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기념 기자회견 열려

5월 17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에서 '아이다호 데이'(IDAHO,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 Transphobia의 약칭)를 기념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아이다호 데이는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기념해 캐나다 성소수자 단체가 2003년 지정한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2008년 아이다호 데이를 기념하며 발족했고, 성소수자 인권운동 연합 단체로서 한국의 성소수자 혐오 문제를 알리고 극복하고자 캠페인, 거리 공연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 5월 17일 아이다호 데이(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를 맞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의 첫 번째 발언을 맡은 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 운영위원장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다 패 죽여버리지’라는 우스갯소리의 주인공이 될 때의 숨막힘, ‘비정상적인’ 혹은 ‘성적으로 타락한’ 존재가 돼버릴 때의 좌절을 느낀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세계 도처에서 일일이 나열할 수도 없는 끔찍한 사건들이 성소수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다"며 "이유도 없는 혐오가 자라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모든 이들이 평등하기를 원한다면, 생긴대로 존중받기를 원한다면 혐오를 멈추어야 한다. 혐오는 폭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의 박주영 연구원은 성소수자들은 사회적 비난과 고립 속에서 술과 담배, 비만에 더 많이 노출되지만 치료받을 기회는 현저히 적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 가족 중 한 명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 파트너가 보호자가 될 수 없는 것은 ‘제도적 배제’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LGBT[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의학교육 의무화”와 “정부 차원의 성소수자 친화적 의료기관 설립” 등을 통해 성소수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 발언 중인 김조광수 감독과 박주영 연구원

게이 청년들의 사랑과 현실적 문제를 담은 영화 <친구사이?>의 김조광수 감독은 영화를 찍을 당시 청소년들과 함께 대화하기 위해 표현수위를 낮춰 제작했지만, 영화진흥위원회가 ‘모방 위험’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판정했다며 “대체 무엇이 그리도 유해하고 위험하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성소수자 혐오는 폭력이다', '군형법 92조 폐지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손 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에 임했다. 군형법 제92조 '계간'(鷄姦; '닭의 성교'라는 뜻으로 동성애자 비하 용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항은 남성 간 합의에 의한 성관계도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또한 국방부는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군인을 병영 내에서 집중 관리한다는 원칙과 ‘이성애자로 전환 희망시 적극 지원한다’ 등의 지침을 고수하고 있다. 보수 기독교계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반대를 노골적으로 표현했고, 이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의 ‘성적 지향 차별 금지’ 조항 반대 공세, 가수 레이디 가가 내한공연 반대운동 등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한 참가자는 "법적 선언과 조항들은 가시적인 혐오와 편견을 중단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 아래에 도사리고 있는 깊고도 큰 혐오의 뿌리까지 뽑아내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 정서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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