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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지리산마저 수몰시키려 들다니[지금여기 시사비평-박병상]
아메리카노 커피처럼 물색이 시커멓고, 녹차라떼처럼 녹조로 오염된 낙동강
박병상  |  brilsymbi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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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6.14  10: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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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에 스멀거리는 전조가 흉흉하다. 바닥을 긁어 둔덕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모래는 다시 퇴적돼 강을 메우고 있으며 모래를 쌓거나 강기슭을 긁어내 만든 생태공원의 나무들은 말라 죽어 간다. 강가 생태계에 오랜 세월 터전을 잡았던 자연의 생명들이 다 떠난 자리에 나무 몇 그루 심고 자전거도로를 깔았지만 자전거도로는 벌써부터 갈라지고 나무들은 맥없이 말라죽어간다. 큰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강가의 모래땅은 움푹움푹 패이고 공원의 긴 의자들은 균형을 잃고 주저앉았다.

우면산 기슭의 부자동네를 휩쓸어버린 폭우처럼
국지성 호우 내리면 4대강 큰 난리

수면이 바닥에서 6미터에 이르도록 파낸 모래는 강변에 쌓아두었는데, 방수포와 관계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강 본류가 갑자기 깊어지면서 상류나 지천의 강물이 허둥지둥 쏟아져 내려가게 되자 시민단체가 지적한 ‘역행침식’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일찍이 예견되었던 일이지만 전공자들이 모인 관련 기관은 외면했다. 지천의 물살이 빨라지면서 강변과 강바닥이 움푹 패이자 지천의 교각이 무너지고 상판마저 떨어져나가는데 그치지 않았다. 막대한 돈을 들여 쌓아올린 본류 가장자리의 모래들이 다시 휩쓸려 들어가는 게 아닌가.

전문성이 없어 원인을 알 수 없고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쉽지 않지만, ‘쇄굴현상’도 나타난다. 강물을 가로막은 대형 보 안의 바닥이 움푹 팬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낼 함안보가 특히 심해, 길이 400여 미터, 폭 180미터, 깊이 26미터에 달한다는데, 전문가들은 홍수가 발생하면 보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거기에서 그치는 것도 아니다. 물이 가득 차지 않았건만 보마다 이음새는 물론이고 멀쩡해 보이는 콘크리트에서 가는 물줄기가 분수처럼 빠져나간다. 콘크리트 내부가 부실하다는 증거다.

재작년 겨울은 무척 추웠다. 지구온난화가 북극권의 제트기류를 느슨하게 하자 북극권의 냉기가 풀려 빙원이 단단하지 못하게 만드는 대신 한파가 그 아래 위도로 몰려들었고, 중위도 국가의 겨울이 얼어붙었는데, 그 여파로 우리 겨울도 삼한사온이 실종된 채 섭씨 영하 10도가 넘는 날씨가 계속되었다. 4대강의 대형 보들은 그때 콘크리트를 타설했고, 콘크리트 속의 물은 얼어붙은 채 거푸집으로 들어가 굳었다. 얼음은 물보다 부피가 커 물에 뜬다. 겨울이 지나 얼음이 녹았다. 대형 보의 콘크리트에는 스펀지처럼 미세한 구멍이 퍼져있을 테고, 수압이 늘어나면서 강물이 그 사이를 뚫고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체감되면서 장마철에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릴지 기상청도 헷갈려 한다. 1990년대 말, 하루 사이에 600mm의 비가 강화도에 내려 큰 피해를 안긴 이래 기상이변은 계속이다. 강화는 아직 그때의 상흔이 남아 있다. 언젠가부터 장마철 끝나고 정체전선이 발생하며 장마처럼 국지성호우를 여기저기 뿌리더니 요사이는 장마철 전에도 정체전선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장마는 양이 많든 적든, 전선이 형성된 지역에 골고루 비를 떨어뜨리지만 정체전선은 얼마나 많은 비를 어느 지역에 들어붓듯 떨어지게 할지 모른다. 작년 서울 우면산 기슭의 부자 동네를 휩쓸어버린 폭우도 그런 국지성호우의 하나였다.

우면산의 나무들이 산사태로 쏟아지는 흙탕물에 뒤섞이며 아파트를 뒤덮고 주택을 쓸어낸 일은 4대강 언저리에서 손쉽게 일어날 것이다. 비가 비슷하면 훨씬 심각할 수 있다. 죽어가는 나무 몇 그루가 물길을 차단할 수 없지 않은가. 4대강 가장자리의 생태공원은 현재 찾는 이가 없어 황량하다. 사생대회로 지역 학교 어린이들을 강제로 동원하지 않는다면 을씨년스러운 모습은 변하지 않을 텐데, 큰 비가 내리면 자전거도로의 아스콘은 균형 잃은 의자와 죽어가는 나무, 그리고 임시 화장실과 함께 강으로 휩쓸려 들어갈 것이다. 강을 향해 움푹 팬 생태공원의 물길이 그런 현상을 충분히 예상하게 한다.

4대강에 녹차라떼 같이 녹조류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큰물이 들 때 벌어질 사고도 끔찍할 텐데, 당장 나타나는 문제도 심각하다. 모래가 물과 더불어 흐르면서 강물을 정화해주던 4대강이 거대한 콘크리트 앞에서 멈추면서 뜨거운 열기를 받자, 녹조류가 번성하기 시작한 거다. 이미 대형 보 주변의 정체된 강물은 녹차라떼를 연상케 하는 녹조류가 광범위하게 퍼졌는데, 악취가 여간 아니다. 녹조류야 필터로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지만 악취는 간단히 해결되지 않는다. 모래가 흐르지 않자 물이 썩어 들어가는 강물은 언뜻 보아도 커피색이다. 그 물은 도저히 상수원으로 활용할 수 없어 보인다. 세계에서 유례가 드물 정도로 물이 맑아 강물을 그대로 마실 수 있었는데, 일부러 저토록 오염시켜 놓았다. 4대강 사업은 이제 마실 물도 농사지을 물도 강 본류에서 없애버렸다.

아메리카노 커피처럼 물색이 시커멓고, 녹차라떼처럼 녹조로 오염된 낙동강 물이 더운 여름날 8번이나 정체되며 하구언 밖으로 조금씩 흘러들면 을숙도의 생태계는 어찌될까. 하구언 공사로 이미 동양 최대 철새 도래지의 위상은 손상되었어도 아직 많은 철새들이 날아오지만, 철새들도 이젠 코를 틀어막고 외면해야 할지 모른다. 그런 물로 부산 시민의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을까. 당초 정부는 물그릇이 커져 활용할 물이 넘칠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양심을 버리지 않은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염도 정도가 있는데, 대형 보에 정체돼 극도로 오염된 물은 아무리 정화처리해도 악취를 없애지 못한다는 게 아닌가. 부산 시민들의 상수원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 용유담 인근에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지리산 용유담 기암괴석..
살아있는 생명의 목을 잘라 “들어내 박물관에 전시하면 될 거 아닌가?”

대형 보가 일으키는 오염과 악취를 사전에 예상한 정부는 지리산에 댐을 만들기로 내심 작정했고, 현재 추진하고 있다. 함안군 마천면 문정마을 일원을 141미터 높이로 막아 명승지인 용유담을 수몰시킬 문정댐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낙동강의 수위 조절 목적인 듯 홍보하지만 기실 부산의 상수원일 수밖에 없다. 용유담 물속의 기암괴석의 가치를 문제 삼자 수자원공사의 한 직원은 지역 언론에 “들어내 박물관에 전시하면 될 거 아닌가?” 되물었다고 주민과 환경단체는 분개한다. 거대할 뿐 아니라 모양이 섬세한 바위를 어떻게 들어낼지 그 방법은 알 수 없지만, 그런 바위가 그 자리에 있기에 문화와 역사가 담겼다는 걸, 낙동강을 막무가내로 망친 자들은 무시한다. 지리산의 생태성은 물론이고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폄하하고 어머니 품이라는 세간의 말에 콧방귀 뀐다.

생명 활동이 정지된 상태를 보존하는 박물관에 여전히 변화 중인 용유담의 기암괴석을 떼어 보관하겠다는 수자원공사 관계자의 발언에 황당해 하는 환경단체는 하트형부터, 타원형, 원통형 등 각양각색에 크기가 제각각인 “용유담의 포트홀(Pothole)은 이전부터 그러했지만, 앞으로 몇 천 년, 아니 몇 백 년 만 흐르면, 그 모양이 변할 것”이고, 분명히 살아 있다고 강조한다. “포트홀을 떼어내 박물관에 전시하겠다는 것은 살아 있는 생명의 목을 잘라 전시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분개한다. 절절하게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렇다면 부산 시민의 상수원을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당연하다. 대형 보를 헐어내는 일이다.

큰비가 내리기 전에 4대강의 대형 보를 헐어야

최근 정부는 4대강의 지천에 15조를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보고했다. 역행침식으로 패는 상류를 콘크리트로 싸 바르면 생태계는 즉각 절단날 것이지만, 그 콘크리트 역시 뜯어져나갈 수 있다. 또 생태하천을 운운하는 모양인데, 그냥 놔두는 게 생태하천이다. 사람과 자연의 생명이 다 떠난 4대강 강변의 생태공원처럼 생태하천을 콘크리트로 만들 수 없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 생태하천과 하천정비를 허용하거나 모르는 체하는 환경부는 시방 자신의 본분을 저버리고 있다. 지리산은 수몰될 수 없는 정신을 담고 있다. 민족과 생태와 문화와 역사에 대한 서푼어치 자긍심을 가진 자라 해도 현장에 오면 지리산을 함부로 개발하면 안 된다는 걸 바로 느낀다.

장마철이나 그 전후의 국지성호우가 작년과 재작년처럼, 또 그 전처럼, 4대강 유역에 떨어지면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게 된다. 그런 예측을 충분히 하고 있을 정부는 사고의 직접 영향권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대피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이제라도 근본에서 대책을 세우고 옮겨야 한다. 큰비가 내리기 전에 4대강의 대형 보를 헐어야 한다. 거대한 기둥은 나중에 철거하더라도 우선 기둥 사이에서 강물을 가로막은 콘크리트부터 철거해야 한다. 오염된 강물이 꽉 찬 상태에서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그러면 부산 시민 상수원도 해결될 수 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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