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주민이자 군사기지문제 전문가의 경고.. "해군기지는 수질·토양 오염과 물 부족 불러올 것"

지난 5월 30일 제주도를 방문한 박근혜는 “이곳을 세계적인 관광지이면서 해군기지로 유명한 하와이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0년 동안 하와이에 거주하면서 미군기지문제를 연구해온 백구한 씨는 7월 3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하와이는 제주도가 되고 싶어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근혜가 무지하거나,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

백구한 씨는 박근혜의 발언을 두고 “박근혜가 무지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제주에 해군기지를 만들기 위해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구한 씨는 하와이에서 군부대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을 낱낱이 짚으며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백구한 씨가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하와이에서는 농사를 거의 짓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하와이에 군사기지와 관광산업이 들어오면서 땅값이 오르자 농민들이 땅을 팔기 시작했고, 그나마 남아 있는 땅은 군사기지에서 나오는 화학물질로 오염돼 농사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 결과 하와이는 식량의 90%를 외부로부터 들여온다. 연료부족이나 자연재해로 인해 교통수단이 마비되면 심각한 식량부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1993년 허리케인이 발생했을 때 하와이에는 선박이나 항공기가 전혀 들어올 수 없었고, 3일 만에 식량이 바닥이 나 2주 동안이나 식량부족사태를 겪어야 했다.

▲ 하와이 군사지역 지도. 빨간색 부분이 군사기지, 분홍색이 군사기지 확장 예정 부지다. ⓒ백구한

군사기지에서 나오는 화학물질로 바다와 토양 오염 심각해

군사기지가 들어선 이후 하와이는 수질오염 문제도 심각해졌다. 백구한 씨는 “본래 진주만 지역은 강정 앞바다처럼 수질이 깨끗하고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이라 수산자원이 풍부했다. 사실상 하와이 섬 전체를 먹여 살리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진주만의 해산물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진주만 내에만 오염지역이 748곳이나 된다.

또, 군사훈련 중에 사용되는 폭약으로 열화우라늄을 비롯한 발암물질들이 발생하지만 국방부나 행정부 누구도 오염 정화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작년에는 백구한 씨가 거주하는 카우와이 섬에서 땅 속에 파묻힌 고엽제가 대규모로 발견되기도 했다. 고엽제가 발견되기 까지 지역주민들은 왜 유독 자신의 지역에서 암발생률이 높은지를 알지 못했다.

군사기지에서 선박과 전투기 등을 세척하는 데 사용하는 세척제 트리클로로에틸렌(TCE)도 문제다. 트리클로로에틸렌은 발암물질로 분류된 급성독성물질로 신경질환을 야기한다. 백구한 선생은 “하와이처럼 미군기지가 주둔하는 괌에서는 지하수에 트리클로로에틸렌 막이 형성되어 있을 정도”이며 “미국 전역에 위치한 470곳의 군사기지로 인해 대부분의 미국 지역에서는 거의 모든 지하수에서 이 성분이 검출된다”고 말했다.

백구한 씨는 또한 기지가 들어설 경우 강정 마을에 물 부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사기지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도 엄청날 테지만, 군인과 그 가족들의 주거시설에서 사용하는 물의 양이 많기 때문에 강정 마을의 물 사용량이 크게 증가해 물 부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백구한 씨는 미군기지 건설 이후 물 부족 위기를 맞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를 예로 들었다.

제주해군기지는 사실상 미군기지
미군, 중국 견제 위해 태평양 지역에 군사력 집중  

한편, 백구한 씨는 제주해군기지가 사실상 미군기지라는 점도 지적했다. 백구한 씨는 “이지스함 미사일의 작동구조를 이해한다면 제주가 왜 미군기지인지 이해할 것이다. 이지스 미사일은 여러 지역에 배치돼 네트워크로 작동되며 펜타곤이나 하와이 기지에서 조종한다. 항상 미국이다. 그런데 제주해군기지에 들어오는 이지스함을 어떻게 한국 소유라고 말할 수 있겠나. 맥도날드가 한국에 있다고 해서 한국 것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냐”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백구한 씨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있는 한, 아무리 한국군의 독자적인 군사기지라 할지라도 한국 내 모든 군사기지는 미군의 통제 하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주해군기지가 일본으로부터 독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미국에게 일본과 한국의 독도 분쟁은 특수하거나 위급한 상황이 아니다. 설령 일본이 군사력을 동원해 독도를 점령한다고 해서 미국이 제주해군기지에 있는 미사일을 일본에 쏠 일은 절대 없다.”

백구한 씨는 “미국이 최근 또다시 태평양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유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미국이 태평양 지역의 미크로네시아와 호주의 군사기지를 대여해 이용하고 있고, 필리핀에서도 이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해군기지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미군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하와이는 강정의 미래인가?" 강연을 마친 후 백구한 씨와 참석자들 ⓒ한수진 기자

태평양을 '미국의 호수'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푸른 대륙'으로 만들어야

마지막으로 백구한 씨는 “하와이는 이미 군사기지가 있은 지 100년이 넘어서 경제가 군사기지에 의존적이 되었다. 군사기지는 곧 생계수단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제는 하와이에서 군사기지를 없애자는 말을 꺼내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이 되었다”면서 이런 일이 제주 강정마을에서는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구한 씨는 “진실한 평화와 안보는 군사기지나 무기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깨끗한 물과 깨끗한 땅으로부터 온다”면서 하와이 선주민들의 이야기로 강연을 끝마쳤다.

“옛날 선주민들은 하늘의 별을 보고 바다를 건넜다. 그들은 모든 섬이 바다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다. 선주민들에게 태평양은 거대한 푸른 대륙이었다. 대륙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가 섬들을 가르고 있어 섬사람들의 힘이 약할 것이라고 여기지만, 섬사람들에게 바다는 모든 섬을 서로 이어주는 고속도로였다. 우리는 태평양의 선주민들처럼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태평양을 ‘미국의 호수’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푸른 대륙’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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