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 강정마을회장, 거리수업 일일 강사로 나서...“강정마을을 같이 지켜줍서!”

▲ 강동균 제주 강정마을회장이 거리수업을 통해 서울의 대학생들과 만났다.

강동균 제주 강정마을회장이 평화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서울의 대학생들을 만났다. 5월 9일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 앞에서 열린 ‘대학교육 개혁을 위한 거리수업: 철학과 민주주의’(이하 거리수업)에 강동균 회장이 일일 강사로 초대되었다. 거리수업은 2010년 9월 성균관대 재단의 부당한 조처로 해고되어 학교를 상대로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학 강사 류승완 씨와 그를 지지하는 학생들이 만든 일종의 대안수업으로 매주 1회 성균관대 교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으리으리한 학교 건물 앞에 그늘도 없이 은박 돗자리를 깔고 앉은 스무 명 남짓한 학생들은 강동균 회장이 강의를 시작하자 뜨거운 햇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정마을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강동균 회장은 남부럽지 않던 강정마을의 평화와 민주주의가 해군기지건설로 어떻게 위협받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강동균 회장은 “강정마을 주민들도 전혀 모르는 채 해군기지건설이 결정되었다”면서 “국책사업이라면 당연히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제주해군기지사업은 민주주의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07년 정부는 사전에 주민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나 공청회도 없이 한 달 만에 해군기지건설 결정을 내렸고, 해군이 회유한 몇몇 주민들의 주도로 주민 1900여명 가운데 87명만이 모여 해군기지 후보지 유치신청을 박수로 결정했다. 이후 마을주민총회 투표에서 주민의 94%가 해군기지건설에 반대했지만 해군은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걱정된다."

강동균 회장은 무엇보다도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 찬·반으로 갈려 공동체가 파괴된 것이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강정은 예로부터 제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며 ‘일 강정’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해군기지 사업이 결정된 후 강정마을은 “사람이 사는 마을”이 아니게 되었다. 200여개가 넘던 친목회가 산산조각이 나고, 제사와 명절, 품앗이 등 모든 것을 함께 하던 마을이 완전히 변했다. 강 회장은 “이렇게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이 국책사업이라면 우리는 이 국책사업을 원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강동균 회장은 해군기지건설로 강정마을 앞바다가 오염될 것에 크게 우려했다. 강 회장은 “강정 앞바다에는 대한민국 어종의 70%가 살고 있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연산호 군락지가 유일하게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라고 설명하면서 “해군기지건설 이후 어떤 변화가 있을지 걱정된다.”고 안타까워했다.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연산호 군락지 위로 아파트 한 동 크기의 시멘트 덩어리 80여개가 투하될 예정이다. 강정 앞바다 범섬 일대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다.

해군 수뇌부를 향해 ‘해적’이라고 비판을 가해 해군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김지윤 레프트21 기자도 토론자로 거리수업에 참여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지윤 기자는 “주민이 1,95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 육지에서 온 경찰의 수는 9,300명에 달하고, 지금까지 600여명이 넘는 주민과 활동가가 연행되었다”고 지적하면서 “해군이 해군기지건설이라는 야욕을 채우기 위해 마을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다”고 말했다.

▲ 강정마을을 같이 지켜줍서!

1시간이 넘는 강의에도 학생들은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고, 지나가던 학생들도 잠깐씩 걸음을 멈추고 수업을 들었다. ‘노동문제연구소’ 동아리 활동을 하는 손기열 학생은 “강정마을은 항상 마음에 쓰였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서 움직이지는 못하고 고민만 했었다. 하지만 마을회장님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거리가 가까워진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직접 찾아봐야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업이 끝난 후 한 한생은 학생회 모임에 와서 강연을 해달라고 강동균 회장을 즉석에서 섭외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강정마을을 지키는 일이라면 어디든 찾아가겠노라고 흔쾌히 수첩을 꺼내 약속을 정했다.

강동균 회장은 “강정을 지키는 것이 제주도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고, 제주도를 지키는 일이 우리나라, 그리고 전 세계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옳은 일 앞에서는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할 거라 생각하지 말고,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 바로 내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학생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최근 강정마을 주민들은 매주 제주도내 다른 지역을 돌면서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한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5월 18일에는 외도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평소에는 강정마을 평화센터 앞에서 매일 저녁 8시에 열린다. 이와 더불어 평화비행기와 함께 하는 집중행동의 날도 한 달에 한 번씩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7월에는 제주도 일주를 대대적으로 벌일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과 참여 방법은 강정마을 홈페이지 (http://gangjeong.com) 또는 강정지킴이 카페 (http://cafe.daum.net/peacekj)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제주 강정마을회장님과 함께하는 거리수업

▲ 학생들은 강의가 끝난 후 강정마을 투쟁기금을 모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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