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김정수 사무국장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김정수 사무국장, 그는 농부다. 천안 광덕에서 유기 양계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일구고 정평위 사무국장으로 교회와 세상을 위한 가래질을 하는 중이다.

사범대학을 다녔던 그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교생실습 마지막 날 마주했던 아이들의 눈물이 그의 경로를 바꿨다. 그 아이들 앞에 정직한 스승으로 설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고 했다. 대학생들이 죽어갔던 90년대 중반, 어수선한 시국을 바라보던 마음도 거들었다.

▲ 김정수 씨가 참여하고 있는 공동농장 '도농더하기'는 최근 한 사회적기업 육성 프로그램에서 유일한 농업분야 수상자로 선정됐다. ©정현진 기자

언젠가, 아이들 앞에 당당히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고 자신을 불러주는 교단이 있다면 그곳에 서겠다는 마음을 품고 농촌으로 내려갔다. 마지막으로 참여한 여름농활에서 만난 농민 형님의 힘겨운 삶을 보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유기 양계 협동조합 꿈꾸는 농민, 김정수 씨
모든 먹을거리들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 세계적인 자연농법 조합 꿈꿔

1999년 농민단체 일을 시작하면서 천안에 자리를 잡았고 이듬해부터 농사일을 시작했다. 고추와 표고버섯 재배로 5년 동안 농사를 지었지만, 혼자 하다 보니 빚만 늘어갔다. 빚을 갚고 생활을 해야겠기에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했다. 밤에는 양계장을 돌보며 연구를 하고, 낮에는 복지관 일을 하는 고된 생활이 2년 간 이어졌지만 농사일에 대한 희망을 놓지는 않았다.

그러던 2007년 겨울, 지인들과 함께 자연농장 양계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자연식 유기 양계를 실현시킬 꿈을 품었다. 2008년 봄 60평 비닐하우스를 마련하고 650마리를 키우기 시작해 만 4년째에 이른다. 현재는 함께 교육받고 시작했던 지인을 비롯해 새로 합류한 충남지역 6개 양계 농가가 협력하고 있다.

“유기양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료문제에요. 대부분의 대규모 양계농가는 GMO 옥수수 배합사료에 의존하고 있죠. 그런데 원래 닭들은 떨어진 나락, 벌레, 풀 같은 것을 먹는 것이 자연적인 먹이 습관이에요. 사료의 대안에 대해 연구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어르신들께도 물어보면서 밀기울, 여물지 못한 쌀 청치, 풀, 황태가루, 버섯, 쌀겨 등을 섞어서 사료를 쓰고 있어요.”

▲ 자연 사료를 배합하고 있는 김정수 씨. (사진제공 : 도농더하기 홈페이지)

자연식 유기 양계로 얻는 주요한 소득은 달걀이다. 닭을 키우는 방식뿐만 아니라 알을 얻는 것도 자연적인 주기에 따른다. 병아리를 5개월간 키워야 비로소 얻을 수 있고, 하루 한 알씩 얻는데 닭의 수가 많지 않으니 대량 주문이 들어와도 당장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급한 마음에 다른 사람 것을 빼앗듯 가져가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건강한 먹을거리를 알아본 이들은 기다려 줄 줄 안다.

사료공급, 달걀 수급, 판매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개별 농사로서는 한계가 많기 때문에 다른 농가와 ‘도농더하기’라는 협력단위를 만들고 함께 하고 있다. 이제 그의 최종 꿈은 자연식 유기 양계로 세계적인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우선 국내산 자급사료 완전실현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고, ‘도농더하기’를 통해 창업과 귀농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 기술지원 등을 기획한다.

“대규모 축산의 폐해가 너무나 많아요. 이런 방식으로는 구제역, 조류독감을 피할 수 없고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죠. 환자들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것, 지금은 미미하고 무의미한 숫자라고 해도 의미 있는 동력이 되는 것이 목표에요. 양계뿐만 아니라 다른 작물들도 같은 방식으로 생산하고 먹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만 잘 살자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더불어 잘 살기 위한 것, 그래서 농장 이름도 ‘더불어 농장’이에요.”

하느님 나라를 일구는 김정수 사무국장
"여벌의 옷도, 먹을 것도 없이 모든 것을 나누는 삶을 위해"

이야기를 듣다 보니, 김정수 사무국장은 일과 꿈, 사랑을 모두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 그는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그리고 그 인연은 강승수 신부를 통해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로 이어졌다.

현재 정평위 위원장인 강승수 신부가 만든 이주민 센터에서 봉사자로 일하면서 아내를 만났고, 성실하던 그를 눈여겨 본 강 신부는 정평위를 맡으면서 김정수 사무국장을 불렀다. 올해 2년 째, 천안과 대전을 오가면서 밤낮 없는 양계일과 병행하려면 힘도 들 텐데, 그는 “너무 신나고 재미있다”고 말한다.

▲ 대전교구 정평위 사회교리학교 3기 수료자들과 함께 (사진제공: 대전교구 정평위 카페)

대전교구 정평위 위원들은 모두 18명, 담당 사제는 6명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이들이 뛰고 있다며 자랑을 한다. 모두 생업이 있고, 다른 사목을 하고 있어 전담자도 상근자도 없는 상태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한다며 웃는다. 여전히 한계는 있지만 불편하고 어려운 것들이 오히려 더 탄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고.

“제가 일을 펼쳐놓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특히나 대전교구의 경우는 해보지 않은 것이 너무 많아서, 욕을 먹더라도 뭐든 시도해보고 그것을 통해 더 새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사회교리학교의 경우만 해도 여전히 반발도 많고, 열려있지 못한 이들이 많지만 아무것도 겁내지 않는다”면서, 올 여름 평화기행과 지역별 사회교리학교 운영, 환경생태교육에 대해 말한다. 올 겨울에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1박 2일짜리 사회교리 심화과정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렇게 차근차근 가다보면 언젠가는 극복하겠죠. 한 번에 큰 욕심은 부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마음은 있지만 나서지 못하는 이들, 드러나지 않은 이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들릴 날이 올 거라고 믿으니까요.”

그는 요즘 들어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는 성경 구절이 유독 크게 남는다고 했다. 어렸을 때는 착하게 살고자 했으나, 선함만으로 세상이 변하지 않았고, 더불어 산다는 마음도 여전히 ‘나 중심’이었다고 고백했다.

어느 순간 ‘거저’라는 말이 마음에 들어왔고,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머물자, “내가 너무 많이 갖고 있다”는 깨달음이 왔다.

그는 앞으로 여벌의 옷도, 먹을 것도 챙기지 않고 그렇게 기꺼이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미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라는 그 마음을 잃지 않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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