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공사장 앞 미사 중 문정현 신부 밀치던 경찰이 땅에 떨어진 성체 밟아
경찰, 재발 방지 · 사과 거부, 항의하던 활동가 2명 연행
제주교구 사제 파견돼 훼손 성체 정리하는 예식 거행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 미사 도중 경찰에 의해 성체가 훼손됐다.

8월 8일 오전 11시 30분경 강정 생명평화 미사가 진행되던 중 경찰이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 앉아 미사를 드리던 사제와 활동가들을 길옆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문정현 신부가 참가자들에게 성체 분배를 시작하자 경찰 20여 명이 달려들었고, 이 와중에 문 신부가 바닥에 넘어지며 성체가 땅에 떨어졌다. 이어서 경찰이 떨어진 성체를 그대로 밟고 지나가면서 성체가 부서졌다.

▲ 경찰에 의해 훼손된 성체를 보호하는 문정현 신부 ⓒ한경아

현장에 있던 김정욱 신부(예수회)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전화 통화에서 "방금 전 상황을 보며 영화 <로메로>에서 게릴라들에 의해 훼손된 성체를 로메로 주교가 보호하는 장면이 떠올랐다"면서 "성체는 천주교 신자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신앙의 핵심이다. 성체 훼손은 종교 행위의 핵심에 대한 훼손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자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문정현 신부는 2시간 가까이 성체가 훼손된 자리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았고, 상황을 전해 들은 제주교구에서 사제 1명을 파견해 오후 1시 30분경 훼손된 성체를 정리하는 예식을 거행했다.

또한, 경찰의 미사 방해와 성체 훼손에 항의하던 여성 활동가 1명과 청소년 1명이 경찰에 연행되어 주민과 활동가들이 호송차량을 에워싸고 출발을 저지하고 있다. 주민과 활동가들의 항의에 구슬환 서귀포경찰서 경비과장은 재발 방지를 약속할 수 없으며 사과도 할 수 없다고 이들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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