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박춘식]

▲ 십자가형을 받으시는 예수.

하느님의 빵

- 박춘식

아무리 특별한 빵이라고 말들 하지만
그 빵을 만드는 데 33년이라면
그는 완전히 실성한 사람이다 세상에
어리멍청한 그런 제빵사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깥으로 미치고 안으로 미치고
온통 사랑으로 미친 빵,
밀가루 반죽 30년을 쫀득쫀득 마친 다음
뜨거운 사막 햇살 노릇하게 40일간 구웠다
그리고 3년에 걸쳐 시식과정을 마친 빵,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빵이 나타났다

백조가 자기 죽음 앞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는 말이 정말일까
자기 죽음 앞에서
빵을 들고 우는 남자가 있다 뜨겁게
사랑을 쏟아부으며 요절하는 남자가 있다
스스로 빵이 되는 남자가 있다
가장 우아한 노래를 부르는 젊은 백조가 있다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 (요한복음서 6:33)

<출처> 반시인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2년 4월)


성체성사는 측량할 수 없는 사랑으로 이루어진 성사이고 영혼의 생명이 되는 빵입니다. 생명체에게 음식은 생존의 필수적 요구입니다. 죽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영원히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성체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엎디어 큰절을 올려야 합니다. 예수님이신 성체, 그 빵은 33년 동안 만들어진 희귀하고 놀라운 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야고보 박춘식 반(半)시인 경북 칠곡 출생
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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