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금자 씨의 어린이 카페 이야기]

봄이 대지에 첫발을 내리자, 겨우내 추위를 피해 집안으로 들어놓은 꽃나무를 하나 둘씩 마당으로 내놓았습니다. 쥐 죽은 듯이 겨울잠에 취해있던 그래서 마치 죽은 것처럼 보였던 여리고 가냘픈 한 생명체가 봄에게 인사를 하려고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따사로운 봄 햇살에 기지개를 켜고 있는 이 생명을 보자 아줌마의 입가에서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부활을 잉태하고 있는 이 사순시기에 죽음과 생명을 동시에 묵상할 수 있는 참으로 소중한 만남이었습니다. 

이 화사한 봄날, 까사미아에 놀러와 재미있게 노는 초딩3인 진, 채, 연 그리고 빈. 스파게티를 함께 먹으며 각자의 남친, 여친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습니다. 채와 연의 남친은 유치원 동기인데 다른 곳으로 이사 가서 이제는 만날 수 없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청일점으로 세 여자들 뜸에 낀 진은, 바로 앞에 앉아서 스파게티를 먹고 있던 빈의 남친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제는 서로 쿨한 사이가 되어 함께 어울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합류한 큘라 아줌마는 초딩6 때 첫사랑(?)이었던, 과외 동기인 종민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아이만 보면 왜 그렇게 가슴이 콩당콩당 뛰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지 참으로 곤란한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식탁 뒤 벽화를 마주하면 감탄과 호기심이 동시에 발동하여 눈으로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손끝으로 쓱~ 문질러봅니다. 큘로 아저씨가 이탈리아 아시시(Assisi)에서 찍은 성 프란체스코와 아이들을 사진을 보고 친구인 오남규 화가 아저씨가 그린 벽화입니다. 큘로 아저씨가 찍은 사진에는 없는 새 한 마리가 왼쪽 벽 끝에서 날아오는 장면을 덧붙였습니다.

노란 수채화 물감을 칠한 벽지 위에 미술 연필로 그린지라 손으로 문지르면 벽화에는 지문이, 손에는 벽화 그림자가 남게 되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벽화 앞에서 자기가 원하는 포즈를 취하면서 기뻐했습니다.

날아오는 새를 자신의 손목에 가뿐하게 안착시키며 신나하는 아이들. 프란체스코 아저씨처럼 새들의 친구가 되겠다고 양팔을 올리는 아이. 진은 자신의 특기가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거’라며 이참에 프란체스코 아저씨의 얼굴 표정을 흉내 내고 이를 보는 모두가 웃음보를 터트렸습니다.

큘로 아저씨와 큘라 아줌마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해맑은 표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행복 바이러스의 세례를 듬뿍 받았습니다.

글 최금자 (엘리사벳,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대표, 세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공동대표)
사진 김용길 (베드로, 어린카페 까사미아 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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