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의 책임을 온전히 철거민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가혹”
이명박 대통령과 권재진 법무부장관에 청원서 보내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 4대 종단 대표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권재진 법무부장관에 2009년 용산참사로 구속된 철거민 8명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을 청원했다.

4대 종단 대표들은 “2009년 용산참사는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다”고 지적하며 “종교인으로서 우리 사회가 하루속히 이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화합을 향해 나가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청원서에는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이용훈 주교를 비롯해 한국기독교협의회 김영주 총무,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원불교중앙총부 김주원 교정원장이 공동 서명했다.

▲ 2012년 7월 20일 용산 남일당 터 앞에서 3년 만에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유가족들 ⓒ한수진 기자

용산참사의 원인은 "철거 세입자에 대한 불충분한 사전 대비"
"이미 그들이 져야할 책임은 다했다" ... 8.15 특별사면 단행 청원


이들은 용산참사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철거 세입자에 대한 불충분한 사전 대비였음을 지적하면서 “참사의 책임을 온전히 철거민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가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종단 대표들은 “이미 그들이 져야할 책임은 다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가 구속된 철거민에 대한 화해와 관용의 정신으로 8.15 특별사면을 단행할 것을 청원했다.

또한, 종단 대표들은 지난 달 7월 재판이 개시된 철거민 부상자 2명의 상황에도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2009년 참사 당시 건물 아래로 떨어져 3년간 수차례의 수술을 받고도 영구장애를 안았으며, 1심에서 4년의 형이 확정되었으나 치료의 이유로 항소심까지만 구속이 면해진 상태다.
 

용산참사 관련 구속자 특별사면 청원서
 

한국사회에 큰 상처로 남은 2009년 용산참사는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아픔입니다. 그로부터 3년 반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용산참사의 아픔은 계속되고 그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용산참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갈등을 해결하는데 미약하나마 마음을 내었던 종교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사건으로 여덟 명의 철거민들이 3년 넘게 구속된 상태이고, 그들의 가족은 철거 지역에 남아 어린 자녀와 함께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두 명의 철거민은 옥상에서 떨어져 큰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3년 째 수차례의 수술을 반복하면서 현재 재판을 받고 있고, 언제 법정에서 구속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용산참사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철거당하는 세입자에 대한 불충분한 사전 대비입니다. 6명의 목숨을 앗아가고도 3년이 넘은 지금까지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는 참사 현장의 현재 모습을 봐도 참사의 책임을 온전히 철거민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가혹합니다. 그리고 이미 그들이 져야할 책임은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우리 사회가 하루 속히 이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화합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뜻 위에서 정부는 이제라도 구속된 철거민들에 대하여 화해와 관용의 정신으로, 광복절을 맞아 8.15 특별사면을 단행해주기 바랍니다. 국민화합과 사회통합 차원에서, 큰 결단을 내려주시기를 청원합니다.

2012년 8월 6일

특별사면청원 4대 종단회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 승
원불교중앙총부 교정원장 김 주 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 영 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이 용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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