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금자 씨의 어린이 카페 이야기]

 

새 학기부터 놀토 제도가 사라지고 모든 토요일과 일요일에 학교 가지 않자, 수~금요일에는 수업 시간이 종전보다 늘어나서 까사미아에 아이들이 오는 시간대도 변하고 발걸음이 조금 줄었습니다. 방과 후, 학원에 가기 전후인 틈새 시간에 아이들이 놀러오는 지라 그런 변화가 생긴 겁니다. 대신에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아이들이 더 늘어나 시골 장날을 방불케 하는 활기로 까사미아가 왁자지껄합니다.

초딩5인 유, 수, 주 그리고 향은 wonder girls입니다. 항상 네 명이 같이 까사미아에 놀러오고 작은 것에도 늘 ‘까르르 까르르’ 웃는 모습이 참 예쁩니다. 입은 작은 데 위는 크다는 수. 식욕이 왕성해서 스파게티 위, 특별 간식 위, 음료수 마시는 위를 각기 따로 관리해서 먹는 것은 언제나 문제없다며 빙그레 웃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신체에 대해 화제가 집중되었습니다. “아줌마, 절대로 제 하체를 절대로 보지마세요.” “왜?” “허벅지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아마도 아줌마보다 더 굵을 걸요.” 누구 허벅지가 더 굵은지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은 큘라 아줌마 허벅지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확인 결과는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각자는 자신만의 매력이 배어있는 튼실한 몸과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원더 걸스와의 만남은 늘 상큼하고 폭소가 터져 재미 만땅입니다. 3월 중순에 까사미아 후원회원 김미 아줌마가 보내주신 특별 간식 호두과자를 먹으며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큘로 아저씨와 큘라 아줌마도 덩달아 행복했습니다.   

얼추 친해진 유, 수, 주, 향과 오늘은 ‘사운드 오브 뮤직’ 반을 열었습니다. 며칠 전 “그라찌에~ 그라찌에~ 그라찌에~!”라며 한 음씩 올리는 놀이를 했습니다. 오늘은 그 연장전으로 “어린이카페~ 어린이카페~!”를 외치다가 괴성이 나기도 했습니다. 내친김에 아줌마가 원더 걸스의 화음이 맞춰 지휘봉을 휘둘렀습니다. 수가 자신의 핸드폰으로 오중창 노래를 녹음했습니다. 웃음 반, 노래 반이 짬뽕되어서 ‘꽥꽥’ 오리 소리만 났지만 첫 출발치고는 나름 괜찮았습니다.  

5분 동안 ‘사운드 오드 뮤직’을 흉내 내는 발랄한 아이들을 보면서 큘라 아줌마는 배꼽잡고 웃느라고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 분위기에 업(Up) 된 아줌마가 '까사미아 노래패‘ 결성을 제안하자 네 명 모두 환성을 지르며 좋아했습니다. 다음 연습 시간은 언제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까사미아에 놀러오는 때가 바로 그때가 될 것입니다.  

▲ 오빠 상과 함께 주사위 놀이를 하는 큘라 아줌마에게 애정이 듬뿍 담긴 꽃을 선물한 하의 그림

남매인 상과 하는 늘 같이 놀러옵니다. 오빠 상은 산수문제 풀이의 달인이고, 동생 하는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큘라 아줌마와 오빠가 더하기와 빼기 놀이를 하는 바로 옆에서 아줌마에게서 얻은 쪽지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루는 아줌마에게 물어볼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초딩1인 하의 물어보는 품새가 장난이 어니였습니다. “우리 할머니가 그러시는데요. 성당에서 아줌마를 많이 봤데요. 아줌마는 우리 할머니 친구래요, 맞죠?” “음... 알 것 같기도 하다.”

이유인즉, OOO 성당의 같은 구역 식구인 하의 할머니가 큘라 아줌마를 잘 알고 있으며 친구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의 이름과 모습이 잘 겹쳐지지는 않았지만 만났던 기억은 어렴풋이 났습니다. 큘라 아줌마는 ‘아줌마’만이고 싶은데, 종종 ‘현과 남의 할머니죠?’라고 확인하는 아이들에게 때때로 ‘아줌마’라는 호칭 대신에 ‘할머니’로 불립니다.

아줌마와 할머니 역할을 동시에 소화하려니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줌마면 어떻고 할머니면 어떻겠습니다. ‘뭐!’ 괜찮습니다.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니 행복합니다요.’

글 최금자 (엘리사벳,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대표, 세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공동대표)
사진 김용길 (베드로, 어린카페 까사미아 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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