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깨달음-변경환]

필자는 몇 달 만에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게으른 핑계겠지만 그동안 학교도 옮기고 이사도 하면서 삶의 터전이 바뀌다보니 이제야 글을 올리게 되었다.

이곳은 단양 팔경이 옆에 펼쳐지는 충청북도 제천이다. 그리고 필자가 새로 근무하게 된 학교는 ‘한국폴리텍 다솜학교’인데,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기숙형 대안학교로 올해 개교하였다.

▲ 한국폴리텍 다솜학교 개교식 ⓒ 한국폴리텍 다솜학교

2010년 다문화가족 자녀 12만 명 넘어 … 결혼이민자 백만 명 시대 올 것

다문화가족지원법에 의하면 출생시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와 결혼이민자 또는 귀화를 통한 국적취득자로 이루어진 가족을 ‘다문화가족’이라 말한다. 그 속에는 모국에서 태어나 입국한 중도 입국 자녀도 포함되어 있다.

2010년 1월 현재 181,671명의 결혼이민자 및 혼인귀화자가 있는데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일본, 캄보디아, 몽골 순으로 유입 인구가 많다. 요사이 우리나라 혼인률을 보면 평균 10%가 외국인과 혼인하는 추세라서 그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외국인과 혼인하는 사람들의 직업을 보면 농림어업종사자가 가장 많고, 2010년 4월 기준 전체 이혼의 9.4%가 외국인과의 이혼이다. 결국 결혼하는 열 쌍 중 한 쌍이 국제결혼이며, 이혼하는 열 쌍 중 한 쌍도 국제결혼 가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교육 관련 통계에서도 다문화가족 자녀는 121,935명(2010년)이었고, 해마다 몇 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추세를 보면 조만간 결혼 이민 인구가 백만 명에 이르는 시대가 올 것이고, 그 자녀들 또한 백만 명을 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 따라 한국 온 '본국 출신 청소년' 증가세 …
한국에서 언어 · 문화적 충격 받고, 경제적 어려움, 소외에 병들어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다문화 청소년의 중도 입국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어머니가 한국에 일하러 들어와 한국인과 재혼한 뒤 본국 자녀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데 들어오는 중도 입국 학생들은 청소년기에 삶의 환경이 바뀌는 어려움에 처한다. 즉, 이 아이들은 한국에 와 언어 및 문화적 충격을 받고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소외, 아울러 한국 내 가족들과의 갈등 속에서 방치되는 사태까지 겪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여 사회통합위원회는 몇 해 전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기술형 대안학교 설립을 결의하였고, 올해 서울 교육청 산하 서울 다솜학교와 이곳 제천 한국폴리텍 다솜학교를 개교하게 됐다. 물론 우리나라의 부족한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도 추진하는 것이지만, 중도입국 청소년들에게 삶의 행복과 희망을 줄 수 있는 학교로서 자리매김한다면 참 의미 있는 일이다.

필자가 근무하게 된 한국폴리텍 다솜학교는 'Computer-기계과', 'Plant-설비과', 'Smart-전기과'의 세 학과로 나뉘어 다문화 아이들에게 기술 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기술 교육만 한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들마다 다른 입장에서 언어 교육과 문화 적응 교육이 필요하며, 정서적 안정을 위한 상담 및 보건교육 등 해야 할 일이 참 많기 때문이다.

가정환경을 봐도 재혼한 한국 가정에서 환영받지 못하여 의무적으로 집에 가야 하는 ‘효(孝) 체험학습’ 때마저도 집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모님 전화가 오기도 한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떨어져 살면서, 흡연과 선을 넘은 이성 교제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많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도 꽤 많다. 가령 중국에서 온 어떤 아이는 중학교 졸업 학력은 가지고 있지만 영어 알파벳도 모른 채 입학하는 등 모국 교육과 우리 교육 체제의 차이점에서 오는 학력 결핍도 심각한 상태다.

이처럼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게 될 다문화 가정 청소년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이들을 위한 교육적 배려가 필요함을 정부나 민간에서 깨닫고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어려운 형편의 한국 아이들도 많은데, 누구는 배려해주고 누구는 안 해줘야 한다는 속 좁은 접근이 아니다. 모두를 고려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다문화 청소년들에게도 눈을 돌려 관심을 갖자는 것이다.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학교로는 개신교 신자가 운영하는 ‘새날학교’(광주, 위탁형 대안학교)가 있고, 인천도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폴리텍 다솜학교와 서울 다솜학교가 개교했다. 이제는 곳곳에 이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 배려가 있는 것이 다행스럽다. 하지만 이 학교들이 100여 명 안팎의 규모이고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톨릭교회도 다문화 청소년 위한 노력해야

그렇다면 여기에 가톨릭교회의 교육적 노력도 가미되어야 하지 않을까? 가톨릭 역시 복지사목 차원에서 다문화에 대한 접근을 하고 있으나, 이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공동체 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몇 해 전 북한이탈 청소년을 가르치는 학교에 있으면서, 가톨릭에서도 이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설립하자고 주장했다. 더불어 대안학교 계획서도 몇몇 교구와 가톨릭 언론에 제시하였지만 고려만 되었을 뿐, 결국 사장된 아쉬움이 있다. 그 사이 통일부나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는 학력인정 대안학교를 개신교 측에서 설립해 운영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가톨릭 학교교육 활동에 대한 자아성찰도 진지하게 해야 한다. 가톨릭 학교들이 누구를 위한 교육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누구를 위하여 어떤 교육을 펼칠 것인지 마음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가톨릭 학교들의 자아성찰에 대한 답으로서 ‘한국 가톨릭학교 교육헌장’을 찾아보았다.

“가톨릭 교육의 기회는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사회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정신적 신체적 장애 등이 가톨릭 학교 취학 기회를 막지 않도록 노력한다.” (한국 가톨릭학교 교육헌장 2.2. 소외된 청소년을 위한 기회 배려)

우리 사회에도 교육적 배려가 필요한 아이들이 많다. 동시에 급증하기 시작한 다문화 청소년의 교육도 학교 교육 차원에서 이뤄져야 함을 헌장은 광의의 의미로 포함하고 있다. 시골에 있는 가톨릭 학교들은 기숙형 학교로 아이들에 대한 배려를 확대하고, 도시의 가톨릭 학교들은 방과 후 및 주말 교육 센터 등을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전인교육 차원에서의 기숙형 대안학교 설립도 추진했으면 한다. 기존 학교들의 대안학교 전환이나 대안학급 개설도 고려할만 하다.

한국 가톨릭학교 교육헌장의 소중한 정신을 제대로 살리는 교육! 다문화 가정 청소년을 위한 교육에서부터 부활하기를 바란다.

“가톨릭 학교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그리스도교 정신과 이에 따르는 가톨릭 교회의 사명의 실현을 위해 설립 운영되는 교육기관이다.” (한국 가톨릭학교 교육헌장 결언 중에서)

변경환 (베드로, 한국폴리텍 다솜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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