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발] 그리스도인의 길-85

 

 

성찬례의 가장 성스러운 측면들 중 하나는 예수와의 가장 깊은 친교, 일치가
하느님의 부재 속에서 일어난다는 신비다.

제자들과 보냈던 시간 내내
예수와 제자들 사이에는 충만한 친교가 없었다.
그렇다, 그들은 예수와 함께 지냈고 그분의 발 밑에 앉았다.
그렇다, 그들은 그분의 제자들이며 친구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분과 충만한 일치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분의 몸과 피 그리고 그들의 몸과 피는 아직도 하나가 되지 못했다.

많은 측면에서 그분은 아직도 다른 존재였으며,
그 위에 머물고 그들보다 앞서 가며 그들에게 길을 보여주는 존재였다.
그러나 그분이 준 빵을 제자들이 먹을 때 그들은 그분을 알아보았고,
그 깨달음은 깊은 영적 깨우침이었으며,
이제 그분은 그들 존재의 가장 깊은 내면에 머물고
이제 그분은 그들 안에서 숨쉬고 그들 안에서 말하며 그들 안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가장 거룩한 일치의 순간에, 그분은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것이 바로 성찬례 기념 속에서 우리가 사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우리가 성찬례적 삶을 살 때에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친밀하고 거룩하며 신성하고 영적인 일치이므로
우리의 육체적 감각들은 더 이상 도달할 수 없다.

더 이상 우리의 죽어갈 눈으로 그분을 볼 수 없으며,
우리의 죽어갈 귀로 들을 수 없고
우리의 죽어갈 몸으로 그분을 만질 수 없게 된다.

그분은 어둠과 악의 세력이 닿을 수 없는 곳,
죽음이 기승을 부릴 수 없는
우리 안의 바로 그 자리를 통하여 우리에게 오고 있다.

우리에게 다가와 빵을 우리 손에 놓고
잔을 우리 입술에 대어줄 때
예수는 우리가 지금까지 그분과 쉽사리 가졌던 우정을 놓으라고 요구한다.
또한 그 우정에 속했던 모든 감정, 느낌 그리고 생각들을 버리라고 한다.

그분의 몸과 그분의 피를 먹고 마실 때,
우리는 대화 중에 위로해 주고 일상생활의 상실을 대면하도록 도와주는 동반자로서 그분을
더 이상 우리 식탁에서 보지 못하는 외로움을 받아들인다.
그것은 영적인 삶의 외로움이며,
우리가 우리자신에게 가까이 할 수 있는 것보다
그분이 우리에게 더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외로움이다.
그것은 신앙의 외로움이다.

우리는 계속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하고 외칠 것이다.
우리는 계속 성서와 그 의미에 대하여 귀를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그분과의 일치는 이 모든 것보다 훨씬 멀리 가는 것이다.
그분과의 일치는 빛이 우리 눈을 못 보게 하고
우리의 전 존재가 볼 수 없는 것에 의해 덮히게 되는 자리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바로 그 일치의 자리에서 우리는 울부짖는다:
“하느님, 나의 하느님, 왜 저를 버리십니까?”
또한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의 비움은 우리를 기도하게 만든다:
“아버지, 당신의 손에 제 영혼을 맡깁니다.”

-헨리 나웬 <뜨거운 감동의 마음으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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