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김유철]

종합편성채널이란 뉴스․ 드라마․ 교양․ 오락․ 스포츠 등 모든 장르를 방송할 수 있는 방송을 말한다. 12월초가 되면 그동안 우리가 보아온 지상파인 KBS․ MBC․ SBS에 이어 이제 종합편성채널인 조선TV(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채널A(동아일보)․ MBN(매일경제)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른바 ‘종편’에 관한 이야기는 상당히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과 수도 없이 만나야하고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골이 아프다. 심지어는 관련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 국회 문광위원이나 언론 종사자들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복잡한 전문 용어를 표피적으로 이해한다고 손치더라도 MB정권이 가진 ‘종편’에 대한 로드맵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공수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종편’은 보수 세력의 영구집권을 위한 작은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란 매체가 생겨난 것은 교회언론 다양성의 필요성이 첫 번째 이유다. <한겨레>가 1988년 국민 주주를 모집하여 출범한 이유도 일방적 언론에 쌓여 있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함이 첫 번째 이유였다. 그렇다면 이제 채 두 달도 안 돼 방송을 시작할 이른바 ‘종편’ 4형제의 목적은 무엇인가? 왜 종합편성 채널 4개의 출범을 앞두고 언론노조 지도부는 단식농성을 하였으며 언론 종사자들은 총파업을 했던 것일까?

보수세력의 영구집권 위한 '종편'..
조선TV(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채널A(동아일보)․ MBN(매일경제)

흔히 언론은 입법․ 사법․ 행정에 이어 제4부라 지칭하기도 하고 특정신문의 사주를 ‘밤의 대통령’이라 부를 정도이니 그 권세는 가히 날아가는 새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떨어진 새도 다시 날게 하는 포스를 지녔다 할 것이다. 가장 가까웠던 예로 10월 11일 조선일보에 ‘이대통령, 사저 본인 명의로 돌려놓아야’란 사설이 실리자 청와대는 전날까지의 말도 안 되는 변명과는 달리 내곡동 땅을 이대통령 명의로 ‘군말 없이’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런가하면 9월 2일 PD수첩의 광우병쇠고기 보도에 대한 3년이 넘는 법적공방에 대하여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지으며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9월 3일 조선일보는 ‘허위사실’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고, 동아일보는 ‘MBC광우병 허위보도 사과해야’를 실었으며, 중앙일보는 이에 뒤질세라 9월 5일 ‘MBC광우병PD수첩 부끄러운줄 알라’는 사설을 썼다. 그러자 놀랍게도 9월 5일 저녁9시 MBC뉴스데스크에서 사과방송을 했으며 다음 날 주요 일간지에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2011년 대한민국에서 조중동의 힘은 이 정도다. 아니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인 것인다.

이제 이런 일방적 시각을 지닌 신문들이 방송으로 세상 사람들의 눈과 귀를 완전히 덮으려 하는 것이다. 언론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은 “세상에 그런 일이...”하겠지만 이 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야금야금 시작된 것이다. 2009년 7월 22일 국회가 난장판이 된 채 통과된 법안이 있다. 한나라당이 목숨을 걸고 통과시키려 한 법안은 이른바 ‘조중동 방송법’이라고 불렸던 언론관계법이었다.

이날 투표는 대리투표․ 재투표 논란 속에 이후 헌법재판소를 통해 ‘불법 투표’ 사실이 확인됐지만, 효력은 인정해야 한다는 어정쩡한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이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많은 사람이 ‘조중동 방송법’에 우려를 표명했고, 정연주 전KBS사장은 정부·여당이 무리하게 언론관계법을 강행하는 것은 일본 자민당의 54년 장기집권을 따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종편 4형제, 직접광고영업

그러나 문제는 방송국 설립을 위한 특혜 입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 언론을 모두 아귀다툼으로 몰고 가는 것은 종편의 광고 직접영업에 관한 문제가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반인들은 들어도 잘 모를 미디어렙(Media Rep)이니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와 광고대행사란 용어가 마구 나오는 것이다. 용어설명은 하면 할수록 모호할 것이니 예를 하나 들자.

‘나가수’가 잘 나가는 프로이니 ‘명동성당’이 그 시간에 광고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10억이 들든 100억이 들든 광고를 주문하기로 마음먹었다 치자. MBC 광고국으로 가야하나?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방송의 힘을 이용하여 광고 수탁의 폐단을 없애고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지상파 방송국과 광고주는 직거래를 할 수 없는 것이 현행 KOBACO체제인 것이다.

그러나 12월에 시작하는 ‘종편’ 4형제는 이제 태어난 신생(?)매체이니 인센티브를 줘서 직접광고영업의 특혜를 주자는 것이 MB정부와 한나라당의 당면목표인 것이다. 지난 10월 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는 동아미디어그룹 채널A가 4개 종합편성 사업자 가운데 처음으로 매체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 행사는 단순한 매체 설명회가 아니라 직접 광고수주를 위한 영업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재미-품격-파격-명품방송’을 내세운 채널A는 대표상품의 하나로 저녁8시30분 뉴스와 ‘인간 박정희’ 50부작, ‘전군 노래자랑’ 등을 소개했다. 다음날인 10월 6일 동아일보는 1면과 6면에서 채널A의 설명회를 다시 설명하며 “처음 보는 방송이 온다, 방송의 판이 뒤집힌다”고 보도했다. 방송과 신문이 혼연일치된 세상에서 이제 우리는 우리의 눈과 귀를 모두 무방비로 헌납해야 하는 일이 현실인 것이다.

방송광고 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의 심의를 한나라당이 고의적으로 미루는 동안 일은 야금야금 여기까지 오고 만 것이다. 미디어렙법이 없는 현 상태에야 종편방송들의 직접영업이 가능한 것이다. 언론노조에서는 10월 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종편의 직접영업을 "무법이 낳은 노략질"이라고 말하며 직접영업을 반대하는 이유로 "광고 약탈이 일상화 될 것이라는 점, 시청률 경쟁으로 폭력적, 선정적 프로그램이 범람할 것이란 점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광고주를 찍어 누르기 위해 신문보다 영향력이 큰 방송을 이용해 정치권력과 부정한 결탁을 할 것이란 점"이라 했다. 이제 종편들은 10번, 8번 황금채널 확보와 지역의 케이블방송에서 무조건 송출해야하는 의무재송신, 자체심의권 확보, 전문 의약품 및 의료기관 광고허용 등의 특혜를 요구 할 것이다.

종교방송의 생존권, 미디어렙에 달려 있어

자, 이쯤해서 종편과 종교방송은 어떤 관계일까? 지난 8월 29일 평화방송을 비롯한 종교방송 사장단은 불교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을 찾아가 미디어렙 법안의 연내 처리가 필요함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미 8월 24일에는 일간지에 종교방송의 생존권이 미디어렙에 달려 있음을 호소하며 정부와 국회가 종교방송 생존을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정된 광고시장에 4개의 종편이 뛰어들어 그것도 직접 광고 영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 위험성이 이제 종교방송들의 목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조중동 방송법’이라고 불렸던 언론관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날치기로 통과될 때 향후 그 법안으로 인해 어떤 일을 가져올 지 적어도 교계언론들이 어떤 자세로 보도 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종교방송에 대한 지원 이전에 MB정권이 가진 일방적 언론정책과 종합편성채널을 둘러싼 ‘조중동매’의 무한정한 활약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속마음을 언론은 꿰뚫어보아야 한다.

물론 꿰뚫어본 것을 보도까지 해야 언론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의 자유이거나 언론 사주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 마음대로 되는 세상이 된다면 우리에게는 2013년에도, 2018년에도 결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는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김유철/ 한국작가회의 시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경남민언련 이사. 창원민예총 대표. 저서 <그림자숨소리>,<깨물지 못한 혀>,<예수의 말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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