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인권주일 담화문 발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마티아) 주교가 2011년 12월 4일 인권주일을 앞두고 담화문을 발표해 사회교리의 실천을 강조했다.

이용훈 주교는 담화문에서 “한국교회의 ‘새 복음화’ 노력은 바로 사회교리의 실천일 것”이라며 “현실 안에서 사회와 정치 활동을 담당하는 평신도들이 현세 질서를 쇄신할 예언직 수행의 사명을 지니고 있기에 사회교리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실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이 2011년 가을총회에서 올해부터 인권주일인 대림 제2주일을 시작으로 한 주간을 ‘사회교리 주간’으로 지내기로 하면서, 이용훈 주교는 이번 인권주일 담화문을 사회교리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이용훈 주교는 아직 많은 신자가 '사회교리'라는 용어를 생소해하고, 교회의 사회적 발언과 참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주교는 사회교리의 근본 내용은 가톨릭 신자가 지켜야 할 십계명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 아니며, 교회와 사회가 분리될 수 없음을 말하는 다양한 문헌을 인용하며 교회가 불의한 사회구조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사회 참여가 정당함을 역설했다.

이용훈 주교는 “사회 교리의 정신에 따라 지금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인간다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정의와 사랑으로 헌신하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풍성한 은총”을 기원했다.


이용훈 주교 사회교리주간 인터뷰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미디어팀)

 

제30회 인권주일 담화문

정의와 사랑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해야 할 그리스도인의 소명
- '사회교리 주간' 제정에 즈음하여 -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교회력으로 새해의 시작인 대림절과 인권주일을 맞이하여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평화와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2011년 가을 총회에서, 올해부터 해마다 인권주일인 대림 제 2주일을 시작으로 한 주간을 '사회교리 주간'으로 지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교회가 사회교리 주간을 제정한 것은, 신자들이 사회교리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교회의 가르침을 내면화하여 실천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입니다.

'사회교리'는 정치, 경제, 인권, 노동, 평화, 환경, 생명 등 사회생활의 각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복음적 시각으로 성찰하고 정리한 가톨릭 교회의 공식적인 가르침입니다. 1891년에 반포된 교황 레오 13세의 회칙 「새로운 사태」는, 산업혁명 이후에 발생한 비참한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교회의 응답을 담고 있습니다. 그 후 100여 년 동안, 교회는 다양한 문헌들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가르침을 전개해 왔습니다. 교황청은 이런 가르침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지난 2004년에「간추린 사회교리 (The Compendium of the Social Doctrine of the Church)」라는 이름으로 발표하면서, 이를 그리스도인들이 일상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따라야 할 성찰, 판단, 행동의 지침으로 삼게 하였습니다.

사실 사회교리는 새로운 교리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이웃에 대해 어떻게 정의와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가를 가르치는 '십계명'에서 사회교리의 근본 내용을 배웠습니다. 또한 공식 교리서인 「가톨릭 교회 교리서」도 지킬 계명 분야에서 사회교리에 해당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신자들이 사회교리라는 용어도 생소하게 여기고, 사회교리에서 가르치는 기본 원리들, 즉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공동선, 연대성, 보조성의 원리, 가난한 이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 재화의 보편적 목적 등과 같은 중요한 개념들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물질만능주의와 경쟁지상주의에 매몰되어 돈과 권력, 명예를 얻기 위해서라면 가장 근본적인 가치인 인간의 존엄과 생명마저도 도구화하고, 불의와 부정으로 사회적 약자가 큰 고통 속에서 희망 없이 살아가는 사회로 전이되고 있습니다. 사회교리는 이런 우리 사회에 복음의 빛을 비추어 인간의 양심에 새겨진 자연법과 도덕적 가치를 일깨워 주고, 정의와 공동선을 통해 참된 인간의 발전과 완성을 지향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습니다. 사회교리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신앙인의 사명에 가장 시급히 요청되는 도구이기에, 신자라면 누구나 깊이 배우고 내면화하여 구체적인 삶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오래 전부터 한국 천주교회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는 인공피임, 낙태, 사형제도, 안락사, 배아연구를 반대해 왔고, 최근에는 환경과 생태정의에 반하는 4대강 개발, 핵발전소 정책, 그리고 환경과 평화와 관련하여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 왔습니다. 교회는 사회교리의 가르침에 비추어, 이러한 정책들이 지닌 불의하고 비도덕적인 측면들, 특히 인간과 자연의 생명을 파괴하고 탐욕과 이기심을 앞세워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의 가치를 파괴하는 오류들을 지적해 온 것입니다.

한편, 교회의 사회적 발언과 참여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교회법 제 747조에서는 "교회는 윤리 원칙들을 사회 질서에 관한 것까지도 언제나 어디서나 선포하고, 인간의 기본권이나 영혼들의 구원에 요구되는 한도만큼 어떠한 인간 사항들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릴 소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인간의 구원을 돕는 것이 첫째가는 사명이기에 인간이 살아가는 현장인 사회를 복음화해야 하고, "사회와 사회구조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교회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간추린 사회교리 69항). 교황 바오로 6세는 "복음화 되어야 할 인간은 추상적 존재가 아니고 사회적 경제적 문제와 관련된 존재"이며, "부정과 싸우고 정의를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하는 구원의 계획과 창조 계획을 분리시킬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정의와 평화로 참된 인간 발전을 증진시키지 못한다면 어떻게 사랑의 새 계명을 선포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합니다(현대의 복음 선교 31항). 사회교리는 교회가 사회의 불의와 폭력을 고발할 의무가 있고, "인정받지 못하고 침해받는 권리들, 특히 가난하고 보잘것없고 약한 이들의 권리를 판별하고 수호"하여 사회 정의를 세우라고 요청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81항).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새 복음화"를 2012년 세계 주교 시노드의 주제로 정하시고, 현 시대의 도전에 대응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을 시급한 과제로 삼으셨습니다. 한국교회의 "새 복음화" 노력은 바로 사회교리의 실천일 것입니다.

이제 사회교리 주간 제정을 계기로 각 교구에서는 정의평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교리 학교' 등을 통해 사회교리 교육을 더욱 확산시켜야 하겠습니다. 또한 각 본당에서 사목자들이 강론과 예비자 교리와 견진 교리 등을 통해 사회교리를 적극적으로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평신도들은 현실 안에서 사회와 정치 활동을 담당하고 있고, 현세 질서를 쇄신할 예언직 수행의 사명을 지니고 있기에 사회교리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실천하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사회교리의 정신에 따라 지금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인간다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정의와 사랑으로 헌신하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풍성한 은총을 기원합니다.

2011년 12월 4일 인권주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 용 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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