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가 돈인가>, 박상조, 이담북스, 2011

‘기업책임시민센터’의 박상조 이사장이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운동을 소개하는 책을 출간했다. <사람인가 돈인가>(이담북스, 2011)라는 이 책은 “좋은 투자자가 있어야 좋은 기업가가 생긴다”, “좋은 기업은 시민이 만들어 낸다”는 전제 아래 시민이 각자 소유하고 있는 자산을 윤리적 가치관에 맞추어 운용해야 한다는 점을 깨우치기 위한 안내서다.

어떤 투자도 윤리적 결과 낳는다

박상조 이사장은 “우리가 소비행위를 할 때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불량한지 아닌지, 자녀의 건강이나 정신에 해를 끼칠 것인지 아닌지 따진다”면서 마찬가지로 주식을 사들일 때는 어떤 회사 주식인지, 그 회사가 생산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비윤리적인지 아닌지 따져야 한다고 호소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주가가 얼마나 오를지, 배당을 얼마나 주는지에만 관심을 둔다고 지적하며, “도박이나 포르노, 대량살상무기, 저임금노동, 환경파괴에 대해 비판을 하더라도 그러한 일에 연루된 기업의 주식을 매입한다면 비윤리적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행위이자, 결과적으로 그 일에 협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2005년을 기점으로 증권투자가 보편화하여 한국사회가 ‘1가구 1펀드’ 성인기준 ‘1인 1펀드’의 시대가 되었다며, 대다수 국민이 어떤 형태로든 기업의 주인이 된 지금, 저축과 투자는 단순히 금전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방법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기업문화를 바꾸어 자본주의의 폐해를 줄이는 유한 수단이 되었다는 게 박상조 이사장의 생각이다.

실제 모든 경제행위는 윤리적인 결과를 낳는데, 그 책임을 완수하는 길은 같은 재화를 사용하더라도 공동선에 이바지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상조 이사장은 “무조건 기업이 잘되면 모두가 잘살게 되고 행복하게 될 것이라는 정치경제학이 만들어낸 환상”에서 깨어나기를 촉구하며, 사회책임투자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소유자인 주주들이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에 대하여 사회적 책임을 요구토록 하는 것이다.

교회와 국가만큼 강력한 기업

구체적으로 박 이사장은 니체가 밝은 대낮에 등불을 켜들고 장터에 나와 “나는 신을 찾고 있다”며 “우리가 신을 죽였다. 너희들과 내가!”라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이어 니체가 “만일 신의 무덤과 묘비가 아니라면 이 교회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항의했다면서, 이제는 “만일 우리 양심의 무덤과 묘비가 아니라면 이 거대한 회사건물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묻는다. 기업이 과거의 교회와 국가만큼 강력한 권력이 되어 버린 현실 속에서, 오늘날 “우리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 지, 무엇을 볼 지,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기업”이라고 말한다.

어느 은행가는 오늘날 기업이 본질적으로 교회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면서 “기업이나 교회나 사람들에게 바라는 것은 같다. 꼬박꼬박 돈을 내고 규칙을 따르는 신자들이다”라고 말했다. 신앙인들조차 자신이 속한 회사를 하나의 종교와 같이 섬기고 유사종교집단의 일원인 양 행동한다는 것이다. 급기야 교회에서 기도할 때보다 “회사에서 상사를 대할 때나 맡은 일을 할 때 더 큰 정성을 들인다”고 비판한다.

이런 점에서 정치 민주화만큼 중요한 것이 ‘경제 민주화’라고 말하는 박상조 이사장은 윤리적 책임투자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여기서 사회책임투자의 3대 전략은 투자하는 사람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1)부적격 기업과 적격기업을 고르고 (2)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3)개입과 주주제안을 통해 기업 행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자본주의 시대에 우리가 가진 재물은 예외 없이 ‘다소간 불의한 재물’이라면서 “불의한 재물로라도 친구들을 만들어라”는 말씀대로, 책임투자를 통해 정의로운 사회와 공동선 증진을 위해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친구들’이란 사회적 불의에 희생당하는 불우한 이웃과 힘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사회적 책임투자, 교회 정책의 필수항목 되어야

미국가톨릭교회는 주교회의에서 1991년에 <사회책임투자지침>을 정해서 가난한 이들의 교육과 사회정의 구현, 가정친화적 정책에 대해 투자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를테면, 가톨릭윤리에 어긋나는 기업에 투자하지 말고, 이미 투자한 자금은 회수하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수익률이 낮더라도 교회의 가난한 이의 우선적 선택 또는 사회적 편익이 큰 공동체 개발을 촉진하는 사업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있다.

한편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재산관리규정에서는 제16조 6항을 통해 “법인의 목적을 위하여 투자”하도록 규정하고, 기금의 경우에는 “기금의 이익을 위하여 안전하고 유리한 곳에 투자”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구체적인 윤리적 지침이 없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단순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박상조 이사장은 복음서의 성전정화 사건에서 보듯이, 예수가 가장 혐오한 것이 “재물에 대한 욕심”이었다며, 우리 교회 안에서도 재물과 권력과 명예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교회를 농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른 사람들 눈에 교회 지도자들이 이들의 접근을 오히려 환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비판한다.

결국 사회적 책임투자는 현대사회에서 교회의 가치관에 비추어 볼 때 필수불가결한 사항이다. 그러니 상업주의 정신에 교회마저 물들어 여유자금을 수익성을 따라서만 투자한다면 이는 복음에 어긋나는 것이다. 교회는 오히려 공동선과 가난한 이들의 복지를 위해 자금을 투자해야 하며, “사람인가, 돈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언제나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전반적으로 대기업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밥, 일, 꿈이 사시인 <내일신문>과 안철수 연구소, 종업원 소유의 스콧 베이더 커먼웬스, 붓다의 가르침을 수행하는 그레이스톤 베이커리 등을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기업으로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책임투자에 관한 윤리적 종교적 지침을 소개하면서 도미노피자 창업자인 톰 모나한의 종교펀드 등을 예로 들고 있어 사회책임투자운동에 관심을 지닌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