철판 위에 붓고 나서 굳기 전에 별모양, 눈사람 모양 등 각가지 모형을 얹어 놓고 꾹 누르면 형체가 만들어집니다. 형체를 둘러싸고 있는 부분을 본체를 건드리지 않고 떼어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각 문향의 연결하는 모서리가 어찌도 그렇게 얇은 지, 목을 떨어지게 하지 않고 주위 부분을 떼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습니다. 입안의 침이란 침을 다 동원해서, 간혹 바늘로 목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떼어보지만 목은 여지없이 떨어져 뽑기 한 번 더하기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학교 문방구에 가면 달고나가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연탄불 대신에 전기곤로를 사용한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300원을 내고 불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불에 달궈진 국자에 달고나를 넣고 이제나 저제나 액체로 변할 때까지 열심히 젓습니다. 뽑기는 비닐봉투에 넣은 기성품을 문방구 먹거리 진열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아이들이라고 불량식품의 유혹을 비껴갈 턱이 없지요. 아이들은 무슨 색소를 사용했는지도 모를 정체불명의 불량식품들을 입에 하나씩 물고 까사미아에 나타납니다. 까사미아에서는 밖에서 사온 간식을 못 먹게 합니다. 크기가 작아 주머니에 넣고 오는 불량식품은 통제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아이들은 손가락 크기의 높이, 두 손가락 굵기의 작은 통에 담겨진 색소 가루를 아줌마의 눈을 피해 수시로 입으로 털어 넣으며 몰래 먹었다는 스릴을 느낍니다.

한 번은 라면 소스를 감자튀김에 뿌린 간식을 먹고 들어오기에 집에 갈 때 찾아가라고 했더니, 아줌마도 먹어보라고 서 너 개 줘서 도대체 무슨 맛이기에 그렇게 먹는 지 먹어 보았습니다. 한 개를 입에 넣는 순간 갑자기 속이 미식거리며 토할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맛을 감당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김용길 기자

4학년 주, 이, 헌, 훈 그리고 용은 입에 막대사탕을 물고 종종 옵니다. 겨울이 시작되어 으스스한 날씨에도 250ml 우유팩 반 정도에 빙수를 얼려 파는 것을 스틱으로 먹고 들어오면서 춥다고 야단입니다. 더불어 생 라면에 스프를 뿌려 먹고는 맵다고 빙수를 핥아 먹고 있습니다. 다 먹을 때까지 출입구 계단에서 덜덜 떨면서 빙수를 먹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은 가관입니다.

100원~500원하는 불량식품. 주로 단맛, 짠맛을 극대화하여 아이들의 혀는 이미 마비된 상태입니다. 먹는 것은 자신의 입으로, 쓰레기는 방바닥에. 불량식품을 담았던 비닐봉투, 막대사탕 스틱 등은 까사미아 차지입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까사미아에 오면 야채국물로 요리한 스파게티를 맛있다며 꼭 먹는 것입니다. 아줌마가 “부온 아뻬띠또(맛있게 먹어요)!”라고 하자, “그라찌에(고맙습니다)!, 라고 말할 줄 알았죠?”라며 먹을 때마다 말장난을 잊지 않는 주. 아줌마가 군밤 주는 시늉을 하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또다시 “구라치네 라고 말하면 안 돼는 거죠”합니다. 밉게 여겨지지 않는 개구쟁이 4학년들의 불량식품 예찬 뒤에 ‘스파게티 진짜로 맛있다’며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이 참으로 귀엽습니다.

최금자 (엘리사벳,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대표,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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